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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드랙, 나다울 자유

등록 2019-07-17 20:32수정 2019-07-17 20:39

커버스토리/드랙

2002년 <헤드윅> 개봉
한국 사회에 스며드는 드랙 문화
여성도 남성도 아닌 그들의 얘기
드랙 아티스트는 자유 표방
최근에 각종 드랙 축제도 열려
드랙 문화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공동체 ‘드랙갱즈’의 구성원들이 저마다 드랙 킹 또는 드랙 퀸으로 꾸미고 모여 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드랙 아티스트 리들, 시몬, 아장맨, 소다 캔디팝, 아키라, 포샤, 뽀뽀. 사진 김지영 제공
드랙 문화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공동체 ‘드랙갱즈’의 구성원들이 저마다 드랙 킹 또는 드랙 퀸으로 꾸미고 모여 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드랙 아티스트 리들, 시몬, 아장맨, 소다 캔디팝, 아키라, 포샤, 뽀뽀. 사진 김지영 제공
2002년 영화 <헤드윅>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국내 대중문화 영역에 ‘드랙’(드래그)의 존재가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뒤 2005년 뮤지컬 <헤드윅>이 무대에 올랐고, 초연 뒤 그 인기는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 초연 14년을 맞는 뮤지컬 <헤드윅>은 오는 8월16일, 지난 마지막 공연이 있은 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드랙 퀸’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헤드윅> 속 드랙 문화는 드랙 문화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나에게 ‘드랙’은 사회에서 정하고 요구하는 여성성, 남성성을 허무는 싸움이다.” 지난 6월29일 250여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가운데 열린 ‘부산 드랙 프롬’에서 만난 드랙 아티스트 ‘왕자’의 설명이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그는 그 안에 갇혀있을 뿐이었다. 20대인 왕자, 그는 스스로를 ‘넌바이너리’(non-binary)라 여긴다. 여성도 남성도 아닌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다. 왕자는 “드랙 킹 아장맨의 무대를 영상으로 2017년 처음 접했는데, 그게 뇌리에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그 당시 ‘넌바이너리‘인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었는데, 드랙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랙 메이크업을 하는 그에게 어머니는 “무슨 괴물 같은 화장을 하고 그러니!”라고 타박한다. 왕자는 어머니의 타박이 칭찬으로 들린다. “기괴한 화장을 좋아한다. 한눈에 보고 여자일까, 남자일까 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그런 화장 말이다.”

부산 드랙 프롬의 무대에 오른 드랙 아티스트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자유’ 그 자체다. 표현하고 싶은 자신을 가두지 않고, 무대 위에 팔딱팔딱 뛰게 풀어 놓는다. 각자의 몸은 백색 도화지일 뿐이다. 도화지 위에 형형한 색감을 발하는 드랙 아티스트들의 몸짓에 자유의 에너지가 넘친다. 관객들도 그 힘에 이끌린다. 관객으로 참석한 제이(가명)는 “드랙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되고, 나 역시 거기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나 유튜브 등 영상으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개성이 뚜렷한 드랙 아티스트들이 모여 대안 가족, 대안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른바 ‘하우스’의 탄생이다. ‘하우스’는 드랙 아티스트를 비롯한 성 소수자 등이 모여 이룬 가족이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다. 보다 다양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드랙 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드랙 아티스트들이 모여 ‘하우스 오브 허벌’이라는 대안 가족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다.

드랙 문화는 여전히 국내에서 낯설다. 그들이 무대에 풀어놓는 이미지들은 전형적인 ‘아름다움’과 동떨어진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드랙 문화 또는 그 요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별도로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올해로 2회째를 맞았고, 드랙 킹들이 퍼포먼스를 뽐내는 드랙킹 콘테스트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렸다. 드랙 공동체 ‘드랙 갱즈’는 드랙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워크숍도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다. 당장 동영상 콘텐츠로 드랙 메이크업을 배워볼 수도 있다. ESC가 낯선 아름다움을 좇는 사람들을 위해 ‘드랙 문화’를 소개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드랙(Drag) 드래그.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드랙 문화는 공연 문화, 성 소수자 문화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남성 또는 여성이 의상과 화장을 통해 표현한 여성을 ‘드랙 퀸’이라 한다. ‘드랙 퀸’이 등장하는 영화와 뮤지컬이 인기를 얻으며 ‘드랙 문화 = 드랙 퀸 문화’로 여겨지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해다. 드랙 킹, 성별 또는 성별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드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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