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쾃’ 자세를 정확하게 수행할수록 몬스터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사진 홍덕만 제공
게임으로 운동을 한다고? 정말 운동이 될까? 재미도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된다. 그리고 재미있다. 지난해 10월 ‘닌텐도’가 출시한 ‘링 피트 어드벤처’가 그 주인공이다. 콘솔 게임기 중 하나인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는 본체 역할을 하는 액정에 ‘조이콘’(Joy-con)이라고 부르는 ‘착탈식 컨트롤러’ 두 개를 부착해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게임기다. 본체를 티브이(TV)나 컴퓨터 모니터에 연결하면 큰 화면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피트니스 게임’이라고 불린 정도로 운동과 게임을 제대로 결합했다는 평이다. 출시되자마자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화제 몰이 중이다. 운동 특화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다. 최근에는 구독자 148만명을 자랑하는 인기 유튜버 ‘피지컬갤러리’가 링 피트 어드벤처를 리뷰해 얘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재미와 운동,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리뷰하는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스트리밍을 통해 인터넷 방송하는 이들)의 관심도 뜨겁다.
‘링 피트 어드벤처’를 즐기기 위해선 우선 농구공 직경의 주변기기인 ‘링콘’에 컨트롤러 하나, 왼쪽 허벅지에 착용하는 레그 스트랩에 다른 하나의 컨트롤러를 부착해야 한다. 각각의 컨트롤러가 플레이어의 동작을 인식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 5일 처음 링 피트 어드벤처를 설치하고 체험에 나섰다. 안내에 따라 성별, 나이와 체중 등을 입력했다. 본인이 원하는 운동량도 설정할 수 있다. 게임이 시작되면 다소 당황하게 된다. 티브이 화면에 캐릭터가 내가 실제로 들고 있는 링콘과 같은 크기의 링을 들고 우두커니 서 있다. ‘조깅’을 시작하라는 안내에 따라 반신반의하며 제자리에서 살살 뛰어 봤다. 움직인다! 게다가 빨리 뛰면 캐릭터도 빨리 뛴다. 천천히 걸으면 캐릭터도 걷는다. 허벅지에 부착한 동작 인식 컨트롤러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한순간도 지연시키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화면 바닥에 깔린 동전을 캐릭터가 먹으면서 힘을 충전했다. 찬찬히 화면 속 풍경도 감상해 가며 게임을 진행했다. 온몸으로 즐기는 ‘슈퍼 마리오’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언더 푸시’ 기술을 통해 몬스터들을 공격하면 전반적인 팔 근육과 대흉근 운동에 도움이 된다. 사진 홍덕만 제공
적당한 부하가 걸리는 링콘을 두 팔로 조이면 화면 속에 있는 상자 등을 부숴 동전을 얻을 수 있고, 링콘을 아래로 향한 채 조이면 점프를 할 수 있다. 계단으로 이뤄진 길에 다다르자 허벅지를 높이 올려 뛰어야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었다. 계단뿐이 아니다. 허리까지 잠기는 늪지에서도, 거꾸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지나가야 하는 구간에서도 슬슬 뛰는 조깅이 아니라 허벅지를 높이 올리고 전력질주 비슷한 동작을 해내야 했다. 아, 이거 ‘물건’이구나.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슬슬 이마에 땀이 맺혔다.
