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떠나볼까요? 와이파이 스니커즈 캠핑!

등록 2020-05-14 09:31수정 2020-05-14 10:09

한정판 운동화 구매 마니아들
래퍼들과 협업한 근사한 운동화들
‘스니커즈 캠핑’ 이젠 온라인으로
최근 ‘스니커바’도 생겨
어글리슈즈·대디슈즈도 인기 한축
슈트에도, 원피스에도 잘 어울려
경기 안양시 롯데백화점 평촌점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숍 ‘스니커바’에 진열된 신발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경기 안양시 롯데백화점 평촌점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숍 ‘스니커바’에 진열된 신발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고요한 줄 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요즘, 사람들은 이제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러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 등지에 긴 줄을 서면서 ‘스니커즈 캠핑’을 하지 않는다. 대신 온라인에서 줄을 서거나 매장에 비치된 응모함에 추첨권을 넣고 구매 기회가 오길 기다린다.

‘4전5기만에 첫 당첨 됐습니다.’ ‘아침부터 추첨권 넣으려고 매장 5곳 돌아 응모했습니다. 붐비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스니커즈 커뮤니티에 하나둘 추첨 또는 구매 ‘인증샷’이 뜬다. 최근에는 나이키의 ‘에어조던1 로얄토’와 컨버스 ‘런스타 하이크’ 보급형 모델이 스니커즈 마니아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어떤 신발이길래 발매일 알람을 맞춰 두고, 여러 매장에 ‘응모 투어’를 떠날 만큼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에어조던1 로얄토는 ‘에어조던1 오리지널’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이다. 책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를 보면, ‘스니커즈 문화의 아버지’ 격인 에어조던1은 기능성 위주의 농구화를 패션의 세계로 끌어들인 신발이다. 색상에 따라 각기 다른 생산 배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갖고 있어도 또 갖고 싶은 신발”로 통한다. 7~10일 국내 스니커즈 편집숍과 나이키 공식 누리집 등에서 온라인 추첨 발매 방식으로 판매됐다. 11일에 추첨 응모를 받기 시작한 ‘런스타 하이크’는 영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인 ‘제이더블유(JW) 앤더슨’과 미국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가 협업해 내놓은 제품의 보급형이다. 지난 2월 국내 공식 발매해 ‘완판’한 뒤, 5월 다시 출시됐다.

한정판이나 인기 제품 구매 기회를 놓치면 안 되므로 스니커즈 마니아들에게는 확인해야 할 달력이 여러 개다. 스니커즈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나이키, 아디다스, 컨버스 등은 누리집에서 ‘발매 캘린더’를 따로 운영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스니커즈를 향한 열정은 마니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패션 시장에서 스니커즈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올봄 스니커즈 품목 거래액이 2018년 같은 시기에 견줘 3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신발 품목 가운데에서 스니커즈 판매량은 약 70%에 가까울 정도로 판매 비중이 높다.

세계적인 흐름도 비슷하다. 삼성증권은 세계 의류 시장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 <스포츠, 패션을 입다>에서 최근 몇 년간 의류 시장 성장 추이를 살폈을 때 ‘스포츠웨어의 차별적 강세, 그중에서도 신발의 고성장이 지속된다’고 파악했다.

무신사 구매 담당자에 따르면 “스트리트 패션의 인기가 시작되면서 발렌시아가,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가 스니커즈를 발매하고, 세계적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와 아디다스의 협업 제품인 ‘이지 컬렉션’ 등이 인기를 끈 것이 일반 의류 브랜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의류와 가방 등에 주력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잇따라 스니커즈로 히트하면서 시장을 넓혔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골든구스 ‘프락시’, 메종마르지엘라의 ‘타비’, ‘카리우마의 ‘OCA’ 스니커즈.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왼쪽부터 골든구스 ‘프락시’, 메종마르지엘라의 ‘타비’, ‘카리우마의 ‘OCA’ 스니커즈.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스니커즈의 높은 인기를 반영해 최근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여러 스니커즈 브랜드를 한데 모은 스니커즈 편집숍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 평촌점을 시작으로 5월15일 강남점, 8월 전주점 등에 3개 매장을 차례로 열 예정이다. 5월11일 방문한 평촌 스니커바에는 10만원 초반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브랜드의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롯데백화점 남유진 치프 바이어는 개점 배경에 대해 “롯데백화점과 아울렛 40여개 매장에서 스니커즈 유행이 급격히 신장하는 것을 파악했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 편집숍인 ‘탑스’에서는 스니커즈 구성비가 2017~2019년 7%에서 11%, 15%로 늘고, 올해는 20%까지 차지할 것으로 추정돼 전문매장을 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남 치프 바이어는 사람들이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명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의류나 가방보다 일상적으로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명품 브랜드의 스니커즈도 100만원 정도의 투자로 구매가 가능해 최소 200~300만원 비용이 드는 명품 가방보다 접근성이 높다. 또 매일 입기 어려운 의류에 견줘 합리적이기도 하다. 제대로 고른 스니커즈를 신으면 전체 옷차림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스니커즈 전성시대, 최근엔 어떤 제품이 대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투박해서 다른 화려함을 잠재우거나, 무난해서 어떤 코디와도 ‘찰떡’이어야 한다.

