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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방구석 세계여행 해볼까…‘여행 영화’ 6편

등록 2020-02-08 19:51수정 2020-02-08 19:52

휴일에도 바깥나들이 꺼려지는 요즘
주인공과 동행하듯 볼만한 ‘여행 영화’
<와일드> <정글> <파리로 가는 길> 등
주제, 지역, 유형 제각각...당신의 취향은?
영화 &lt;와일드&gt;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와일드>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여행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겹겹이 쌓인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미세먼지, 우중충한 날씨와 추위 탓에 휴일에도 집을 나서기가 겁난다. 이런 때일수록 방구석에서 차분히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볼 만한 ‘여행 영화’들이 있다. 눈과 귀를 열고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기만 해도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빛나는 풍광과 군침 도는 음식은 덤이다. 이른바, 영화와 함께하는 ‘방구석 세계여행’이다. 여행의 사전적 정의(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에 충실한 ‘여행 영화’들을 엄선했다. 대륙별 ‘여행 영화’ 6편을 골라 소개한다. 이 밖에도 <꾸뻬 씨의 행복 여행>(2014),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등 주인공이 여러 대륙을 여행하는 영화와 국내 젊은이들이 여행을 떠나 촬영한 다큐멘터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 <파밍 보이즈>(2016) 등이 있다.

<와일드>(2014): 미국 피시티(PCT·Pacific Crest Trail) 도보여행 영화 <와일드>는 26살 여성 셰릴(리즈 위더스푼)이 미국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피시티(PCT)를 걷는 여정을 담았다. 미국 남쪽 멕시코 국경부터 북쪽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4285㎞ 코스다. 같은 이름의 자서전이 원작이다. 셰릴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지평선에 맞닿은 날카로운 산맥과 여우가 사는 초원, 눈 덮인 설원을 지난다. 감독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도보여행’의 아킬레스건을 간파한 듯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긴다. 뒤죽박죽 플래시백 되는 과거 사건들이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가정폭력, 엄마의 죽음, 방탕한 생활, 이혼 등 아픈 기억들이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다. 그 파편을 맞추다 보면 셰릴의 초연한 표정과 무모한 도전의 배경도 서서히 드러난다. 그는 사막에 텐트를 치고 찬물에 죽을 불려 먹고, 자신의 몸보다 큰 배낭에 등이 멍들고 발이 피투성이가 되는 고난에 점점 지쳐 간다. 그런데도 엄마의 말 한마디는 끝내 놓지 않는다. “네게 가르칠 게 한가지 있다면 네 최고의 모습을 찾으라는 거야.” 귀를 막고 타인(그리고 자신)을 외면하던 그는 94일간 홀로 걷는 길 위에서 변해간다.

영화 &lt;정글&gt; 스틸컷. 코리아스크린 제공
영화 <정글> 스틸컷. 코리아스크린 제공

<정글>(2017): 볼리비아 오지 여행 1981년 이스라엘 모험가 ‘요시 긴즈버그’가 아마존 정글에서 30일간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탈출한 기록이 원작이다. 영화 <정글>에서 긴즈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우연히 만난 사진작가 케빈, 교사 마커스와 동행한다. 긴즈버그는 현지 가이드 칼(토마스 크레취만)에게 ‘잃어버린 종족’이 사는 정글에 관해 듣고 호기심에 들뜬다. 결국 일행을 설득해 정글로 향한다. 볼리비아 북부 아폴로~마디디 국립공원~루레나바케 마을로 가는 여정이다. ‘생물 다양성 보고’로 불리는 마디디 국립공원은 재규어가 사람을 위협하고 기생충이 득실거려 전문 가이드 없이 출입하는 게 금지된 곳이다. 영화는 불개미떼가 바글바글하고 짐승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긴즈버그는 극한의 긴장감 속에 정글을 걸으면서도 휘황찬란한 밤하늘의 별과 대자연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낀다. 그는 “인간의 마지막 자유는 자신의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그 자유를 위한 생존과 설득의 분투기를 그렸다. 허약한 도전정신이라면 여지없이 집어삼키는 정글에서 긴즈버그 일행은 갈등하고 분열하고 설득한다. 여행에서 동행인과의 관계가 중요하단 점을 여러모로 일깨운다. 험난한 여행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영화 &lt;파리로 가는 길&gt; 스틸컷. 티캐스트 제공
영화 <파리로 가는 길> 스틸컷. 티캐스트 제공

