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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공캉스’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등록 2019-10-31 09:20수정 2019-10-31 19:02

여행

공항을 여행지로 여기는 이들 늘어
짧은 휴식 제공하는 교통 편리한 공항
리모델링해 새 옷 입은 김포공항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가득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김포공항 로비.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김포공항 로비.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공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여행’을 제일 먼저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방문하는 곳, 도착하는 사람과 출발하는 사람이 뒤섞인 혼잡한 곳. 하지만 설렘이 있는 공간이 공항이다. 지금 공항은 달라지고 있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지만, 긴 여행을 떠나기엔 부담스러운 이들이 있다. 그들은 요즘 공항을 찾는다. 회사원 윤승원(30)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김포공항을 찾는다. “지하철 강남역에서 공항 리무진으로 30여분이면 도착하는 김포공항에 자주 놀러 가요. 복잡하고 지루한 탑승 수속 과정, 보안 검색 과정 등을 거치지 않고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에게 김포공항은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일종의 ‘여행 놀이터’인 셈이다.

‘공항 여행자’가 늘어나고 있다. 알록달록한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이들의 흥이 묻은 얼굴, 드르륵 몇 초마다 바뀌는 출·도착 비행기 정보, 여행지 지도를 펼쳐 놓고 계획을 세우는 여행자들의 소란스러움 등은 공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표정들이다. 비록 자신은 그들처럼 여행을 떠나지 못하지만, 그들의 웃음 띤 흥분에 편승해 간접체험을 하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가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이 편리한 김포공항은 ‘공캉스(공항+바캉스)’족에게 최적의 짧은 휴가지다.

‘아뜨리움’이라 불리는 공항 내 공원.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아뜨리움’이라 불리는 공항 내 공원.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포공항 전망대 외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포공항 전망대 외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고개 들면 나는 비행기가 보이네

김포공항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새 옷을 입었다. 대형 쇼핑몰인지 멀티플렉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볼 것도, 제대로 먹을 곳도 없었던, 여행 떠나기 전 잠깐 들렀다 가는 그 옛날의 공항이 아니다. 지난 28일 김포공항을 찾았다.

공항 1층에 들어서자마자 천장까지 닿을 듯한 대형 자작나무 화분이 보였다. ‘아뜨리움’이라 불리는 공항 내 공원이다. 키 큰 자작나무 화분 사이로 지나다니다 보면 자연 속에 있는 듯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뜨리움 왼편에는 ‘플레이보 6 라이트’가, 오른편에는 ‘플레이보 6 뉴트로’가 있다. 플레이보 6 뉴트로는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새로움+복고) 콘셉트로 공간을 꾸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980년대 경양식집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부터 학교 앞 분식집을 찾았을 때 드는 흥겨움까지 다채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제각각 다른 콘셉트를 주제로 한 공간이 매력적이다. 이곳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는 음식이다. 중식, 경양식, 한식, 각종 면 등을 즐길 수 있는 데다 반찬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다. 김포공항 관계자는 “대충 먹는 공항 식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한 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여행에서 전망대 방문은 필수 코스다. 김포공항에도 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다른 여행지의 전망대와는 조금 다르다. 공항 건물 4층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비행기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비행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라고 한다. 시원하게 뻗은 활주로와 주기장(비행기 따위를 세워 두는 곳)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다. 이륙하고 착륙하는 비행기의 위엄을 고스란히 한 눈에 넣는 건 특별한 재미다. 기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별난 경험이다.

공항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 옆 한국공항공사 본사 6층에는 ‘김포공항 전망대’가 있다. 김포공항 조감도, 세계 항공사에 자주 회자되는 비행기 모형과 비행기와 관련된 각종 전시물이 펼쳐져 있다. 내부를 비행기처럼 꾸며 놓아 신기해하는 이들이 많다. 공항 관계자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 특히 많이 찾는 공항 관광 명소”라고 말한다. 일종의 작은 항공박물관인 셈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전 9시 개관해 오후 5시에 폐관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뒤편에는 대중 골프장 ‘인서울 27 골프클럽’이 있다. 10월 중순께 개관한 ‘신상 골프장’으로 27홀 규모다. 골프가 취미가 아닌 이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주민체육시설로 탈바꿈할 이곳에는 잔디마당, 축구장, 테니스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비행기 내부를 형상화해 꾸며 놓은 한국공항공사 본사 6층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비행기 내부를 형상화해 꾸며 놓은 한국공항공사 본사 6층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포공항 전경을 확인할 수 있는 조감도.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김포공항 전경을 확인할 수 있는 조감도.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비행기 내부를 형상화해 꾸며 놓은 한국공항공사 본사 6층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비행기 내부를 형상화해 꾸며 놓은 한국공항공사 본사 6층 ‘김포공항 전망대’ 내부.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정감 어린 빵부터 세련된 샐러드까지

여행의 진짜 즐거움은 미식이라는 말이 있다. 김포공항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4층에 있는 ‘스카이 31 김포 푸드 애비뉴’에는 서울 시내 이름난 맛집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지금 ‘핫’한 식당들을 모아 놓은 ‘음식 편집숍’에 가깝다. 얼큰한 육개장칼국수로 이름 높은 ‘문배동 육칼’,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의 고급 버전인 ‘버거랩 바이 롯데리아’, 육회 비빔밥 전문점인 ‘편대장 영화식당’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커피 브랜드 ‘일리’의 에스프레소까지 더하면 식후도 든든하다.

‘스카이 31 김포 푸드 애비뉴’.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스카이 31 김포 푸드 애비뉴’.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곳에만 먹거리가 있는 건 아니다. 플레이보 6 뉴트로와 다른 콘셉트로 운영되는 ‘플레이보 6 라이트’에는 통옥수수빵으로 유명한 대구의 ‘삼송빵집’,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도쿄짬뽕’ 등이 포진해 있다. 자주 가기 힘든 지방의 맛집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진다고 한다. 플레이보 6 뉴트로에 있는 ‘반찬상점’에서는 ‘닭가슴살 퀴노아 샐러드’, ‘슈림프 콘 샐러드’, ‘햄·모차렐라 샐러드’ 등을 판다. 쇼핑하듯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르다. 플레이보 6 뉴트로의 다른 곳엔 짜장면과 탕수육, 돈가스, 냉면, 만둣국, ‘우삼겹 된장찌개’ 등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를 파는 곳도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새롭게 단장한 김포공항에는 다양한 먹거리 가게가 입점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새롭게 단장한 김포공항에는 다양한 먹거리 가게가 입점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공룡이 유혹하네

김포공항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티호텔, 롯데 시네마, 스카이파크로 구성된 롯데몰이 있다.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다. 공항을 방문하는 이의 ‘잇 플레이스’라 할 만하다. 공룡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손님을 맞는다. 특히 아이와 함께 찾는 이들이 많다. 공룡 전시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항은 지금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포공항도 그 중심에 서 있다. 언뜻 보면 테마파크처럼 보일 정도다. 더위가 이미 물러가서 ‘바캉스’를 얘기하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짧지만 강렬한 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김포공항은 ‘공캉스’ 명소 명단에 올려기 충분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시대다. 공항은 더는 잠깐 머물렀다 떠나가는 종점이 아니다.

글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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