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조명만으로도 ‘홈바’ 분이기가 난다. 사진 만달라키 제공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거실 테이블도 눈에 거슬리고, 밋밋한 벽지도 지겹다. 가구를 바꾸고, 새 액자를 걸면 나아질까? 방 한쪽에 매트를 깔고 ‘요가존’이라고 정한 건 좋았는데, 먹고 마시며 즐기는 기본 욕구에 대한 결핍은 도무지 채워지질 않는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혼술족’을 늘었다. 코로나19로 아예 집 안에 ‘홈바’를 차리고 ‘홈술’을 즐기는 이들도 생겼다. 화려한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입고 있는 옷에 새 아이템을 덧대어 ‘레이어드 패션’을 완성하듯이, ‘홈카페’ 공간에 조명과 음악만 덧대도 충분히 멋진 바 공간이 완성된다. 조금만 준비하면 된다. 매일 밤 단골이 되고 싶은 ‘홈바’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술은 전용 잔에 마셔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전통주 잔에 와인을 담아 마시면 와인 특유의 흥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홈바’라고 해서 한가지 술만 두라는 법도 없다. 술의 짝꿍, 잔은 어떻게 준비할까?
와인 잔: 와인은 품종과 생산 지역, 양조법 등에 따라 맛과 색, 향이 달라진다. 잔의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 레드와인 잔, 화이트와인 잔, 스파클링이나 샴페인 잔, 디저트 와인 잔 등으로 나뉜다. 레드와인 잔의 볼은 화이트 와인 잔보다 폭이 넓고 스템(와인 잔 볼 아래 있는 손잡이)이 짧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 잔은 폭이 좁고 좀 더 길다. 기포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가 늘면서 독일 브랜드 리델의 잔을 고르는 이도 많아졌지만, 종류별 와인 잔을 구매하는 게 부담이라면 투명한 유리잔을 장만 해도 좋다. 예술품 같은 유리잔도 관심 가져볼 만하다. 유리공예 작가 조현성의 인스타그램(@hyunsung_cho_glass)엔 독특한 유리잔들을 볼 수 있다.
위스키 잔: 위스키는 잔향의 여운을 오래도록 즐기며 마시는 술이다.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고, 잔에 얼음을 넣어 즐기기도 한다. 음용법에 따라 잔도 달라지지만, ‘홈술족’답게 기본형 두가지만 살펴보자. 글렌캐런(Glencairn)은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는 위스키 전용 잔 브랜드다. 잔 아랫부분이 넓고 위가 좁아서 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온더록스(on the rocks·유리잔에 위스키 같은 주류와 얼음덩어리를 넣고 마시는 법) 전용 잔으로는 독일 브랜드 나흐트만의 ‘노블레스’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고양이의 다양한 표정이 술맛을 더하는 ‘훅끼씨네’의 청화묘 시리즈 잔. 사진 훅끼씨네 제공
맥주잔: 요즘 맥주도 종류가 다양하다. 수제맥주는 특별한 풍미를 자랑한다. 전용 잔을 만드는 맥주 제조사도 늘고 있다. 예쁜 로고가 박힌 전용 잔은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취미 삼아 전용 잔을 모으는 ‘홈술족’도 많다. 맥주를 사면 전용 잔을 덤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흡족함)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나만의 전용 잔을 만드는 것도 좋다.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재재는 예능 프로그램 <독립만세>(jtbc)에서 맥주 칭다오 한 병이 다 들어가는 소중한 자신의 잔을 소개한 바 있다.
전통주 잔: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마실 땐 역시 도자기 잔이 필요하다. 집에서 안주 한 상 차려 놓고 흙으로 빚은 잔에 술을 따르면 그게 풍류다. 도자기 그릇 브랜드
‘훅끼씨네’(https://www.instagram.com/shop.hooky.co.kr/) 청화묘 시리즈 술잔은 붓으로 그린 고양이 표정이 잔마다 달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인기가 많다보니, 간혹 디자인 도용하는 이들조차 생겨 ‘훅끼씨네’ 대표는 마음고생도 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잔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한다.
예능에 출연한 ‘연반인’ 재재가 ’홈술’을 즐기고 있다. ‘독립만세’ 화면 갈무리
코로나19로 ‘집콕’ 문화가 장기화되자 술 배달업체도 생겨났다. 주류 구독 스타트업도 생겨 함께 이용하면 좋다.
데일리샷/ 우리 동네 술 픽업 서비스:‘데일리샷’은 주류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펍이나 바와 제휴한 데일리샷은 월 구독료 5900원에 술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웰컴드링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최소 두번 이상 술을 마시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입소문이 났다. 최근엔 ‘홈술’ 트렌드에 발맞춰 ‘술픽업’ 서비스도 론칭했다. 위스키, 사케, 와인, 맥주 등 서비스 품목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위스키 같은 양주를 사려면 남대문시장이나 대형마트 주류전문매장에 가야 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주류 관련 규제를 완화해서 가능해진 서비스다. ‘스마트 오더’(휴대전화로 주문·결제한 술을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 방식을 허용한 것이다. 데일리샷 앱을 통해서 주류 구매비를 결제하면, 2일 이내 집 근처 술집에 입고된다. 술집에 가기가 꺼려지는 이들은 원하는 술을 집 근처에서 구매할 수 있어 좋고, 동네 술집 주인들은 매출에 보탬이 되니 환영한다. 매달 초 내놓는 특가 이벤트는 단박에 매진 행진일 정도로 인기다. 최근에는 편의점 씨유(CU)와 협업해 ‘캔 맥주 구독서비스’도 내놓았다.(dailyshot.co)
다양한 술 구매 앱 서비스. 사진 데일리샷 앱·GS25 앱 화면 갈무리
술담화/ 전통주 구독서비스: 종류가 많은 우리 술을 다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통주 구독서비스 ‘술담화’는 전통주 소믈리에가 매달 정한 주제에 맞는 전통주 2~4병을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 배달한다. 전통주는 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등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과 향이 다채롭다. 술담화는 전통주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세련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스파클링 막걸리와 한라봉, 복숭아 같은 과일로 만든 ‘한국 와인’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전통주에 어울리는 안주나 전용 잔 같은 굿즈도 제공하는 덕분에 구독자의 80% 이상이 20·30세대라고 한다.(sooldamhwa.com)
와인25플러스/ 편의점에서 술 픽업: 코로나19가 몰고 온 ‘혼술’ 열풍에 와인도 가세했다. 찾는 이가 급증하자 동네 편의점도 와인을 쉽게 구매할 방법을 마련했다. 편의점 지에스(GS)25는 지난 2월께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론칭했다. 매장에서 쇼핑해도 되지만, 지에스(GS)25 앱을 통해 구매한 뒤 원하는 매장에서 픽업해도 된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의 엘피판 테이블. 사진 ‘더 바이닐 테이블’ 제공
조명: 술자리 분위기의 절반은 조명이 좌우한다. 집 안 전등을 다 끄고 캠핑용 감성 랜턴이나 초를 켜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만, 과감하게 홈바용 스탠딩 조명을 장만하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발리의 석양을 재현한 조명은 어떨까.
음악: 술자리 분위기의 절반이 조명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음악이다. 시디(CD)나 음반 등을 놓을 수 있는 근사한 엘피(LP)판 테이블 하나면 고급스러운 ‘홈바’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깔끔한 수납이 가능하고, 턴테이블 옆 공간에 앨범을 두면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최고운(라이프스타일 자유기고가) toxicalic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