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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씨 없는 수박이요? 씨 없는 포도랍니다!

등록 2020-08-06 09:40수정 2020-08-06 09:48

샤인머스켓, 몇 년 전부터 인기 과일로 등극
우리도 질세라 토종 포도 품종 개발에 나서
청수·홍주씨들리스·스텔라·충랑 등 주목받는 중
8월8일은 포도의 날, 포도 박사에게 묻다
국내에서 육성한 포도 품종 홍주씨들리스.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국내에서 육성한 포도 품종 홍주씨들리스.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요즘 사람들이라면 이육사 시인의 시 ‘청포도’에서 포도 품종 ‘샤인머스켓’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의 고향 안동이 있는 경상북도는 국내 샤인머스켓 주산지 중 하나다. ‘망고 포도’라고 불리는 샤인머스켓은 2003년께 일본에서 개발된 고급 청포도 품종으로 한국에서는 2014년께 재배를 시작해 그 면적이 해마다 늘고 있는 포도계의 슈퍼스타다.

그렇다면 국내 개발 신품종 포도의 현황은 어떨까? 이육사 시인의 생가가 있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와이너리 ‘264청포도 와인’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청포도 품종 ‘청수’를 주재료로 화이트와인을 생산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성해 보급 중인 포도 신품종에는 ‘홍주씨들리스’와 ‘스텔라’도 있다. 또한 포도 주산지인 충청북도 영동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포도 품종 ‘캠벨 얼리’ 외에도 충북농업기술원 포도연구소가 육성한 신품종인, 껍질째 먹는 씨 없는 포도 ‘충랑’도 재배되고 있다.

한편 다양한 수입 포도들도 경쟁의 대열에 합류한 요즘이다. 길쭉한 모양이라서 ‘가지 포도’라고 불리는 ‘블랙사파이어’나 ‘사과 청포도’라고 하는 ‘스텔라 벨라’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등에서 왔다. 또한 샤인머스켓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 품종 ‘바이올렛 킹’은 ‘알사탕 포도’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수입 과일 품목엔 포도만 있는 건 아니다. 체리, 망고 등은 이미 선보인 과일이다.

포도를 포함한 다양한 과일이나 작물이 우리 곁에 찾아온 데는 소비자의 취향이 날마다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를 감지한 국내 연구원들은 시장이 수입 과일 일색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신품종 육성에 매달려 왔다.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아삭한 식감에 독특한 향을 가진 포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샤인머스켓 품종.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아삭한 식감에 독특한 향을 가진 포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샤인머스켓 품종.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오는 8월8일은 포도의 날. 숫자 ‘8’은 자연스럽게 포도 알맹이를 떠올리게 한다. 포도의 날을 앞두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허윤영 연구사에게 국내 신품종 육성에 관해 물었다.

―앞으로 국내 포도 농가 모두가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건가?

“국내 포도 생산은 캠벨 얼리와 거봉이 주를 이루고 샤인머스켓의 비중은 5분의 1 정도다. 현재 샤인머스켓 재배 면적은 2563ha(2020년) 정도로 2017년부터 매년 2배씩 늘고 있다. 2~3년 후면 캠벨 얼리보다 재배 면적이 많아질 수 있다. 다만, 샤인머스켓은 캠벨 얼리보다 병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다. 재배 지역이 북쪽으로 올라가면 추위로 인한 피해도 발생할 수 있어서 모든 포도 농가가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일은 어렵다.“

―재배 면적이 느는데, 샤인머스켓 왜 계속 비싼가? 유통 채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현재 1㎏당 대략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과거엔 희귀한 농산물로 취급되어 생산 물량이 적었기에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샤인머스켓의 독특한 향(장미, 프리지어 및 딱총나무 꽃에서 나는 가볍고 상쾌한 향)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아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은 부족하다. 샤인머스켓은 우리가 수출도 하는데,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수출 때문에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측면도 있다.”

―샤인머스켓과 달리 우리가 개발한 포도 품종 홍주씨들리스가 궁금하다. 언제 맛볼 수 있나?

“홍주씨들리스는 은은한 향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청량감을 준다.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올해는 프리미엄 마켓 등에 소량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개발할 신품종의 세계, 넓을 터인데.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기존에 판매되는 포도와 다르지 않으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5년마다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여 육종 목표를 세우고 수정해 나간다. 요즘 소비자들은 에스엔에스(SNS)나 방송 등에 신품종이 등장하면 바로 검색해서 주문한다.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가 선호할 수 있는, 과육이 아삭하면서 당도가 높고 다양한 모양과 다채로운 향을 지닌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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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설탕이야? 너무 다네! ‘당 초월 옥수수’

여름 사과 ‘썸머킹’ 가을 딸기 ‘고슬’

