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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후드득 비가 말 거네, 활짝 편 우산이 답하네

등록 2020-07-02 09:12수정 2020-07-02 09:18

빗물 마신 식물 잘 자라
산성비 맞으면 맨머리 된다는 건 낭설
빗물 활용하면 도시 열섬화 막을 수
낭만 가득한 우산의 계절이 왔네
기상청은 올해 장마 기간을 6월24일부터 7월 중순 전후로 내다보았다. 우산과 레인부츠로 나들이 채비를 한 어린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상청은 올해 장마 기간을 6월24일부터 7월 중순 전후로 내다보았다. 우산과 레인부츠로 나들이 채비를 한 어린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가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빗물을 마신 식물이 눈에 띄게 쑥쑥 자라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번개가 치는 날의 빗물이 특히 좋다고 해서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이들은 화분을 옮겨 빗물 샤워를 시키거나 부지런히 빗물을 받아둔다. 대기 중의 질소가 번개가 방전할 때의 에너지로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소화합물이 되고 이것이 빗물에 녹아 식물의 비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빗물은 pH5.5에서 6.5 사이로 식물이 좋아하는 약산성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산성비(pH5.6이하의 산도를 가진 비)의 위험을 알리던 신문 기사들은 빗물의 산성도를 흔히 김칫국물에 비교하기도 했다. ‘전국에 강산성 비 서울 산도 4.2 신김치 국물 맞은 셈’이라거나 ‘산성비 맞고 돌아와서 산도 높은 김치를 곁들인 밥상 앞에 앉게 되니 안팎이 온통 산성으로 바뀔 판’이라고 우려하는 내용도 있었다. 빗물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로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매일 쓰는 샴푸가 pH3 정도이며, 비의 산도 때문에 탈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현대의 상식이다. 산성비 괴담은 이제 우산을 챙기라는 염려에 곁들이는 전설로 남았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에 대한 오해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해 왔던 이다. ‘빗물 박사’로 불리는 그와 지난달 25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산성비로 맨머리가 된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머리를 심어주겠다고 했었다. 유전적 요인인지 파악해야 하니까 부모님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가져온 분은 아직 없었다.” 한 교수는 빗물 활용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분산형 물 관리를 제안한다. “빗물 배수 위주로 설계된 도시에서는 빗물을 하수로 다 흘려보낸다. 콩을 원하면 콩을 심듯이, 비를 원하면 비를 심어야 하는데, 지면에서 증발하는 물이 없으면 당연히 비를 얻을 구름도 생기지 않는다.”

워터프론트의 초경량 우산. 사진 워터프론트 제공
워터프론트의 초경량 우산. 사진 워터프론트 제공

흘려보내는 빗물을 어떻게 모을까? 한 교수는 이를 와플에 비유해 설명한다. “물 1톤이 기화하면서 700W 에어컨 10시간을 켠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와플 과자의 오목한 홈처럼 건물 옥상마다 빗물을 저장해 활용하는 시설을 둔다면 도시의 열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빗물을 받아뒀다가 식물을 키우는 것이나 보관했던 빗물 한 바가지를 더운 여름에 집 마당에 뿌리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소박한 빗물 활용법이라고 한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빗물 저금통’ 설치 사업에 대해서도 그는 모은 빗물을 쓰고 다시 채우는 횟수, 즉 빗물 활용의 사이클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설치한 개수만 이야기하지 말고, 여러 번 잘 쓴 사례가 만들어지고 홍보가 되어야 한다.”

지난달 24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었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예년처럼 며칠씩 쭉 비가 오는 장맛비가 아니라, 하루 정도 왕창 쏟아붓는 집중호우가 간헐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산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시기, 우산을 주제로 기사를 준비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우림기후 속에 살고 있나.” 알이에프가 1995년 발표한 ‘이별 공식’이다.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신시아 바넷의 책 <레인>(rain)은 1000만 년 전 열대우림에 살던 인류의 조상이 비에 적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의 손발이 물에 젖으면 쪼글쪼글 주름이 지는 까닭은 삼투압 현상이 아닌, 자율신경계의 작용이며 초기의 영장류가 빗속에서 무언가를 잡기 위해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놀라운 이야기는 또 있다. 사람들은 빗방울이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위쪽 끝이 뾰족하고 아래쪽은 둥근 모양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빗물은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 둥근 작은 낙하산 모양으로 떨어진단다. 신시아 바넷은 말한다. “슈퍼컴퓨터가 갖춰진 이 시대에도 비는 여전히 기상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기며 우리는 비에 관해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잘 모른다.” 이번주 ESC는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우산을 준비하고, 비와 우산의 낭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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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내 우산에 활짝 핀 우리 댕댕이…우산도 수제 시대

99g 가벼운 우산·‘킹스맨’ 우산 등
반려동물 얼굴 그려 넣은 우산도 있어
이젠 우산도 취향대로 제작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비를 피하는 우산. 편리함과 멋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우산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기념품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우산으로 즐거워지는 방법들도 여럿이다. 나만의 취향 반영한 우산을 제대도 고르기만 해도 비 오는 날이 즐겁다.

