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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스릴 넘치는 1초의 승부!…씨름의 귀환

등록 2020-01-23 09:13수정 2020-01-24 19:09

커버스토리 | 씨름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씨름
<씨름의 희열> 등 방송도 한몫
경량급 씨름 선수들의 분투와 매력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환호
&lt;한국방송&gt;(KBS) 프로그램 &lt;씨름의 희열&gt;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승리의 순간에 포효한다. 역동적인 발놀림이 모래를 차올린다. 모래 알갱이는 크게 반원을 그리는데, 그 궤적이 마치 수많은 별이 모인 성단처럼 아름답다. 씨름 얘기다. 주로 음악 프로그램 공개방송이 열리는 <한국방송>(KBS) 신관 공개홀 무대에 지름 9m의 모래판이 지난 11일 깔렸다. 580석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6000명 이상 몰린 신청자 중 10대 1이 넘은 경쟁률을 뚫고 행운을 거머쥔 이들이다. ‘(노)범수야 꽃가마 길만 걷자’ ‘허선행 응원행’ ‘바나나 장사 윤필재’ 등 알록달록한 손팻말이 케이(K)팝 아이돌 응원에 지지 않는다. 경기 시작 전 관객석을 둘러보다 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내 동년배들 다 씨름 좋아한다’는 손팻말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화제의 유튜브 씨름 동영상에 달린 댓글 ‘이 좋은 걸 할배들만 보고 있었다니’를 염두에 둔 화답 같았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방송>(KBS) 의 방송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직관’(직접 관람) 이벤트 녹화 현장이다.

&lt;한국방송&gt;(KBS) 프로그램 &lt;씨름의 희열&gt;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만기를 ‘모래판의 황제’보다 방송에 등장한 모습 때문에 장모와 툭탁거리는 사위로 봐도, ‘모래판의 악동’으로 불리던 강호동을 예능인으로만 알아도 괜찮다. 과거 ‘씨름의 전설’로 불렸던 스타들을 몰라도 좋다. 지금 젊은 씨름 팬들은 ‘샅찢남’(샅바 찢은 남자) 황찬섭, 불같은 승부욕의 허선행 등 씨름판 아이돌에 열광하고 금강급 트로이카 임태혁, 이승호, 최정만의 이름을 외친다. 경량급(몸무게 90㎏ 이하)이 주목받는 새로운 모래바람. <씨름의 희열>은 씨름 팬 세대교체의 구심점이다.

80㎏ 이하 태백급 선수 노범수, 박정우, 손희찬, 오흥민, 윤필재, 이준호, 허선행, 황찬섭 등과 90㎏ 이하 금강급 선수 강성인, 김기수, 김태하, 이승호, 임태혁, 전도언, 최정만, 황재원 등이 주인공이다. 경량급 씨름의 최상위권 선수들이 제1회 ‘태극장사 씨름대회’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씨름의 희열>은 라이벌, 창과 방패, 노장 대결, 왕좌의 주인과 신흥 강자들의 경기 등으로 선수들 각각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태극장사는 중량급(90㎏ 이상) 위주의 ‘천하장사 씨름대회’ 대신 <한국방송>과 대한씨름협회가 만든 씨름대회다. 무엇보다 기술 씨름의 재미를 일깨웠다. 경기 시간은 1분. 나의 기술과 상대의 주특기를 가늠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수 싸움이 벌어진다. 단 1초 만에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현대 씨름의 스릴을 전한다. 관람 온 한 여성 팬이 말했다. “드라마보다 씨름이 재미있어요.”

무게와 덩치 싸움, 지루한 시간 끌기. 어르신들만 보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짙었던 씨름은 2009년께 체중 상한제를 도입해 힘 씨름에서 기술 씨름으로 전환을 꾀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려면 샅바 잡기도 중요하다. 이전보다 샅바를 더 잡을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경기 시작 전 샅바 잡는 기준이 되는 팬티의 하얀 부분 폭을 10㎝에서 15㎝로 늘린 것이다. 방송에서는 씨름 팬티의 엉덩이 부분에 선수들의 소속팀과 이름을 적지만, 실제 민속 씨름 경기에서 엉덩이 부분은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광고판 역할도 한다. 선수의 이름은 팬티의 하얀 부분에 적는다. 이 라인은 운동복의 멋으로 넣은 선처럼 보이지만, 역할이 있다. “경기 시작 전, 샅바를 쥐는 기준선이다.” 대한씨름협회 이승삼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lt;한국방송&gt;(KBS) 프로그램 &lt;씨름의 희열&gt;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이날 경기는 4라운드 8강 진출자 결정전이었다. 2월22일 방송되는 마지막 생방송 진출자 8명을 가리는 경기였다. 이 때문에 경기 내용과 결과를 방송 전 미리 밝힐 순 없다. 누가 탈락자인지 등 승패를 전할 수는 없지만, 이 한 줄은 괜찮을 거라 믿는다. 씨름을 보다 눈물을 글썽일 줄이야! 가벼운 마음으로 취재하러 갔다가 소리 높여 응원하는 바람에 목이 쉬어서 돌아왔다. 기술을 걸고 버티고 뒤집는 순간마다 선수들의 긴장하는 근육을 눈앞에서 보면서 숨이 턱 막혔다. 정신 놓고 환호를 보탰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관중이 얼마 되지 않은 휑한 경기장에서 오랫동안 씨름을 지켜온 선수들에게 더 많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명절이면 으레 어디선가 씨름 경기를 하겠거니 하고 시큰둥하게 여겼다. 이번은 다르다. 설 연휴다. 멋진 씨름을 볼 수 있다! 23일부터 충청남도 홍성군 홍주문화체육센터에서 ‘2020 홍성설날장사씨름대회’ 체급별 결정전이 열린다. 23일 태백장사(80㎏ 이하)를 시작으로 24일 금강장사(90㎏ 이하), 25일 한라장사(105㎏ 이하), 26일 백두장사(140㎏ 이하), 27일 여자부 개인전 및 단체전 결승과 중계방송이 예정되어 있다. 모든 경기 입장은 선착순이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글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lt;한국방송&gt;(KBS) 프로그램 &lt;씨름의 희열&gt;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lt;한국방송&gt;(KBS) 프로그램 &lt;씨름의 희열&gt;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녹화 현장.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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