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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솜털보다 더 포근한 스웨터, 뭘 고를까?

등록 2021-01-22 07:59수정 2021-01-22 16:39

추운 겨울 대표 패션 아이템, 스웨터
본래 스웨터는 북유럽 어부들의 작업복
캐시미어보단 비쿠냐 등이 더 고급
변형 쉬워 둥글게 말아 보관하길 추천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산양에서 얻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산양에서 얻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을 쓰는 오늘 서울 최저 기온은 영하 14도다. 기상청은 내일 최저 기온을 영하 17도로 예상한다. 추워서 눈물이 나는데, 그렇다고 울면 눈물이 얼어붙어 얼굴이 더 시릴 듯하다.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이다. 이런 겨울이 되면 아침마다 걱정이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말이다. 바지는 간단하다. 최대한 두꺼운 바지를 꺼내 그 안에 내복을 입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상의를 고르는 일은 영 간단치 않다. 외투를 벗는 실내에서도 물색없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옷을 고르다 보면 지각하기 일쑤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터틀넥 스웨터를 검은색, 남색, 쥐색으로 몇 개씩 사두고 돌려 입고 있다. 덕분에 아침에 옷을 고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만 줄곧 입었던 걸까.

어두운색 울 스웨터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일단 울이니 따뜻하다. 색이 어두워 묻은 때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삼겹살을 먹다가 기름이 튀어도, 커피가 흘러도 물티슈로 쓱쓱 닦으면 그만이다.(그래서 자주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스타일링이 쉽다. 문양이 없는 검은색이나 남색 스웨터는 안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게 더 어렵다. 그러니 사랑스러울 수밖에.

문양이 없는 단순한 스웨터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 바버샵 제공
문양이 없는 단순한 스웨터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 바버샵 제공

색깔과 디자인이 무난한 스웨터는 유행도 타지 않는다. 관리만 잘했다면 지난해에 산 옷을 올해 입어도 괜찮고, 내년에도 물론 입을 수 있다. 실제로 몇 100년간 스웨터의 디자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스웨터가 등장하는 때는 아득한 14~15세기경이다. 당시 북유럽 어부들은 혹독한 환경에 견디기 위해 울로 짠 작업복을 입었다. 세탁하지 않은 울은 양모의 유분이 남아 있어 습기를 잘 머금지 않는 데다 따뜻했으므로 작업복으로 제격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꼽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게 동물의 가축화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류가 말, 소 등 동물을 길들여 그 힘으로 농사를 지으며 정착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 역시 이런 동물로 대략 기원전 6000년대 가축화된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한다. 그로부터 2000~3000년 뒤 모직물이 등장하고, 이후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량을 거듭하며 메리노종 같은 품종이 탄생한다. 메리노 양은 양질의 모직물을 얻을 수 있는 대표 종이다.

비쿠냐 울로 짠 폴로넥 스웨터. 사진 로로피아나 제공
비쿠냐 울로 짠 폴로넥 스웨터. 사진 로로피아나 제공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웨터를 짜려면 실이 필요하고 실을 만들려면 털이 필수적인데(나일론 같은 합성 섬유를 쓰지 않는 한), 이 털이 보온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양에서 얻은 섬유는 얇고 꼬여 있어 이 섬유로 실을 짜면 공기를 머금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생겨 따뜻한 것이다. 지난 패딩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공기는 자연계에서 열전도율이 가장 떨어지는 열 절연체다. 그렇다면 울 섬유는 얼마나 얇을까? 사람 머리카락의 단면 지름이 약 60~80마이크로미터(1㎛는 1m의 100만분의 1)인 반면, 일반적인 메리노 양의 섬유 지름은 24㎛ 이하다.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것이다. 고급 스웨터를 찾는 이들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캐시미어의 섬유 두께는 14㎛ 정도로 매우 가늘다. 일반적으로 섬유의 지름이 가늘수록 촉감이 부드럽다.

이 때문에 캐시미어는 비싸다. 스파 브랜드가 캐시미어 스웨터를 대거 선보이며, 고급 소재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캐시미어는 ‘섬유의 보석’이라는 별칭이 있는 값비싼 소재다. 울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가 감촉이 까슬까슬한 것인데, 캐시미어는 일반적인 울 스웨터보다 훨씬 부드럽다. 만약 스웨터를 깔끄러워 못 입고 있다면, 적당한 가격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하나 장만하길 권한다.