▣ 라면 한 봉지보다 가벼운 우산

휴대전화로 날씨 앱을 확인한다. 비 올 확률 50%. 애매하다. 들고 다니기가 귀찮아서 우산을 빼놓으면 꼭 비를 맞는다.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버튼을 누르면 ‘팡’ 하고 펼쳐지는 자동우산이 있다면 여름 내내 가지고 다닐 텐데. 아직 그런 우산을 본 적이 없다. 말아 접는 일이 귀찮긴 해도 3단 혹은 5단 수동 우산 중엔 초경량 제품이 꽤 있다. 얼마나 가벼울까? 라면 한 봉지 무게라면 가방에 넣어도 부담이 없다. 봉지 라면의 무게는 대략 120~160g. 이를 기준으로 구입이 가능한 우산을 골랐다.

더블유피씨 초경량 우산. 사진 월드파티코리아 제공
더블유피씨 초경량 우산. 사진 월드파티코리아 제공

2단·3단 자동우산의 무게는 보통 300~400g 정도다. 초경량 우산 제작으로 유명한 일본 업체 워터프론트의 3단 우산은 165g이다. 리모컨 모양으로 납작하게 만든 디자인 덕에 가방에 넣어도 우산 모양이 볼썽사납게 툭 불거지지 않는다. 경량 우산 제조법 중 하나는 살대 개수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산의 살대는 8개다. 장우산 중에는 12개도 있다. 경량 우산은 대개 6개다. 무게를 90g까지 줄인 더블유피시(Wpc.)의 초경량 3단 미니 우산은 살대가 5개다. 원단의 프린트가 다채롭고 휴대성이 좋다. 반면 오각형 우산은 비나 해를 가리기에는 면적이 육각형에 견줘 좁다. 오스트리아의 유서 깊은 우산 제조사 도플러의 ‘제로99’는 이름 그대로 99g. 살대 소재 중 가장 가벼운 카본과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국내 선크림 전문 제조 회사 선티크가 만드는 특이한 우산도 있다. ‘선티크 아임 112g 그린 엄브렐러’는 자외선 차단 97%로 우산과 양산 겸용이다. 일반적으로 자외선 차단 효과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더 높지만 한편으로 열 흡수율도 높다고 한다. 선티크 우·양산은 이보다 열을 적게 흡수하는 색인 녹색 원단을 택했다.

키웨스트 우산. 사진 에드워드 맥스 제공
키웨스트 우산. 사진 에드워드 맥스 제공

▣ 남자의 우산, 킹스맨 우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서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이렇게 말한 후, 우산으로 불량배들을 호되게 두드려 패는 명장면을 남겼다. 맞춤 슈트와 그에 어울리는 우산의 조합이 어찌나 근사한지.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클래식한 장우산이 한동안 ‘킹스맨’ 우산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 콜린 퍼스가 들었던 우산은 영국 우산업체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의 제품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영국에는 유명한 우산 회사가 많다. 말았을 때 지팡이처럼 날렵한 폭스 엄브렐러도 대표적인 영국 명품 우산이다. 어지간한 비는 맞고 다니던 영국 신사들에게 우산을 전파한 이는 18세기 중반 무역업자 조나스 한웨이다. 그의 공이 크다. 그는 날이 궂으나 맑으나 30여년을 매일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키웨스트 우산. 사진 에드워드 맥스 제공
키웨스트 우산. 사진 에드워드 맥스 제공

우산 하나도 소홀히 취급하지 않는 멋쟁이들을 사로잡는 ‘오더 메이드’(주문 제작) 우산은 대개 고가의 해외 브랜드였다. 2011년 설립된 국내 의류 소품 브랜드 에드워드 맥스는 <킹스맨>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일찌감치 남자의 옷차림을 완성하는 양말과 우산에 공을 들였다. 에드워드 맥스의 우산 ‘키웨스트’는 원하는 디자인의 원단을 고른 다음, 마디가 살아있는 중후한 대나무·가죽·나무 소재의 세 가지 핸들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고객의 요청대로 조립해서 판매한다. (edwardmax.com)