드디어 첫 번째 몬스터를 만났다. 전투는 롤플레잉 게임의 전형적인 ‘턴제’(플레이어와 몬스터가 한 번씩 번갈아가며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형태)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선 스쾃으로 공격해봤다. 스쾃을 20번 했는데, 한번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공격했다. 몬스터의 체력이 급격히 소모됐다. 엉덩이가 무릎 높이까지 내려가는 정확한 동작을 수행하면 몬스터는 더 휘청거렸다. 대충대충 앉았다 일어나면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몬스터의 공격은 링콘을 배에 대고 복근에 최대한 힘을 주며 방어해야 한다. 모든 것이 운동이었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약 40가지의 피트니스 동작을 게임에 녹였다고 한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레벨이 오르고, 사용할 수 있는 공격 기술도 다양해진다. 링콘을 양손에 쥔 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거나 허리 높이에서 힘껏 조이는 ‘만세 푸시’와 ‘언더 푸시’는 가슴과 팔 근육을 단련하는 기술이다. 좌우로 허리를 한껏 비틀어야 하는 ‘스탠딩 트위스트’와 ‘만세 런지 트위스트’도 있다. 자리에 앉은 채 두 다리를 들어 올려 몬스터를 공격하는 ‘앉아서 무릎 당기기’, 무릎 사이에 링콘을 끼고 허벅지 안쪽으로 조여야 하는 ‘허벅지로 푸시’ 등의 동작을 계속하자 복부와 다리에 적당한 부하가 걸리면서 비 오듯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링콘을 조여야 하는 ‘만세 푸시’ 기술은 삼각근을 자극해 플레이어를 단련시킨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각각의 기술은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운동하고자 하는 부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링 피트 어드벤처’의 장점이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편이라 스쾃 등 무릎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 기술은 되도록 피했다. 게임에서는 본인이 들고 있는 링콘이 하나의 인격체인데, 하나하나의 동작을 할 때마다 “잘했어!” “최고야!”라며 추임새가 나온다. 일단 잘못 한다고 스스로를 타박하지는 말자. 캐릭터를 추가해 부부나 가족이 번갈아 가며 함께 운동을 즐길 수도 있다.
하루에 30분씩, 5일 동안 체험해본 ‘링 피트 어드벤처’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30분만 즐겨도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범벅이 됐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밖에 나가기가 싫거나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하는 운동을 꺼리는 이라면 더더욱 추천할 만하다.
게이머들에게는 익숙한, ‘회차’라는 개념이 있다. ‘최종 보스(대장)’를 잡고 한번 게임을 끝내고 나면, 적들도 캐릭터도 보다 강해진 채로 처음부터 다시 ‘2회차’ 게임을 시작하는 식이다. ‘링 피트 어드벤처’에도 회차가 존재한다. 다만 몬스터와 캐릭터만 레벨업 되는 게 아니다. 당신의 몸도 단련된다. 캐릭터와 함께 플레이어도 튼튼해진다! 과거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좀처럼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근미래’적 설정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던가.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던 기자는 ‘하루 30분 게임’으로도 녹초가 될 지경이었지만, 전문적인 ‘체육인’에게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겠다. 아내는 4년차 크로스핏 전문가다. 데드리프트를 275파운드(약 125㎏)까지 들어 올리는, 천하장사 수준의 근력을 보유한 아내는 “중량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하루의 운동량을 다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가벼운 대체 운동이나 몸풀기로는 충분해 보인다”라고 총평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닌텐도의 ‘링 피트 어드벤처’는 게임과 운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불과 두달여만에 전 세계 판매량 217만장을 돌파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 닌텐도코리아 제공
링 피트 어드벤처 외에도 몸을 움직여가며 즐길 수 있는 닌텐도의 다른 운동 게임이 있다. ‘피트니스 복싱’은 링콘은 필요 없고, 두 개의 컨트롤러를 각각 양손에 쥐고 즐기는 복싱 게임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나 ‘펌프’와 같은 리듬게임인데, 다만 정확한 박자에 주먹을 내밀어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가벼운 스텝을 밟아가며 잽과 스트레이트, 어퍼컷, 훅 등의 동작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반복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간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우선 본체인 ‘닌텐도 스위치’가 필요한데, 소비자가는 36만원이다. 링콘과 레그 스트랩 등의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링 피트 어드벤처’의 출시 가격은 8만4800원이다. 더 이상의 비용은 들지 않는다. 원한다면 ‘평생 운동’ 기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등록해 놓고 허공에 날린 헬스장과 체육관 이용비용에 견주면 합리적인 수준이 아닌가. 당신도 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