비쿠냐 털은 모든 섬유를 통틀어 가장 귀하고 비싸다. 게티이미지뱅크
비쿠냐 털은 모든 섬유를 통틀어 가장 귀하고 비싸다. 게티이미지뱅크

캐시미어가 스웨터 소재 중 가장 비싼 건 아니다. 캐시미어보다 훨씬 값비싼 비쿠냐라는 소재가 있다. 비쿠냐로 만든 옷을 울로 착각하고 가격표를 집어 들면 ‘왜 이렇게 비싸지’ 하는 생각에 어리둥절할 수 있다. 농담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인 로로피아나의 홈페이지를 살피면 비쿠냐로 만든 코트와 스웨터 등을 볼 수 있는데, 코트의 가격이 2800만원대, 카디건만 해도 무려 1000만원에 달한다. 엄청난 가격 덕에 어지간한 명품 브랜드조차 주문 제작만 받는 진귀한 소재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비쿠냐는 안데스산맥의 고원에 서식하는 라마의 일종으로 비쿠냐에서 얻는 섬유를 ‘비쿠냐 울’ 혹은 ‘비쿠냐’라고 한다. 캐시미어의 연간 공급량이 약 2500t인 반면 비쿠냐 울의 연간 공급량은 고작 6~8t 정도다. 희소성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비쿠냐 울의 단면 지름은 12㎛ 정도이니 울은 물론이고 캐시미어보다도 섬유가 가늘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대부분 얇지만 도톰한 제품도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공
캐시미어 스웨터는 대부분 얇지만 도톰한 제품도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공

알파카. 게티이미지뱅크
알파카. 게티이미지뱅크

귀여움의 상징인 ‘알파카’의 털로도 스웨터를 만든다. 알파카 털은 양과 섬유 구조와 두께가 비슷하다. 하지만 알파카 섬유는 울보다 매끄럽고 인장강도(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에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응력)가 높으며 보온성이 좋다. 질기고 따뜻하니 무거울 거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가볍다. 천연 울에 함유된 기름 ‘라놀린’이 없어 물에 약한 대신 자극이 적은 장점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산이 대접받는 울과 달리 알파카는 페루를 비롯한 남미 국가에서 많이 생산된다. 알파카는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서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어 수천년 전부터 안데스 지방에서 사육됐기 때문이다.

문양을 넣은 스웨터를 ‘인타르시아 스웨터’라고 한다.  사진 루이뷔통 제공
문양을 넣은 스웨터를 ‘인타르시아 스웨터’라고 한다. 사진 루이뷔통 제공

이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장점이 많은 스웨터에도 약점이 있다. 보관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이다. 니트류는 쉽게 늘어져 오래 걸어두면 형태가 변형된다. 따라서 잘 개거나 둥글게 말아 가능한 한 넓고 평평하게 수납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걸어서 보관해야 한다면 어깨가 두툼한 옷걸이를 사용해야 한다. 스웨터가 흘러내리지 않게 어깨 부분에 고무 밴드가 부착된 옷걸이를 사용하면 더 좋다. 또한 스웨터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옷 표면에 보풀이 생기기 쉽다. 착용 후 가볍게 먼지를 털어내는 습관만으로도 보풀이 생기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이미 생긴 보풀을 제거할 때에는 잡아 뜯지 말고 테이프를 밀착시켜 들어 올린 후 가위로 잘라내는 것이 좋다.

스웨터는 돌돌 말아 정리하는 게 좋다. 게티미지뱅크
스웨터는 돌돌 말아 정리하는 게 좋다. 게티미지뱅크

캐시미어나 울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니트는 드라이클리닝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제의 물의 온도, 세탁 방법 등을 정확히 숙지하면 집에서도 세탁이 가능하다. 다만 물세탁이 가능한 제품인지 빨기 전 반드시 세탁 라벨을 확인해야 한다. 손빨래할 때는 30도 이하의 미지근한 물에 울 전용 세제를 풀어 세탁하는 것이 좋다. 수온이 너무 높으면 옷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또한 스웨터를 비비거나 짜지 말고 조물조물 주물러 빠는 것이 좋으며, 보풀이 일지 않도록 뒤집어 빠는 것도 스웨터를 관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임건(<에스콰이어> 디지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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