▣ 나만의 우산, 우리들의 우산

우리 집 강아지나 고양이의 귀여움을 우산에 담을 순 없을까? 스마트폰으로 찍은 멋진 사진이 우산이 되면 어떨까? 특별한 기념 우산을 만들고 싶어 제작업체를 찾으면 기본 주문 수량에 놀란다. 500개, 1000개란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우산 대부분을 생산하기에, 기업 판촉물 등 대량 주문 의뢰 위주의 국내 업체는 개인 주문을 취급하지 않거나 최소 주문량이 20~30개는 돼야 의뢰를 수락한다. 다행히 단 하나의 우산도 만들어주는 곳을 찾았다. 부산에 공장을 둔 우블리 아트다. 우블리는 스와힐리어로 ‘우산 아래 그늘’이라는 의미란다.

고양이 사진을 프린트한 개인 주문제작 우산. 사진 우블리 아트 제공
고양이 사진을 프린트한 개인 주문제작 우산. 사진 우블리 아트 제공

우산 제조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살대를 원단에 고정하는 안뜨기 작업만 하는 사람, 봉제만 하는 사람 등으로 분업화 시스템을 갖춘 업종이다. 우블리에서 개인 주문 우산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우산을 만드는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제작자가 개별 봉제까지 하기 때문이다. “방송에 ‘달인’으로 등장한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적어 10년 뒤면 이마저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재권 대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선대부터 우산제조업을 했다. 기왕 하는 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버려지는 우산의 공해가 심각하다. 쓰는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고 오랫동안 고쳐 쓰는 우산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 개인 제작 우산과 명화 프린트 우산을 만든다”고 말한다. 일전에는 10년 된 우산 수리를 맡기며 ‘그동안 잘 썼다’는 편지를 동봉한 고객도 있었다.

북촌 한옥마을을 테마로 제작한 우산. 사진 헬로 브롤리 제공
북촌 한옥마을을 테마로 제작한 우산. 사진 헬로 브롤리 제공

우블리 아트는 택배비와 부품비만 받고 수리 서비스도 한다. 수리는 우산 제조업체마다 사용하는 부품이 다 달라서 이곳에서 만든 우산만 한다. 개인 제작 우산은 결제 후, 원하는 이미지를 보내면 시안을 받는다. 우산 8면 중 한 면에 이미지를 넣는 장우산은 3만5000원. 디지털 프린트로 8면마다 이미지가 다 들어가면 따로 가격을 협의한다. 5~6만원 정도다. (idus.com/uvuli)

팬 굿즈 우산을 만드는 이들이 자주 찾는 업체로 헬로 브롤리가 있다. 두 겹짜리 우산 원단의 안쪽 면에 프린트하기도 한다. 이 업체의 우산 디자인은 매우 다양하다. 장우산, 3단 우산 등 우산의 형태도 고를 수 있다. 우산의 종류와 수량, 디자인, 납품 기한을 정하고 가격을 협의하는 방식이다. 시안을 줄 때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우산은 평면이 아니고 입체기 때문에 8면이면 삼각형으로 자른 우산 원단 8장이 들어간다. 봉제 과정에서 면과 면을 잇는 부분에 오차가 조금씩 발생한다. 또한 우산 꼭지가 있는 중심 부분은 디자인 손실이나 오차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부분이라서 삼각형의 넓은 아랫면 위주로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brolly.co.kr)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 내가 그린 우산 그림

우산에 직접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합성섬유에 발수·방수 코팅이 된 우산에 그림을 그리면 비에 씻겨나가지 않을까? 캘리그래피와 핸드페인팅 공방 ‘손끝 마녀’를 운영하는 작가 정미라씨에게 물었다. “패브릭 아트 전용 물감은 세탁에도 지워지지 않는다. 전용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섞어서 장미를 우산에 그리고 있자 사람들이 비 오면 다 지워지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 절대 안 지워진다.” 재료를 제공하는 우산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성인 기준 10만원. 공방 이용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서 완성할 때까지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다.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핸드페인팅 우산. 사진 정미라 작가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로 우산 꾸미기가 있다. 시트지에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윈도 마커를 사용하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정미라씨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지도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산 꾸미기를 추천했다.

아이들은 우산을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우산을 들고 맞바람 치는 쪽으로 펄쩍 뛰어오르면 몸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들고, 이를 ‘메리 포핀스’ 놀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내 손으로 그린 그림을 그려 넣은 우산이라면, 훨씬 근사하지 않을까?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354-30/카카오톡 jung231486)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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