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브레 체크 드레스에 같은 패턴 코트를 매치한 니나 리치 옷. 사진 니나 리치 제공
체크(바둑판 모양 무늬) 패턴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 돌아왔다.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체크 패턴을 받아들이면 신선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2019년 하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체크 디자인은 ‘하운드 투스 체크!’
가을은 체크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체크 패턴이 빠진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덕분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옷장에 체크 패턴이 프린트된 패션 아이템 하나쯤은 갖고 있다. 셔츠, 재킷, 코트, 스웨터, 바지, 머플러 등 체크 패턴이 뻗치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체크 패턴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지나치게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캐주얼한 분위기가 꺼려진다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그저 기우다. 체크는 두께와 간격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신할 수 있고,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선호하는 컬러, 피부 톤, 평소 즐기는 스타일 등에 적합한 패턴을 찾기까지 여정은 길고 귀찮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패턴을 찾기만 하면 스타일 지수는 급상승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타탄체크 패턴 재킷으로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한 패션 브랜드 끌로에. 사진 끌로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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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주목해야 ‘하운드 투스 체크’
두께와 간격에 따라 종류가 구분되는 체크 중 올가을·겨울에 눈여겨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하운드 투스 체크’(hound tooth check)다. 사냥개의 이빨을 닮았다는 뜻의 이 체크 패턴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2019 가을·겨울 시즌’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대부분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패턴인데, 클래식하면서도 동시에 단조로운 색감 덕분에 현대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문양이다. 흰색을 기본으로 빨간색, 파란색, 갈색 등을 배색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여느 체크보다 큼직한 크기인 하운드 투스 체크는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그만이다. 샤넬의 디자이너 고 카를 라거펠트의 마지막 쇼였던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의 오프닝을 장식한 것도 바로 이 하운드 투스 체크 패턴의 코트 룩이었다. 하운드 투스 체크 외에 깅엄, 타탄, 플래드, 셰퍼드, 글렌 등 다채롭고 다양한 모양의 체크도 런웨이를 가득 채웠다.
작은 격자무늬 모양인 깅엄 체크는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소품 제작에도 자주 활용되는 무늬다. 흰색과 다른 색 등 두 가지 색이 어우러지는 깅엄 체크는 시각적인 경쾌함 때문에 여름철 의복에 즐겨 사용된다.
브라운 계열의 글렌 체크로 룩을 완성한 끌로에. 사진 끌로에 제공
가을·겨울 시즌 남성 슈트나 코트에 자주 사용되는 글렌 체크는 작은 격자가 모여 큰 격자를 만들어 낸 형상으로 ‘글레너카트 플래드’라고도 한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레이, 브라운, 블랙 등의 색이 주로 문양 직조에 사용된다.
타탄체크는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에서 유래했다. 체크가 2중, 3중으로 겹쳐져 복잡하고 화려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체크 패턴보다 색이 다양해 시각적 강렬함을 선사한다. 가을보다는 겨울 패션에 더욱 잘 어울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인테리어 용품에도 타탄체크가 입혀진다. 검정과 녹색으로 이뤄진 것은 블랙워치 타탄, 갈색 계열은 브라운워치 타탄으로 부르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민속 의상인 킬트(남성용 치마)가 대표적인 타탄체크인데, 거기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들이 여성용 치마 디자인에도 자주 사용했다.
변형된 타탄체크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 사진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공
니트 소재에 주로 쓰이는 마름모 무늬 역시 체크의 한 종류다. 아가일 체크라고 불리는 이것은 다이아몬드(마름모) 무늬가 특징이다. 마름모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도 있고, 그 위에 가느다란 격자무늬가 겹쳐진 것도 있다. 스웨터, 양말 등의 문양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하절기에 인기 있는 체크 중에는 셰퍼드 체크도 있다. 셰퍼드는 양치기란 뜻으로 양치기가 입었던 흑백 줄무늬 천에서 유래했다. 하운드 투스 체크와 비슷하지만, 패턴의 크기가 작고, 주로 흰색과 검은색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슈트나 코트, 스커트 등 활용범위가 넓다.
■ 체크에 체크를 더하다
다양한 체크 패턴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계절과 트렌드, 성별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받고 있는 체크 패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다가오는 계절 체크 패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명백하다. 바로 ‘믹스 앤드 매치(mix and match)!’ 이질적인 색상이나 디자인 옷을 섞어 입는 것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한 가지 체크 패턴에 만족하지 못 했다. 두 가지 이상의 패턴을 조합해 새로운 느낌을 연출했다. 컬러와 크기가 다른 체크를 조합하면 상상 이상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체크의 크기가 확연히 다른 두 가지 패턴을 조합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화려한 컬러의 타탄체크는 무채색의 글렌 체크와, 하운드 투스 체크는 비슷하지만, 문양의 크기가 작은 셰퍼드 체크와 조합하는 식이다. 만약 이 방법이 부담스럽다면, 같은 종류지만 색이 다른 체크를 혼합하는 것도 좋다.
회색의 글렌 체크로 모던한 슈트 룩을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사진 마이클 코어스 제공
두 가지 이상의 체크 패턴을 활용해 스타일링 할 때 주의할 점은 다른 프린트는 가미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시즌은 체크 패턴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세련된 연출 방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화려한 가방이나 구두보다는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선택하고, 의상 역시 단순한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크 패턴에 사용된 색으로 가방과 신발을 통일하면 시각적으로 한층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올가을·겨울 체크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계획 중이라면, 메카 트렌드로 떠오른 슈트 룩에 적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번 시즌 허리 라인을 살리고, 어깨를 둥글게 처리하는 등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살린 여성용 슈트가 대거 선보였다. 슈트와 체크의 궁합은 이미 남성용 복식에서 입증된 바 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재킷과 팬츠를 같은 패턴으로 통일해도 좋고, 다른 패턴을 조합하는 방식 또한 추천한다. 카를 라거펠트가 보여준 것처럼 체크 슈트 위에 체크 코트를 덧입는 것도 올가을·겨울 유용한 패션 스타일링 팁이다.
클럽 체크 재킷을 선보인 패션 브랜드 셀린느. 사진 셀린느 제공
옷장 속에 잠들어있던 재킷, 스웨터, 코트 등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해야 할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을에 새로운 스타일링으로 스타일 감도를 높여보자.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스타일링에 임하면 극적이고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글 신경미(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각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