지난 20일 오후 4시 인천 신도선착장 근처 방죽길. 김선식 기자
신도를 무심코 지나친 적이 있다. 1년 전 여름 인천 장봉도 갯벌에 가는 길이었다.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장봉도 가는 배를 타면 신도에 잠시 정박한다. 신도에 내리는 여행객들을 보며 궁금했다. ‘저렇게 작은 섬들에는 뭐 하러 가는 걸까?’ 지난 20일 전동바이크를 타고 신도·시도·모도 세 섬을 누볐다. 호젓하게만 보이는 작은 섬도 여러 얼굴이 있었다.
으로 가는 배 안은 생기가 넘쳤다. 어른도 아이도 새우과자 던지느라 바빴다. 갈매기들은 2층 뱃머리가 서식지인 양 몰려들었다. 어른들은 과자를 높이 던졌다. 모험심 강한 이들은 과자를 집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갈매기가 채 가는 순간 과자를 놓았다. 네살배기 아이는 과자를 바다로 던졌다. 눈치 빠른 갈매기들은 수면 가까이 날아 과자를 채 갔다. ‘갈매기들은 언제부터 과자를 탐했을까.’ 허무맹랑한 생각조차 할 겨를 없이 배가 정박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11시20분, 인천 영종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신도에 도착했다.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가는 여객선 위로 날아 든 갈매기. 김선식 기자
인천 영종도와 강화도를 남북에 두고 네 개의 섬이 줄지어 있다.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다. 그중 신도·시도·모도는 연도교(섬을 잇는 다리)로 이어져 있어 세 섬을 다닐 때는 바이크나 차로 이동할 수 있다. 1950년대 초반만 해도 신도와 시도는 물 빠졌을 때 딱 2시간 동안만 징검다리로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 반잠수교를 놓았고, 2005년에야 지금 같은 다리를 완공했다. 시도와 모도는 그에 앞서 2002년 다리를 놓았다. 세 섬은 유인도치고는 작다. 모두 더한 면적이 10.19㎢다. 서울에 있는 구 가운데 가장 작은 중구(9.96㎢) 정도 크기인 셈이다. 다리로 이은 작은 섬들은 언덕이 적고 길이 평탄하다. 주말마다 자전거와 전동바이크를 타는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신도·시도 연도교 들머리에서 전동바이크를 타는 사람들. 김선식 기자
배에서 내려 전동바이크를 빌렸다. 신도선착장에서 1㎞ 정도 거리에 대여소가 있다. 전동바이크는 비슷한 크기 오토바이에 견줘 바퀴가 두껍다. 그 탓인지 커브 길에서 회전할 때마다 어색했다. 최고 시속은 40㎞ 안팎. 급할 이유는 없었다. 달리는 내내 바람도 시야도 시원했다. ‘저건 뭐지?’ 싶으면 멈춰 섰다. 신도와 시도를 잇는 다리에 잠시 내렸다. 오른편 바다 갯벌에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이애숙 신·시·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그들은) 바지락 캐는 섬 주민들”이라며 “한 번 나가면 60㎏을 캐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바지락이 많다”고 말했다.
신도·시도 연도교 아래에서 바지락을 캐고 올라오는 섬 주민들. 김선식 기자
섬에선 가끔 오르기 어려운 길을 만난다. 시도 수기 해변으로 가는 길이 그렇다. 오르막길 50m가량을 지나야 한다. 최고 시속 40㎞가량인 전동바이크로는 버겁다. 오르막길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속력도 0에 가까워진다. 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멈춰 몇 걸음 정도는 끌고 가야 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해변에서 한숨 돌렸다. 물 빠진 갯벌엔 독살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독살은 간조 때 물고기를 가두려고 돌을 말굽 형태로 쌓은 함정 어구다. 모래 해변 뒤로 그늘막과 놀이터, 카페가 있다. 해변 근처 수기전망대로 가는 비포장 산길을 만났다. 걸어 들어가야 했다. 수기전망대에서는 강화도가 가까이 보인다. 고려 말기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에서 이 섬을 목표로 활쏘기 연습을 하면서 처음 ‘시도’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마니산과 시도 사이 거리가 5㎞가 넘는다. 설득력이 약하다. 예로부터 물고기 잡는 독살이 많아 ‘살섬’이라 부르다가 ‘살’이 ‘화살 시’로 언어가 변천해 시도로 불렀다는 설도 있다. 그나마 설득력 있다.
시도·모도 연도교 근처 갯바위 소나무와 조형물 위로 비행기가 날고 있다. 김선식 기자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길, 1차선 가로수 길이 상쾌하다. 울창한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어느새 그늘 너머 갯벌이 얼굴을 드러낸다. 전동바이크 타고 신·시·모도를 달리면 이런 가로수 길을 종종 만난다. 시도·모도 연도교 들머리에선 갯바위가 눈길을 끈다. 바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옆에 조형물이 있다. 바다로 달려드는 여성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마침 하늘 위로 비행기 한 대가 날고 있었다. 다리 아래 시멘트 구조물에선 낚시인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섬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 ‘정중동’이다. 모도 남단 배미꾸미 해변과 박주기 해변은 300m 산길로 이어져 있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쉬엄쉬엄 산길을 산책했다.
