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장마, 잦은 태풍 등 평온한 날이 없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기후변화는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장일지 모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개념의 환경운동), ‘비치클린’(해변 청소), ‘클린 하이킹’(산 청소 병행하는 등산) 등 자발적인 환경운동이 뜨는 데는 부모세대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조여드는 자연의 변화가 한 이유다. 오로지 정상 탈환에 몰입하는 등산은 더는 재미가 없다. 이제는 자연을 즐기는 동시에 지키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등산 초급자는 무엇부터 준비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20·30세대를 포함한 초급자를 위한 준비물과 지켜야 할 등산 예절을 말이다.
등산, 어떻게 준비할까?
산행은 장비를 제대로 고르는 게 출발점이다.
배낭: 자신의 하이킹 스타일부터 파악하자. 당일 산행을 선호하는 이라면 15~30ℓ 용량의 배낭이 적당하다. 도보여행을 겸한 산행이나 종주, 겨울철 등산에 매력을 느끼는 이라면 30~50ℓ 정도의 배낭을 추천한다.
배낭은 경량과 프레임(배낭 뼈대)이 있는 것으로 나뉘는데, 가벼운 하이킹을 추구한다면 경량 배낭이, 장시간 하이킹을 즐긴다면 프레임 배낭이 적합하다. 디자인·용량·수납공간·취향 등을 고려해 선택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착용감이다. 배낭에 벨트가 부착되어 있으면 무게가 분산되어 몸의 하중이 덜하다.
등산화: 워킹화, 트레킹화, 경등산화, 중등산화, 트레일러닝화 등 요즘은 등산화 선택의 폭이 넓다. 무릎이 약한 이라면 쿠셔닝(완충 작용)이 좋은 트레킹화나 트레일러닝화를, 발목이 잘 접질리는 이라면 목이 긴 중등산화를 추천한다. 요즘엔 끈 대신 다이얼시스템을 이용한 제품도 판매한다. 끈이 풀릴 염려가 없고, 잠시 쉴 때 재빨리 벗을 수 있어 편리하다. 여름철에는 통기성이 좋은 소재를 선택하고, 겨울엔 방풍·방수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소재 등산화를 고르면 보온에 도움이 된다. 암릉등반(가파른 바위가 많이 노출된 날카로운 능선을 오르는 일)을 좋아하면 등산화 바닥에 릿지엣지나 메가 그립 소재가 장착된 등산화를 눈여겨보자.
스틱: 스틱을 사용하면 산행 중 체력의 약 30%를 절감할 수 있다. 하산 시 실족 사고를 피할 수도 있다. 스틱의 재질은 가격·무게·견고성을 살펴 취향에 따라 고르자. 전문적인 등산을 추구한다면 티타늄 소재 스틱을 눈여겨보자. 카본 소재는 강도가 약하지만, 탄성이 좋고 가볍다. 두랄루민(강하고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류) 소재 스틱은 무겁지만, 강도는 강하다. 3~4단으로 접히는 스틱은 휴대성이 좋고 편리하다. 구입 후에 스트랩을 몸에 맞게 조절한다.
행동식: 산행 중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행동식은 수분이 많고 당도와 열량이 높은 것이 좋다. 오이나, 귤, 사과, 초콜릿, 육포, 양갱 등 취향에 따라 챙겨가자. 여름철 행동식 메뉴는 보랭병에 얼음 띄운 식혜나 미숫가루, 수박 화채를 추천한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 보온병에 따끈하게 데운 소시지가 좋다.
산사랑 실천법, 흔적 남기지 않기
엘엔티(LNT)란 ‘리브 노 트레이스’(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의 약자로, 야외 활동 시 꼭 지켜야 할 아웃도어 지침이다. 1970년대 미국 환경보호 캠페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엘엔티를 지키면 더 가볍게, 더 뿌듯하게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엘엔티 수칙과 더불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산사랑 법을 소개한다.
가볍게 짐 꾸리기: 짐이 가벼우면 더 즐겁게 먼 곳까지 하이킹할 수 있다. 행동식도 먹을 만큼만 준비하자.
개인 수통·텀블러 사용하기: 플라스틱 물병은 사용하지 말자. 산행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우면서도 꼭 필요한 실천법이다. 친환경 보온보랭병을 사용하자.
도시락이나 행동식을 준비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기: 김밥 등 간편식을 구입할 때 미리 준비한 다회용기에 담으면 일회용 포장용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식당에서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포장하면 훌륭한 도시락이 된다.
개인 수저·손수건 사용하기: 시중에서 판매하는 나무젓가락은 특수 처리했다는 주장이 있다. 썩는 데 2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산에서 버려서도 안 된다. 되도록 개인 수저를 준비하자. 물티슈도 친환경적인 물품은 아니다. 가벼운 하이킹에는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자. 더운 계절에는 하이킹하다가 시원한 계곡이 만났을 때 수건을 계곡 물에 적셔 목에 두르면 휴대용 선풍기가 부럽지 않다.
야생동물에게 접근하지 않기: 설악산 다람쥐의 이가 썩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든 그만큼 등산객들이 귀엽다는 이유로 산 짐승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준다는 얘기다. 야생동물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생성을 해치는 일이다. 야생동물에게 함부로 먹이 주지 말자. 눈으로 관찰하고 존중해주는 게 어떨까. 야생동물과의 공존은 우리가 등산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등산 에티켓, 타인에 대한 배려: 나 자신만큼 다른 이도 산을 즐길 권리가 있다. 좁은 산길에서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자. 인사가 부담스럽다면 안 해도 되지만, 시끄럽게 떠들거나 배려 없이 음악 소리를 키우지 말자. 좁은 산길에서는 올라오는 사람을 먼저 배려하자.
쓰레기 딱 10개 혹은 30개만 주워 보기: 쓰레기를 줍는 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딱 10개 혹은 30개만 줍자고 마음먹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뿌듯함은 덤이다. 에스엔에스(SNS)에 정상에서 찍은 멋진 사진뿐만 아니라 ‘클린 하이킹’이라는 가치까지 공유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자존감이 높아진다.
비닐봉지보다는 클린 백을, 지퍼 백보다는 주머니를 사용하기: 비닐봉지나 지퍼 백보다는 재사용할 수 있는 주머니를 사용하면 어떨까? 요즘엔 패션 아이템일 정도 근사한 ‘클린 백’이나 ‘아웃도어용 팩’, 주머니가 판매되고 있다.
글·일러스트·웹툰 김강은(<아홉수, 까미노 푸른향기> 저자·하이킹 아티스트·벽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