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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2020 대한민국 ‘방슐랭 가이드’

등록 2020-01-30 09:12수정 2020-01-30 09:16

낯선 감촉과 포근한 기분은 호텔의 본질
호텔 품질 평가하는 미지의 ‘방슐랭’ 세계
깨알 같은 디테일과 날것 그대로의 실제 상황
전국 프리미어 등급 품질인증 숙소 64곳 소개도
일러스트 이민혜
일러스트 이민혜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호텔 방에서 헐레벌떡 샤워하고 물기를 닦고 나니 이건 깔개로 쓰는 발수건이 아닌가? 당혹스러운 굴욕감도 잠시,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왜 호텔 수건은 늘 4종류인가.’ 발수건, 얼굴수건, 목욕수건, 손수건. 만일 호텔 객실에 왜 항상 옷걸이가 7개 걸려 있는지도 궁금했다면 당신은 셜록 홈스 같은 탐정이거나 옷 부자임이 틀림없다. 4종의 수건과 7개의 옷걸이가 있는 호텔은 낯설지만, 풍족하다. 발수건의 감촉은 낯설었지만 희고 깨끗하며 포근한 침대는 꿀잠을 부른다.

체크아웃은 기시감을 준다. “고객님, 호텔 이용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지난번 묵은 호텔에서도 들은 말이다. 그때마다 어색함에 순간 움찔했지만, 프런트 직원의 친절한 미소에 이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호텔은 늘 그렇게 ‘낯섦과 편안함’이라는 모순적인 감정을 선사한다. 일본 건축가 우라 가즈야가 <여행의 공간>에서 이미 호텔이란 존재를 한 줄로 요약하지 않았던가. ‘낯선 곳에서 안심할 수 있는 시공간과의 만남, 이것이 호텔이라는 존재의 일면임은 틀림없다.’

그 만남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설계 작업이 이뤄졌단 걸 미처 알지 못했다. 4종의 수건, 7개의 옷걸이, ‘호텔 직원은 미소 짓고 친절하며 호텔 이용에 불편이 없었는지 물어보는가?’ 모두 법령상 ‘호텔 등급 평가 기준표’에 명시돼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이 기준표에 따라 각각 제주도 밖과 안에 있는 1~5성급 호텔 등급을 평가한다.

ESC는 흥미로운 ‘호텔 평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한국관광공사가 위촉한 전직 호텔 등급 평가요원 A씨와, 한 호텔이 고용한 전직 ‘미스터리 쇼퍼’(호텔이 자체 서비스 평가를 위해 고용한 ‘암행 손님’) B씨로부터 그 세계의 깨알 같은 디테일과 날것 그대로의 실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호텔에 평가요원 신분을 밝히지 않는 ‘암행평가’에서 엘리베이터 얼룩과 흠집을 셀카 찍듯 슬쩍 촬영했고, B씨는 식당 조식 평가에서 크루아상을 반으로 썰어도 빵의 미세한 결이 살아있는지 확인했다. 호텔 평가는 침구의 머리카락, 샤워기의 물때, 직원의 유니폼 다림질 상태와 어법, 조식 양념과 조미료 종류를 살피는 것부터 직원 반응을 보려고 특정 상황을 연출하는 일까지 ‘정중동’(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의 종합예술’에 가까웠다.

한쪽엔 ‘별’(성급)이 없어도 빛나는 방들이 있다. 애초에 ‘별’을 받을 수 없는 업종(일반·생활 숙박업 또는 한옥체험업)이지만, 한국관광공사가 품질을 인증한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이다. 이곳들은 안전, 청결, 외관, 서비스 등을 보는 두 차례 현장평가에서 모두 평점 70점 이상 받았다. 그중에서도 평점 90점 이상 받으며 묵묵히 ‘우등생’ 반열에 오른 숙소들이 있다. 지난 29일 기준 전국에 있는 64개 ‘프리미어’ 등급 품질 인증 숙소들이다. 그 핵심 정보를 추려 소개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여행자의 방’ 평가의 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미슐랭’(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셸린 가이드>) 만큼 섬세하고도 샹플랭(17세기 프랑스 탐험가)처럼 과감한 ‘방슐랭’(호텔 평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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