신도·시도 연도교에서 선착장 가는 길에 보이는 섬 신오도와 시오도. 김선식 기자
다시 신도로 향했다. 오후 3시30분, 시도·신도 연도교 아래서 바지락 캐던 주민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각이다. 주민들은 바지락 수확물을 망에 가득 담아 오토바이와 트럭에 싣고 떠났다. 다리 건너 오른편 길로 접어들었다. 신도 선착장 가는 길이다. 이곳도 1차선 가로수 길이다. 얕은 언덕길을 오르면 물 댄 논 너머 두 개의 섬이 보인다. 작은 섬들도 더 작은 섬들을 품고 있다. 신도와 시도가 품고 있는 신오도와 시오도다. 전동바이크 반납하러 가는 길, 시간이 남아 오른쪽 샛길로 샜다. 주민들이 수변공원이라 부르는 곳에 들어섰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죽이 보였다. 방죽 따라 염생식물 나문재가 넓고 붉게 자라고 있었다. 바다 사이 삐죽 튀어나온 방죽에 오르니 또 다른 섬에 온 기분이다. 일몰이 아름다울 것 같은 그곳을 뒤로 한 채 핸들을 돌렸다. 예정된 뱃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옹진(인천)/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신·시·모도 여행 수첩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까지 아침 7시10분~저녁 6시10분 1시간 간격으로 배가 운항한다.(편도 기준 자동차 1만원, 어른 2천원, 자전거 1천원) 신도에서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배는 아침 7시30분~저녁 6시30분 1시간마다 있다. 신도 선착장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카페 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신도로 22/032-746-7576) 1인용 자전거 1일 1만원(1시간 3천원). 1인용 전동바이크 1시간 1만5천원. 신도 선착장에서 1㎞ 거리에 전동바이크·전동 킥보드 대여소가 있다.(신도로 75/032-746-7970) 전동 킥보드 1시간 1만원. 1인용 전동바이크 1시간 1만5천원. 3인용 삼륜 전동바이크 1시간 3만5천원. 신·시도 연도교 아래에서 7월5일~8월31일 물 때에 맞춰 가면 바지락을 캐는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성인 1만원, 청소년 7천원, 어린이 6천원.(장화 등 도구 제공)
김선식 기자
밤의 파라다이스로 오라
인천 영종도에는 ‘밤의 유원지’가 있다. 아침에도 낭만적인 밤 분위기가 나는 실내 테마파크 ‘원더박스’다. 호텔, 카지노, 클럽, 스파가 밀집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 있다. 어린이와 동행한 여행객이라면 신·시·모도 또는 장봉도를 방문하고 둘러볼 만하다. 지난 20일 저녁 6시, 신도에서 배 타고 영종도 삼목선착장에 내려 원더박스로 향했다. 지상 2층 약 4000㎡(1200평) 규모 원더박스는 무채색 외벽만 봐서는 내부를 짐작할 수 없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조명과 음악 소리에 건물 전체가 들썩였다. 막 ‘루나 카니발’(달빛 축제·오후 1시, 6시 공연) 쇼를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자이언트 트리)에 열리는 ‘달의 열매’(루나 프루트)는 즐거운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데, 배우·관객들이 흥을 즐겨 같이 열매를 수확한다는 스토리다. 외국인 배우들이 곡예를 부리고 춤을 추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절정에 이르자 배우들이 짐볼보다 크고 푹신한 공(열매)을 지척 거리 관객들과 주고받았다.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공 한 번 만져보려고 달려들면서 축제 분위기가 됐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모멘트팩토리’가 ‘미스터리한 밤의 유원지’ 등 총 6가지 주제로 내부 환경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놀이기구(어트랙션)는 총 10가지다. 넓은 원통형 좌석에 둘러앉은 채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는 ‘메가믹스’(키 140㎝ 이상 탑승 가능)와 안전 장비를 차고 7m 높이에서 줄과 나무 위를 걷는 ‘스카이 트레일’(키 125㎝ 이상), 페달을 밟으면 곤돌라가 상승하는 ‘매직 바이크’(키 90㎝ 이상)는 원더박스가 국내에 최초 도입한 기구들이라고 한다. 그밖에 7~12m 높이 자이언트 슬라이드와 관람차, 회전목마, 범퍼카 등이 있다. 이날 서울에서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여성은 “처음 왔는데 아이 시선을 사로잡을 놀이기구가 많아 부모 입장에서 맘에 든다”고 말했다.
원더박스는 이용권(일반 2만8천원·어린이 2만원·36개월 이하 무료)을 끊으면 이용시간(오전 10시~오후 9시) 안에 출입이 자유롭다. 바로 옆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쇼핑몰·식당과 아트 스페이스(전시 공간)가 있다. 아트 스페이스에선 현대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앤디 워홀의 후계자로 불리는 제프 쿤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 객실과 원더박스를 모두 이용하려면 패키지 상품(33만원부터)을 구매하는 게 낫다.
김선식 기자
옹진(인천)/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