<파리로 가는 길>(2016): 프랑스 가이드 투어 <파리로 가는 길>은 미국인 앤(다이안 레인)이 우연히 남편의 사업 파트너인 프랑스인 자크(아르노 비야르)와 프랑스 칸에서 파리까지 동행한 여정을 그렸다. 앤은 귀 통증으로 남편과 비행기에 동승하지 못하고 자크의 자동차를 얻어 탄다. 자크는 운전실력만 빼면 최고의 ‘여행 가이드’다. 그가 제멋대로 온갖 프랑스 명소와 맛집을 소개한 덕에 앤은 알찬 1박2일 프랑스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화가 폴 세잔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의 라벤더밭, 로마인들이 지은 ‘가르 수도교’, 리옹의 뤼미에르 박물관과 직물 박물관, 폴 보퀴즈 시장 등을 여행한다. 자크는 길거리에서 앤에게 호두, 산딸기, 카시스 맛 아이스크림 3종을 모두 맛보게 하고, 레스토랑에선 양고기, 도미, 송아지, 달팽이, 누에콩 요리, 치즈, 케이크와 고급 프랑스 와인 여러 병을 주문한다. 앤이 “인제 그만 파리로 가자”고 재촉하면 “파리는 도망가지 않는다”(영화 원제 Paris can wait)고 응수하는 자크. 미국인(앤)은 결국 프랑스인(자크)에게 여행(또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리옹에서 파리로 가는 길, 이번엔 앤이 먼저 베즐레이에 있는 성 마그달레나 대성당을 들르자고 제안한다. 여행을 마치고 자크와 헤어질 때 남는 진한 아쉬움은 보는 이의 몫이다.

영화 &lt;바라나시&gt;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바라나시>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라나시>(2017): 인도 바라나시 한 달 살기 77살 아버지 다야(라리트 벨)는 아들(아딜 후세인) 앞에서 인도 북부 바라나시로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인도인들의 ‘영혼의 고향’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맞겠다는 것이다. 워커홀릭인 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버지를 따라나선다. 영화 <바라나시>는 부자가 떠난 약 한 달간의 바라나시 여행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출발하는 택시 안에서부터 티격태격한다. 아들은 기사에게 “빨리 가자”고 소리치고 아버지는 “천천히 가자”며 “이러다 거기 가기도 전에 죽겠다”고 엄살을 떤다. 숙소는 ‘호텔 샐베이션’(Salvation·구원). 계단 난간조차 없는 허름한 호텔에선 밥, 청소, 건강 모두 각자 알아서 챙겨야 한다. 인도인들은 갠지스 강물에 몸을 씻고 강변에서 호흡법을 배우며 주검을 화장한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곳이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전화기만 붙들고 있던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와 강변에서 두 콧구멍을 번갈아 쓰는 호흡법을 배운다. 카메라는 삶 너머를 응시하는 듯 종종 가까운 곳을 흐리게 먼 곳은 또렷하게 초점을 맞춘다. 호텔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부고장을 써주던 다야는 자신의 부고장도 직접 쓴다. 죽음을 맞이하러 떠난 ‘한 달 살기’ 여행은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영화 &lt;프리실라&gt; 스틸컷. 한겨레 자료
영화 <프리실라> 스틸컷. 한겨레 자료

<프리실라>(1994) :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여행 영화 <프리실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임피리얼 호텔 클럽에서 화려한 의상과 진한 화장, 하이힐로 여장해 공연하는 3인방의 사막 여행기를 그렸다. 부인과 아들 존재를 숨기고 사는 틱(휴고 위빙), 며칠 전 남편과 사별한 버나뎃(테렌스 스탬프), 북부 ‘킹스 캐니언’(협곡)에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고 오르길 꿈꾸는 아담(가이 피어스)이 동행한다. 북부 앨리스스프링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틱의 부인이 공연을 부탁해 떠난 출장이었다. 스쿨버스에 몸을 실은 이들은 동남부 시드니에서 내륙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달린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버스가 고장 나 멈춰서도 틱 일행은 유쾌하고 짓궂은 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현지인들은 틱 일행 차림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놀란 그들은 욕을 퍼붓고 틱 일행의 스쿨버스 벽에 ‘에이즈 잡균은 꺼지라’고 낙서한다. 틱 일행은 길 위에서 거침없이 싸우고 상처받고 어울린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갈등, 상처와 위로가 사막 여행 내내 이어진다. 알록달록하게 치장한 이들 뒤로 펼쳐지는 황량하고도 장엄한 사막의 대자연은 틱 일행과 영화를 보는 이 모두에게 든든한 위안을 준다.

영화 &lt;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gt; 스틸컷.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스틸컷.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 아프리카 명소 여행 등 카터(모건 프리먼)와 콜(잭 니콜슨)은 길어야 1년 남은 시한부 인생이다. 45년간 기름때 묻혀 가며 가족을 부양한 정비공 카터와 16살부터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병원장 콜은 2인1실 병실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두 노인이 함께 떠난 마지막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카터와 콜은 ’버킷리스트’에 함께 적은 ‘스카이다이빙’과 ‘문신’을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떠난다. 인도 타지마할과 에베레스트 산,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와 이집트 기자 지역 피라미드 등을 찾아간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이, 아이를 낳다 숨진 부인을 추모하며 22년간 노동자 2만명을 동원해 지은 궁전 형식 묘지다. 에베레스트 산은 세계 최고봉으로 티베트어로는 ‘초모룽마’, 세계의 여신이란 뜻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세렝게티와 죽음 이후를 생각게 하는 피라미드에선 죽음 앞에 한없이 겸손해진다. 카터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고대인들이 믿었다는 ‘천국의 입구에서 하는 두 가지 질문’을 콜에게 던진다. ‘삶에서 기쁨을 얻었는가.’ ‘남에게 기쁨을 줬는가.’ 낯간지러운 질문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의 미덕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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