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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맛있고 간편한 일주일치 밥상, 뚝딱뚝딱 ‘밀프렙 식단’

등록 2020-03-26 09:22수정 2020-03-26 09:37

재택근무 느는 요즘
끼니 만들다 시간 허비
간편한 밀프렙이 해답일 수도
14개 밀프렙 도전해 보니
간편하면서 맛난 끼니 완성
밀폐용기에 나눠 담은 밀프렙 끼니들.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밀폐용기에 나눠 담은 밀프렙 끼니들.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었다. 집에서 끼니를 챙기다가 해가 저무는 일이 잦다. 음식 배달 앱을 클릭해서 끼니를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밥값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업무 시간 확보가 필수. 밥해 먹느라 밥벌이 시간이 빠듯하다. 미리 준비하는 끼니, 밀프렙(meal-prep)으로 조리 시간을 단축해보자. 좋아하는 식재료로 질리지 않게 먹는 밀프렙 도전기.

밀프렙은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로 며칠 식사를 미리 준비하고 끼니때마다 꺼내 먹는 것이다. 체중 감량이 목적인 이들이나 비건에게도 유용하다. 밀프렙 레시피를 검색하면 주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이 많다. 하지만 이번 목표는 잘 챙겨 먹는 밀프렙이다. 단백질 섭취를 닭가슴살로 하려다가 닭가슴살이 원수가 될 뻔했던 적이 있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려고 메모를 시작했다. ① 좋아하는 재료로 질리지 않게. ②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③ 조리법은 간단할 것. 평소 기본 식재료를 쟁여 두었다가 몇 가지를 조합해 조리하다 보니, 남은 애호박이 쪼글쪼글해지고 양파 조각이 물러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밀프렙 순서는 거꾸로다. 3~7일까지 보관이 가능한 메뉴에 맞춰 장을 본다. 조리가 번거로우면 귀한 주말을 음식 만들다 날릴 수 있으니까 효율도 고려해야 한다. 조리법에 따라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가스레인지 등을 선택해 조리 시간을 아낀다. 3시간 안에 12끼 완성이 목표다. 메뉴는 냉장실에 두고 3~4일 안에 먹는 한 그릇 6끼와 냉동했다가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먹는 주식에 곁들이는 사이드 조합 6끼로 나눴다.

냉이 파스타.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냉이 파스타.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 파릇파릇 봄을 껴안은 ‘한 그릇 6끼’

냉이 파스타, 닭 안심살 샐러드, 당근 라페
찬 감자 샐러드, 훈제오리 브로콜리구이, 셀러리 스틱

3월이 제철인 냉이 한 봉지를 나눠서 반은 올리브오일 파스타 조리에 쓰고, 나머지는 전기밥솥에 넣어 밥을 지었다. 기름에 볶은 냉이는 뿌리에서 단맛이 올라오고 봉골레 스파게티의 조개 향이 살짝 났다. 샘표 ‘우리맛 연구’ 팀이 지난해 발표한 봄나물 연구 보고서에도 냉이는 ‘독특한 향미 속 숨겨진 해물 향’을 가진 식재료라고 적혀있다. 차게 먹을 때는 레몬즙을 뿌려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밥솥에서 향긋한 냉이 내음이 퍼지는 동안, 당근을 손질한다. 프랑스식 당근 샐러드인 당근 라페를 만들기 위해서다. 채를 치거나 채소 필러로 얇게 민 당근에 홀 그레인 머스터드와 레몬즙, 올리브유를 더해 비비면 완성이다. 빵에 올려 먹고 고기에 곁들이면 좋다. 채 친 당근이 뻣뻣하면 소금을 살짝 뿌려 숨을 죽이면 되지만, 필러로 얇게 벗기면 머스터드소스의 염분만으로 간이 충분하다. 홀 그레인 머스터드 대신 딜 머스터드를 넣으면 당근 향과 어우러져 풋사과 같은 상큼한 향이 난다.

음식물 쓰레기는 남기지 않기로 했다. 브로콜리도 심까지 잘라 훈제오리와 함께 에어프라이어에서 구운 이유다. 셀러리도 이파리까지 먹었다. 아삭하고 향긋한 셀러리 줄기는 냉장고에 일주일을 둬도 신선함이 적당히 유지된다.

찬 감자 샐러드나 삶은 닭고기에 셀러리나 파프리카 등을 곁들일 때는 레몬즙이나 식초를 사용한 소스를 사용했다. 보관도 편하고, 덜 질린다. 밀폐용기에 음식을 나눠 담고 빈틈에는 금귤과 방울토마토로 채웠다. 네티즌들이 올린 밀프렙 관련 사진들을 보니 방울토마토 꼭지가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었다. 어떤 쪽이 보관에 유리할까?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꼭지를 뗀 방울토마토가 더 오래 상품성을 유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꼭지를 떼면 부패균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는 식은 상태여야 한다. 습기가 맺히지 않고 변질을 늦출 수 있다.

두부 소보로.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두부 소보로.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맛의 씨줄과 날줄, 주식에 곁들이는 사이드 조합 6끼

주식 : 우엉 연어밥과 두부 소보로, 냉이 멸치밥과 돼지고기 생강구이
사이드 : 셀러리 나물, 단호박찜, 채소구이, 당근 라페

냉이밥은 냉이 자체의 감칠맛이 충분해서 들기름을 조금 뿌려 밥을 지어도 좋지만, 이번엔 남해에서 어업을 하는 다정수산 홍명완 선장의 반건조 멸치를 함께 넣어 지었다. 그가 에스엔에스 계정에 올린 멸치 솥밥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쫀득하게 씹히는 고소한 멸치가 냉이와 잘 어울린다.