1970년대 독일 연방군에 보급된 신발 디자인을 재해석했다고 알려진 아디다스 ‘비더블유(BW) 독일군’ 스니커즈는 두 요소 모두 충족한다. 흰색 바탕에 밝은 베이지색 장식, 생고무 바닥 창을 쓴 이 제품은 바닥 창 때문에 투박해 보이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난하다. 무신사에선 스니커즈 랭킹 1위를 몇 달씩 유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독일군 스니커즈의 ‘고급 버전’으로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메종마르지엘라 ‘래플리카 스니커즈’가 꼽힌다. 이 제품은 스니커바에서 기본적인 화이트 스니커즈인 ‘골든구스 슈퍼스타’와 판매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옷과 무난하게 맞춰 신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왼쪽부터 아디다스 ‘BW 독일군’, 반스 ‘어센틱’,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버킷 디워커 V2’ 스니커즈. 사진 무신사 제공
왼쪽부터 아디다스 ‘BW 독일군’, 반스 ‘어센틱’,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버킷 디워커 V2’ 스니커즈. 사진 무신사 제공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뉴트로’ 패션과 한껏 꾸미는 것이 오히려 촌스러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패션) 물결을 타고 ‘대디슈즈’ 혹은 ‘어글리슈즈’로 불리는 투박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패션에 무감한 아빠가 신을 법한 신발이라는 뜻의 대디슈즈는 1980~2000년대 초반에 선보였던 제품 디자인을 되살린 제품들이 대세다. 아디다스는 1998년 발매한 ‘오즈위고3’를 재해석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오즈위고’를 내놨고, 뉴발란스는 ‘878’, ‘992’, ‘530’ 등 번호를 붙인 1990~2000년대 초반 제품 디자인을 복각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도 1980년대에 사용했던 ‘에프(F)’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로고를 되살려 돌아왔다. 대디슈즈의 투박한 디자인은 전체 옷차림의 힘을 빼주는 역할을 해, 슈트 아래 받쳐 신거나 화사한 원피스 아래 코디하는 데 쓰인다. 스니커즈를 받쳐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탄탄한 마니아층부터 대중적 인기까지, 스니커즈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대해 남 치프 바이어는 “스니커즈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발생한 트렌드다. 정장보다 캐주얼 복장이 대세이고, 일상에서도 편안한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쪽에서는 스니커즈의 가치를 높게 매기는 재판매 시장에 주목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한정판 제품을 되파는 ‘리셀’(재판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 거래량 4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산업적으로 커지는 현상만으로도 이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스니커바’ 매장.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스니커바’ 매장.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나이키 스니커즈 홍대: 전 세계 첫 번째 나이키 스니커즈 콘셉트 매장을 표방한다. 한정판 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구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스니커즈 클리닝, 레이저 글씨 각인, 신발끈 교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02-333-2094)

아트모스서울: 한정판 스니커즈, 패션 브랜드와 자체 협업 등을 선보이는 스니커즈 편집숍. 2000년 일본 도쿄에 설립된 이후 일본 최대의 스니커즈 편집숍으로 자리 잡고, 2017년 한국에 지점을 냈다. 서울 압구정과 명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온라인스토어도 운영한다. (www.atmos-seoul.com)

스니커바: 롯데백화점에서 개장한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숍. '칵테일바' 콘셉트로, 바에서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고르듯 판매 사원들이 고객 취향에 맞춤한 스니커즈를 추천해준다. 10만원대부터 100원대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브랜드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갖추고 있다. 온라인 매장도 운영하지만 매장에서 직접 스니커즈 큐레이팅을 받고, 각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 게 재밌다. 현재는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열었고 강남점, 전주점에 개장 예정.

크림(KREAM):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개발한 스니커즈 한정판 리셀(재판매) 전용 앱. 보유하고 있는 스니커즈를 등록해두면 최근 입찰가와 수익률 등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시한 변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희망 가격이 일치할 경우 거래를 성사시킨다. 정품 검수를 위한 전문 검수팀도 운영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갑자기 제주’에서 배 타고 또 섬으로…여행 속 여행의 재미 [ESC] 1.

‘갑자기 제주’에서 배 타고 또 섬으로…여행 속 여행의 재미 [ESC]

[ESC] 이별 후 ‘읽씹’ 당해도 연락하고 싶은 당신에게 2.

[ESC] 이별 후 ‘읽씹’ 당해도 연락하고 싶은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3.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당신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무협소설 10선 4.

당신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무협소설 10선

‘샐러리맨의 우상’ 시마, 사장 그 이후는… 5.

‘샐러리맨의 우상’ 시마, 사장 그 이후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