수입종 아닌 토종 초당옥수수 품종

최근 세상에 나온 우리 먹거리 품종

홈 가드닝용 고슬 딸기 화분 독특

새콤달콤한 여름 사과 ‘썸머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새콤달콤한 여름 사과 ‘썸머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옥수수의 한 종류인 초당옥수수의 당도는 18~24브릭스로 8브릭스 안팎의 찰옥수수보다 당도가 2~3배 높다. 이 달콤함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4월부터 예약 판매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다. 초당옥수수는 최근 옥수수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재배하는 초당옥수수 대부분이 수입 종자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 육종가가 개발한 초당옥수수 품종도 있다. 이외에 우리 품종은 없을까? 가장 빨리 맛볼 수 있는 여름 사과 ‘썸머킹’과 딸기가 귀한 가을을 노리는 ‘고슬’은 우리 품종이다. 이들 국내 육종 신품종을 만나본다.

10월까지 먹는 ‘반딧불이 초당’

때를 기다렸다가 철마다 챙겨 먹는 나만의 ‘먹부림’(먹는 걸 자랑) 달력에 초당옥수수는 초여름 잠깐 맛보는 별미로 기록했었다. 달고 아삭한 식감을 부지런히 즐기다가 장마가 지고 태풍이 오면 아쉽게 입맛을 다신다. “좀 더 오래 먹고 싶다!”고 외치는 이가 나 하나 뿐은 아닐 터.

경기도 평택 마루농장의 박건화(47) 농부는 초여름부터 첫서리가 내리는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옥수수를 재배한다. 게다가 그의 옥수수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입 종자가 아닌 국내 품종이다. 개인 육종가이기도 한 박씨의 옥수수는 초당옥수수 품종인 ‘반딧불이 초당’이다. 2014년께 국립종자원 품종보호 등록을 마친 신품종이다.

“원래 콩, 감자 등과 함께 식량 작물에 포함되어 국가가 종자를 관리하던 옥수수는 2006년께 민간 육종도 허용됐다. 국내 육종가로는 ‘옥수수 박사’로 널리 알려진 김순권 박사와 대학찰옥수수를 만든 최봉호 박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 부설 연구소 등에서 육종 연구를 한 선구자들이다. 개인 육종가는 드문 게 현실이다. 2009년께 농협을 퇴사하고 육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무모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박씨의 말이다.

국내 개발 초당옥수수인 ‘반딧불이 초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국내 개발 초당옥수수인 ‘반딧불이 초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그는 장마와 폭염, 태풍이 번갈아 찾아오는 한국의 여름 날씨에도 잘 자라는 초당옥수수 품종을 개발했다. “옥수수는 생육이 빠른 작물이다. 일찍 심으면 같은 밭에 한 번 더 재배가 가능하다. 먼저 기른 작물을 거둔 후에도 심을 수 있는 효자 작물이다. 초당옥수수도 예외는 아니다.” 박씨의 초당옥수수는 지난해 태풍 링링을 견뎠단다. 그의 옥수수는 맛도 조금 다르다. “수입 종자 초당옥수수에 견줘 단맛 유지 기간이 2~3일 더 길다.” 육종학과 장학생이었던 박 농부가 졸업 후 10여년 육종 연구에 매달린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온라인 상점에서 반딧불이 초당을 주문해 보았다. 낱알이 야무지게 들어차서 외관부터 만족스러웠다. 반딧불이 초당은 단맛은 충분하고 식감은 쫀득하다. 수입 품종으로 재배한 초당옥수수에 견줘 아삭한 식감은 덜하다는 평이 있지만, 낱알이 크고 탱탱하며 씹으면 고소한 씨눈이 톡 비집고 나와 더 매력적이다.

반딧불이 초당 생산 이전에 ‘초당옥’, ‘단옥 1,2,3호’ 등 초당옥수수 국산 품종이 있었으나 실제 농가 재배와 상품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초당옥수수 품종 ‘고당옥1호’가 올여름 충청북도 괴산군을 중심으로 한 시범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다양한 초당옥수수를 골라 먹을 수 있는 때가 머지않았다.

여름 사과 ‘썸머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여름 사과 ‘썸머킹’.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새콤달콤한 여름의 왕 ‘썸머킹’

연두색 껍질에 슬쩍 붉은 기가 도는 썸머킹 한 개를 베어 물었다. 새큼하고 달콤한 즙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 정신이 번쩍 든다. 운동한 후에 와삭 깨물면 피로가 풀릴 것 같다. 도드라지는 산미가 입맛을 돋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사과 썸머킹은 후지와 골든딜리셔스를 교배한 신품종으로, ‘아오리’로 불리던 일본 품종 ‘쓰가루’를 대체할 여름 과일로 기대되는 품종이다. 아오리보다 열흘쯤 일찍 익어서 가장 빨리 만나는 여름 사과다. 달기만 한 사과가 성에 차지 않아서 새콤달콤한 홍옥이 생산되는 10월을 기다리는 이라면, 썸머킹 출시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좀 이르게 새콤함을 즐길 수 있다. 풋풋한 향과 입안을 조이는 떫은맛이 쓰가루의 매력이라면, 썸머킹은 신맛과 단맛이 훨씬 풍부하다. 홍옥처럼 짙은 향은 없지만, 과육은 쓰가루에 견줘 몰랑한 편이다.

