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장벽 넘어 나누는 한가위 정
10대의 언어로 쓰는 ‘꼰대'의 편지
어른을 위한 영(young) 단어 25제
10대의 언어로 쓰는 ‘꼰대'의 편지
어른을 위한 영(young) 단어 25제
문자 대화의 뜻풀이는 ‘어른을 위한 영(young) 단어 25제’를 참고하세요. 일러스트 이민혜
지난 명절 너의 ①엄근진 표정을 잊을 수가 없구나. 삼촌이 ②말넘심이었어. 너의 ③최애 아이돌 이름인 줄 모르고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이야?”라고 했으니…. 이제야 알았다. ④세젤예 ⑤ㅇㅈ. 특히 그 뮤비, ⑥ㄹㅇ ⑦레게노. 요즘 ⑧문찐 삼촌 ⑨노오력 중! 괜히 ⑩팬아저도 하지. ⑪낄끼빠빠도 잘 지켜. 지금 설마 ⑫누물보 ⑬했누? 그래, 이 편지 ⑭믿거해도 된다. 삼촌도 원래 ⑮복세편달주의자였어. 네 또래들 말 모른다고 특별히 불편할 건 없잖아?
근데 잠깐. ⑯라떼 이즈 홀스, 삼촌은 내 또래 중에서도 문찐이었다. 친구들이 썰렁~, 뻘타(뻘소리·허튼소리), 킹왕짱(‘킹+왕+짱’·매우 대단함), 우왕ㅋ굳ㅋ(우아 좋다·신기하다), 극대노(매우 화남), 아오안(아웃 오브 안중·안중에 없다는 뜻) 같은 말 쓰다가 시들해졌을 때에야 난 알았거든. 꽤 느린 편이었지ㅋㅋㅋ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로 한창 뜨고 있을 때 인터넷에 ‘욘삼이’로 검색하다가 친구한테 들켰지. 일 년 내내 놀림 받았어. ⑰TMI였다. ⑱갑분교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언택트’ 한가위라니. 너도 속상하지? 삼촌 못 봐서. ⑲ ㅇㄱㄹㅇ, ㄹㅇㅍㅌ ㅂㅂㅂㄱ? 만나서 얼굴 보진 못하지만, 보름달 보고 꼭 ⑳소취하렴. 가뜩이나 ㉑일생가 어려운 시절 조금만 더 ㉒존버하자. 명절에 ㉓JMTGR 마니 먹고. 얼마 안 되지만 랜선으로 용돈 쏠게. 아무렴 삼촌 역할은 백 마디 말보단 한 번의 용돈. ㉔학계의 정설이지. 그럼 ㉕20000.
뱀 발: 네 또래 말 ㉖별다줄 꽤 많더라. ㉗보배나 ㉘더럽 같은 단어, 헷갈리기만 하고. 삼촌은 ㉙‘시조새 파킹하던 시절’ 이게 좋던데. 미안, 이거 2010년대 초반 나온 말이지. 사실 ㉚무지개매너나 ㉛혼코노 같은 말은 귀엽더라. 너무 ㉜우디르급 태세전환인가?
민수 : 저 아이돌 누구야?
원선 : 이번에 ⓐ 떡상한 애들.
민수 : 딱 봐도 왼쪽이 ⓑ 비담이네.
원선 : ㅇㅇㅇㅇ. ⓒ 패완얼 끝판왕.
민수 : ⓓ 떼걸룩 티셔츠 ⓔ 머박.
차 앞유리에 쌓인 눈을 보고 ⓐ 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큰일 났어! 눈이 시들어가고 있어!” 엄마는 말했다. “눈은 시드는 게 아니야, 녹는 거야.” 아이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오래전 되뇌었던 시가 꿈에 뒤엉켰다.
‘자동차는 말썽이다. 왜 하필 눈사람을 치고 달아나는가. 아이는 운다. 눈사람은 죽은 게 아니고 몸이 쪼개졌을 뿐인데, 교통사고를 낸 뺑소니 차를 원망하는 것이리라. ⓑ「 눈사람은 죽지 않는단다. 꼬마야, 눈사람은 절대 죽지 않아.」 ⓒ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 아저씨, 눈사람은 죽었어요. 죽지 않는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죽었잖아요.」’(자동차에 치인 눈사람, 시집 <눈사람>, 최승호) (ESC 2020년 1월2일치)
영희: 야야야 이 사진 좀 봐봐.
민희: ㅋㅋㅋㅋㅋㅋ 화떡 오지네.
영희: 울 엄만데….
민희: ⓐ 오와 진짜 세젤예다. 화장 센스 미치심.
영희: 이미 ⓑ 삔또 상함.
민희: ⓒ 영또삐?
*화떡 : 화장 떡칠
*세젤예 : 세상에서 제일 예쁨.
―한국도 국토 63.2%가 산림이다.(2015년 말 기준) ⓐ 한국인과 핀란드인이 숲에서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
“핀란드인은 숲을 ⓑ 단지 좋아하지 않는다. 숲을 정말 사랑한다. 핀란드인은 나무와 동물 사이에 숨어 숲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즐긴다. 숲은 안전하고 ⓒ 평온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인들은 산을 정복하는 느낌으로 등산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ESC 2020년 6월11일치)
준우: 봤어? 걔 또 ⓐ 핑프짓.
