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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기묘한 이야기’ 입은 옷…협업 끝판왕은?

등록 2020-02-13 09:32수정 2020-02-13 20:13

패션
쏟아지는 패션계 컬래버레이션
대중 브랜드와 고급 의류의 협업 등
유명한 넷플릭스 시리즈와 협업한 패션도
재판매 협업 제품 가격 천정부지
6월께 마이클 조던과 협업 제품 출시 예정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에이치앰엔의 협업 제품. 사진 에이치앰엔 제공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에이치앰엔의 협업 제품. 사진 에이치앰엔 제공

세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패션이나 스타일이다. 컬래버레이션(협업)은 브랜드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면서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신선하고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의 끝판왕 격인 이벤트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우리는 협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패션의 원동력, 아니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새로움’에 있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새로운 색과 모양 같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사람 등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것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거기에 관심을 쏟는다. 다행히 인간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인이 수시로 등장하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지루한 일상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패션 업계는 흥미로운 분야다. 유서 깊은 역사와 풍부한 아카이브를 자랑하는 브랜드를 선망하면서도 한편으로 고개를 돌려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가 많다. 명민한 마케터들과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은 변덕 심한 고객의 마음을 기존 방식이 아닌 다른 식으로 사로잡아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컬래버레이션, 바로 협업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협업의 형태는 단순했다. 인지도가 높고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메이저 브랜드가 이슈가 될 만한 인재를 등용하는 식이었다. 신선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인들은 능력과 끼를 펼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에이치앰엔의 협업 제품. 사진 에이치앰엔 제공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에이치앰엔의 협업 제품. 사진 에이치앰엔 제공

그다음 등장한 형태는 매스(Mass·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에이치앤엠(H&M)이다. 에이치앤엠은 해마다 이자벨 마랑, 베르사체, 토템,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 유수의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고가 의류를 구입하기 어려운 대중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렇듯 수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패션 협업은 오늘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컬래버레이션의 끝판왕’이라고 평할 조합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고정관념을 버린 협업은 더욱 새롭고 자극적이다. 스포츠, 음악, 건축, 인테리어 등 분야를 가르던 울타리는 허물어졌고, 브랜드와 사람 혹은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던 형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협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파리 ’오트 쿠튀르’(맞춤 고급 의류) 쇼에서 마틴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슈즈인 타비가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대표적인 컬렉션인 퓨리의 디자인을 타비에 접목했다. 타비 슈즈의 시그니처인 앞코가 두 갈래로 갈라진 디자인과 퓨리의 디자인이 합쳐진 신발은 운동화도 아니고, 구두도 아닌 독특한 형태였다. 앞코는 분명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소재나 디테일 등은 퓨리 스니커즈를 오롯이 따른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이 신발이 누구보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선점하는 ‘패피’(패션 피플)들의 쇼핑 리스트에 최상위로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발렌티노와 오니츠카 타이거가 협업한 제품은 색이 화려하다. 사진 오니츠카 타이거 제공
발렌티노와 오니츠카 타이거가 협업한 제품은 색이 화려하다. 사진 오니츠카 타이거 제공

이와 비슷한 예는 또 있다.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2020 에프/더블유(F/W) 컬렉션’에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와 일본 신발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가 협업한 스니커즈가 공개됐다. 메종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오니츠카 타이거의 유명한 고급 모델인 ‘멕시코66™ 에스디(SD)’를 협업할 만한 제품으로 주목해왔다고 밝혔다. 그에 의해 재해석된 오니츠카 타이거의 스니커즈는 발렌티노의 디자인 디엔에이(DNA)가 여럿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발렌티노의 상징적인 네 가지 선명한 컬러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마음을 벌써 들뜨게 하고 있다. 프라다와 아디다스의 만남, 일명 ‘프라디스’ 또한 놓칠 수 없다. 두꺼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이 거대한 두 브랜드가 첫 번째 협업을 통해 탄생시킨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팔렸다. 프라다는 아디다스와의 협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지속해서 진행할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프라다와 아디다스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 사진 아디다스 제공
프라다와 아디다스가 컬래버레이션 한 제품. 사진 아디다스 제공

패션과 패션의 만남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가 만나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기묘한 이야기>와 나이키, 에이치앰엔(H&M)의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여름 이 파격적인 협업은 패션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 등장하는 학교명과 로고, 배경 등을 신발과 옷에 프린트했다.

가장 최근 들려온 획기적인 협업 소식은 단연코 루이뷔통과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만남이다. 지난해 12월 루이뷔통의 아트 디렉터 니콜라스 제스키에르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에 자신의 디자인을 입힌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전례 없는 만남에 패션 관계자뿐 아니라 게임 마니아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루이뷔통의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은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평소 루이뷔통과 패션이나 트렌드에 관심이 없던 신규 고객까지 주목하게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럭셔리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이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힙’하게 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은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임이 틀림없다.

며칠 전 수백 켤레의 스니커즈를 가지고 있는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지드래곤이 참여한,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 원’과 나이키의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점을 고려하면 꽤 늦은 포스팅이었다. 사정을 물어보니 리셀러(Reseller·웃돈 받고 되파는 이)를 통해 구입했는데 그마저도 석달이 걸렸다고 했다. 조심스레 가격을 물어보니 경악할 수준이었다. 그에게 그 돈을 주고 구입할 가치가 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뉘앙스와 함께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남들이 다 갖는 걸 나도 가지는 건 의미 없어.” 그의 선택을 단숨에 이해시키는 명료한 답이었다. 수많은 브랜드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브 생로랑을 입은 라이카 카메라. 사진 사진 라이카 카메라 제공
이브 생로랑을 입은 라이카 카메라. 사진 사진 라이카 카메라 제공

희소성! 희소성이야말로 앞서 말한 ‘새로움’과 함께 구매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부추기는 원동력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제품을 손에 넣었을 때, 고객은 그 브랜드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쏟고 충성심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다음 쇼핑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세 번째 협업이 이어지면 고객은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다. 협업은 젊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한정 수량만 생산하기에 재고 부담도 덜 수 있다. 이 시대를 사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느 지점에서 열광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날이 진보한 형태의 신선한 협업 뉴스가 들려오는 까닭이다.

올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협업 뉴스는 계속 이어진다. 귀가 번쩍 뜨이는 협업 뉴스 중 하나는 디올 맨의 협업 소식이다. 디올 맨 크루즈 쇼에서 첫선을 보인바 있는 마이클 조던과 협업한 ‘에어조던 1 하이 오지(OG)’가 주인공이다. 6월께 1천켤레만 판매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이나 정보는 아직 비밀이다. 분명한 것은 삽시간에 ‘완판’될 것이며, 리셀(Resell) 가격도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경미(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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