썸머킹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파는 곳이 많다. 간혹 ‘햇 아오리 썸머킹 판매’라고 적힌 온라인 상점을 발견한다. 두 가지 다른 품종명을 함께 쓰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판매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유를 알았다. “썸머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 품종이라서 소비자에겐 낯설다. 검색에 자주 노출되도록 익숙한 아오리를 함께 썼다.”

또한 ‘떫고 시어서 못 먹겠다’는 상품평이 뜨기도 한다. 이는 출하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동혁 사과연구소장은 “(썸머킹은) 덜 익은 상태로 성급하게 출하할 경우 본래의 맛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농가에 조언한다. ‘여름의 왕’이 이름값을 하는 때는 7월 말부터다. 썸머킹과 더불어 선보이는 국내 개발 신품종 사과로 탁구공만 한 크기의 미니사과 ‘루비에스’는 8월 하순, ‘아리수’는 9월 상순부터 시장에 나온다.

가을에 나오는 딸기 ‘고슬’. 사진 송제덕 제공
가을에 나오는 딸기 ‘고슬’. 사진 송제덕 제공

가을 딸기 ‘고슬’

홈 가드닝 플랫폼에서 딸기 화분을 하나 샀다. 빨갛게 익기까지 40일쯤 걸린다고 하니 앞으로 서른 밤 남았다. 8월 말에는 따서 한입에 먹어치울 테지만, 엄지손톱만 하던 초록색 열매가 조금씩 부풀어 점차 하얗게 변하는 게 신기해서 매일 애지중지하며 들여다봤다. ‘너도 어서 딸기가 되렴.’

이른 군침을 삼키며 들여다보는 딸기 품종의 이름은 ‘고슬’. 제주도 말로 가을이라는 뜻이지만 사철 꽃대를 올리는 사계성 딸기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 세계 딸기 생산의 99%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루어진다고 한다. 딸기는 저온성 작물이라 온도가 낮아야 당분을 축적한다. 여름 딸기 품종도 있지만, 질감이 단단하고 당도가 떨어져서 주로 케이크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딸기 품종 ‘설향’이 출시되는 12월까지 기다려야 제대로 딸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설향은 국내 유통되는 딸기의 9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하지만 가을에 출하하는 고슬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이종남 박사팀이 육종한 고슬은 지난해 초 품종 등록이 완료된 신품종이다. 고랭지 작물 지역 특성에 맞는 딸기 품종에 관심을 뒀던 강원도 화천 파로호생태마을 딸기 작목반장 송제덕(44)씨는 3년간 고슬의 재배 실증 시험을 거쳐 지난해부터 출시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귀농해 친환경 농사만 주력했다는 그는 낯선 이름의 고슬 판매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 5월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내놓았더니, 1㎏당 3500원에 팔라고 해서 출하를 포기했다. 고슬이란 품종에 대해 아는 이도 적고, 마침 그때는 설향 유통이 끝나는 무렵이라서 가격이 훅 내려간 설향 취급을 한 것이다. 잼용 딸기 취급을 받은 것인데, 안타까웠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본격적으로 출시하는 9월께 1㎏당 3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며, 홍콩 등에 수출도 할 생각이라고 한다. 혹시 물량이 적으면 아무리 신품종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도 맛보기 힘들다. “올해 일곱 농가를 모았기에 가을 판매 물량은 충분하다. 농민 입장에서 신품종 재배는 모험이다.”

홈 가드닝용 ‘고슬’ 화분.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홈 가드닝용 ‘고슬’ 화분. 사진 유선주 객원기자

늦가을의 고슬은 설향에 견줘 알은 크고 당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무게는 30g~60g 정도다. 여름엔 맛보기 힘든 가을 딸기 고슬. 아쉬운 마음을 딸기 화분으로 달랬다. 파로호생태마을의 김갑엽씨는 고슬 모종을 1년간 키워 꽃이 달리면 홈 가드닝용 고슬 ‘가정용 딸기 화분’을 판매한다. 기르기 까다로운 딸기를 물만 주면 되도록 만들었다. 고슬을 키우며 고슬 제철을 기다린다. 고슬은 ‘정보화마을 화천 파로호생태마을’ 누리집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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