예서: ㅇㅇ 댓글로 ⓑ 뇌절을 끝도 없이 함.
준우: 아 ㄹㅇ ⓒ 뚝배기 깨버리고 싶다.
예서: 그래도 그건 좀 ⓓ 에바참치.
*ㄹㅇ : 레알(real). '정말‘.
‘카누 한 척. 목재. 약 3m. 좁은 좌석 2개.’ 애덤과 데이비드는 카누를 ‘피라미호’라 불렀다. 숭어보다 날씬하고 강꼬치고기보다는 온순한 피라미가 ⓐ 꼭 카누 같다고 생각했다. 두 어린이(주인공)는 동화 <세이 강에서 보낸 여름>에서 피라미호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 옛 보물을 찾아 떠난 아이들의 모험은 카누 타기를 닮았다. 그건 느리고 기약 없지만, 은밀한 경험이다.
카누는 느리다. 양날 패들(노)을 휘돌리며 젓는 카약과 달리 외날 패들을 쓴다. 초보자가 이끄는 카누는 영락없이 곡선을 그리며 뺑뺑 돌아간다. ⓑ 똑바로 저어도 똑바로 가지 않는다.(ESC 2020년 6월18일치)
서윤: 배사 ⓐ 얼빡샷은 좀 아니다
재희: 고나리질 금지
서윤: ㅋㅋㅋㅋㅋⓑ 시강
재희: 나 ⓒ 몰폰 중
서윤: 나올 순 있는 거지?
재희: ⓓ 쌉가능
*배사 : 에스엔에스(SNS) 배경사진.
*고나리 : 지적하거나 가르치는 행위를 비꼬는 말. ‘관리’의 오타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짐.
■ 정답과 해설
1. ① 떡(매우)+상.(오르다) 2. ④ 줄임말. 3. ④ 줄임말 4. ② 인터넷 게임 속 한 고양이 캐릭터가 한 말, ‘테이크 어 룩’(take a look)을 빠르게 발음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짐. 5. ④ 글자 모양이 유사한 다른 글자로 대체해서 쓰고 말하는 ‘야민정음’ 단어들. ‘머박’은 ‘대박’, ‘커엽’은 ‘귀엽’, ‘롬곡옾눞’은 ‘폭풍눈물’을 상하, 좌우로 뒤집은 말, ‘댕댕이’는 ‘멍멍이’에서 유래함. 반면 ‘옾채’는 ‘오픈채팅’의 줄임말. 6. ① ‘마상’은 ‘마음 상함’의 줄임말. ‘손절’은 ‘관계를 끊음’, ‘띵작’은 ‘명작’의 야민정음, ‘만찢’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출중한 외모’. 7. ② ‘갑자기 분위기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의 줄임말. 8. ④ 9. ③ 비슷한 상황과 대사가 등장하는 영화 속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짐. 10. ④ 11. ② ‘또 삐졌다’를 뜻하는 ‘또삐’ 앞에 상대 이름이나 직책 한 글자를 붙여서 응용함. 12. ① 사람 by 사람. 13. ② ‘좋아하다 못해 사랑함’의 줄임말. 14. ① 잘 부서지는 과자 이름에 빗대 정신(멘탈)이 무너지는 상황을 표현한 말. ‘오지고 지리고’는 오줌을 지릴 정도로 대단하다는 뜻. ‘렛잇고’, ‘알파고’ 등 ‘고’로 끝나는 다른 단어를 이어 붙여 응용함.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 ‘상타치’는 ‘높은 수준’을 뜻함. ‘평타는 치냐’는 말에서 유래한 ‘평타치’(평균)에서 상타치, 하타치가 파생함. 15. ③ ‘핑거 프린스’ 또는 ‘핑거 프린세스’의 줄임말로 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 스스로 알아보지 않고 남에게 묻거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뜻함. ‘손가락 왕자 또는 공주’란 뜻으로 비꼬는 표현. 16. ② 17. ② 18. ‘에바참치’는 ‘에러’(error)와 ‘오버’(over)의 합성어인 ‘에바’와, 한 모바일 게임에서 매우 힘센 캐릭터로 등장한 참치를 조합한 말이라는 설이 있음. 뒤에 꽁치, 넙치, 갈치 등을 이어 붙여 응용함. ① 19. ① 영어 ‘리얼(real)’을 빨리 발음한 ‘렬’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짐. ‘루’(로), ‘루다가’를 이어 붙여 응용함. 20. ③ ‘발+컨트롤’의 줄임말. 21. ② ‘컨트롤’에서 ‘컨’을 뺀 말. 22. ④ 얼굴을 빡빡하게 찍은 사진. 23. ③ 줄임말. 24. ② 줄임말. 25. ④
■ 점수별 공부법
다음 기회엔 100점에 도전하세요!
80~100점 놀랍네요. 10대 10명과 함께 있어도 대화가 어렵지 않겠어요.
60~76점 10대들의 인스타그램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분이군요.
40~56점 인터넷 검색만 잘 활용하면 10대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는 있겠어요.
20~36점 10대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매일 한 통씩 문자나 전화로 대화를 나눠보세요.
20점 미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10대 언어’ 공부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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