잘 상하는 두부도 밀프렙이 가능할까? 조리법을 찾다가 ‘두부 소보로’를 알게 됐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주걱으로 두부를 부수어가며 볶으면 된다. 볶을 때는 두부 조각이 톡톡 튀어서 넓고 우묵한 팬이 쓰기 편하다. 샐러드와 비빔밥에 얹어 먹었다. 유통 기한을 시험해보려고 간을 하지 않은 두부 소보로를 냉장실에 보관해 봤다. 4일간은 처음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두부 소보로는 카레 가루를 더하거나 달걀 스크램블과 함께 먹는 레시피가 인터넷에 많다. 동물성 단백질 대체 식단으로 이용하기도 좋다.

예전에는 향이 강한 셀러리 잎을 새우와 기름에 볶아 먹었는데, 이번에는 소금물에 데쳐 나물로 만들어 먹었다. 강한 맛을 빼고 기름 약간과 으깬 통깨에 간장을 더해 무쳤다. 생마늘과 생파를 사용한 나물 양념은 이틀 지나면 맛이 변해서 밀프렙에는 적당하지 않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 기름류 사용도 피하는 게 좋다. 산패 때문이다.

우엉 연어밥.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우엉 연어밥.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제공

우엉 연어밥은 만화책을 보고 배웠다. 중년 성소수자 커플의 일상을 그린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에는 손쉬운 일본 가정식 조리법이 여럿 나온다. 씻은 우엉을 껍질째 연필 깎듯이 쌓아 수북하게 올려 밥을 지으면 떫은맛 없이 구수한 우엉이 탄생해 반하게 된다.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다. 연어 대신 닭고기를 넣어도 우엉과 잘 어울린다. 밥을 하는 동안 두부를 볶은 팬에 돼지고기를 넣어 볶는다. 따로 밑간하지 않고 고기 먼저 바짝 볶다가 맛술과 간장, 올리고당, 생강즙을 섞은 양념을 부어 조리하면 일본식 돼지고기 생강구이가 완성된다.

단호박찜은 쉽다. 주먹만 한 단호박을 찌기만 하면 된다. 가지, 브로콜리, 피망 등의 채소는 굽기만 해도 맛 좋은 사이드 메뉴가 된다.

10여개의 밀프렙 밀폐용기로 냉장고를 채우니 마음이 든든하다. 일주일간 하루 한 끼는 덜 짜고,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토마토 값이 싼 여름엔 올리브유와 마늘만으로 한 끼가 된다. 닭가슴살을 잘라 넣어 밥을 지은 다음 냉동해도 좋다. 카레와 섞어둬도 근사하다. 물론 밀프렙 도전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밀프렙 콩나물밥을 먹기 위해 해동하면 밥은 질척하고 콩나물은 잇새에 낀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한 끼를 해결한다. 시간도 아끼면서 내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밀프렙 도전, 해볼 만하다.

글·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밀프렙 5가지 식사 간단 조리법 (3인분 기준)

우엉 연어밥 전기밥솥에 쌀 한 컵 반 분량을 넣고 15㎝ 정도의 우엉을 깎아서 올린다. 소금에 1시간 정도 절인 연어 200g을 얹는다. 잘게 자른 표고버섯과 다시마 두장, 청주 1큰술, 간장이나 장국 1큰술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른다. 밥이 되면 다시마를 꺼내 채 썰고, 연어를 부숴서 밥과 섞고 통깨를 뿌린다. 적당히 나눠서 밀폐용기에 담은 후 냉동실에 넣는다.

냉이 멸치밥 쌀 한 컵 반에 냉이 100g을 잘게 잘라 올리고, 잔멸치를 적당히 뿌린다. 따로 간을 하지 않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1큰술 뿌린다. 취사가 끝나면 고루 섞고 냉동한다.

당근 라페 당근 2개를 채 썰거나 필러로 얇게 깎고, 홀 그레인 머스터드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레몬즙 1큰술 반을 넣어 섞는다. 잘 나눠 냉동한다.

냉이 파스타 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적당히 자른 마늘과 페페론치노, 냉이 100g을 넣어 볶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펜네나 푸실리 면 200g을 삶은 후 팬에 옮긴다. 면 삶은 물 반 국자를 더해 볶으면서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 한다. 콜드 파스타로 먹을 때는 레몬즙을 뿌린다. 잘 나눠 냉동한다.

돼지고기 생강구이 불고깃용 돼지 앞다리살 400g을 볶는다. 팬에 남은 기름을 닦아낸다. 간장 2큰술, 청주 1큰술, 설탕이나 올리고당 1큰술, 생강즙 2큰술을 섞은 양념을 붓고 윤기 나게 졸이면 완성.

찬 감자 샐러드 깍둑썰기 한 감자 2개를 소금물에 넣어 삶고, 머스터드소스와 사과식초나 레몬즙, 후추를 섞은 볼에 넣어 잘 섞는다. 잘 나눠 냉동한다.

유선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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