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어머니가 김장을 포기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엄마표 김치’에 대한 자부심은 내 세대(40대)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맛있다’는 표현은 수치로 계산되기 어려운 주관적 영역이기 때문에 정말로 엄마표 김치가 맛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내 입맛에 맞는 김치’가 정확한 표현일 수도.
나 역시 ‘김치 부심’이 있다. 전남 해남 외가에서 공수해온 압도적 아삭함을 자랑하는 월동 배추를 기본으로, 남도의 다양한 해산물로 만들어진 젓갈이 어우러져 내는 감칠맛은 식당 김치와는 비교 불가였다. 이런 내게 최근 “요즘 홈쇼핑에서 탤런트 김수미가 파는(광고하는) 김치가 맛있더라”며 시판 김치를 내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다소 충격이었다.
왜 충격이었을까. 집 마당 절반을 차지할 만큼 산처럼 쌓인 배추 수백 포기로 김장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돼지 수육까지 삶아 가족들 저녁까지 해 먹인 어머니가 그리웠던 것일까. 도대체 김치가 뭐라고. 내가 먹었던 건 김치가 아니라 어머니의 피와 땀이었던 거다. 생각을 고쳐먹고 어머니의 김장 해방을 지지하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 이른바 ‘알몸 배추’ 파동이 터졌다. 영상만 봐도 끔찍했다. 설마, 이걸로 김치를 만든다고? 이건 다른 종류의 피와 땀인데? 물론 영상 속의 배추가 우리 입으로 들어왔을 확률은 적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다시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홈 김치’ 문화를 부활시키고 있단다.
과거 노동 착취에 가까운 김장 문화가 아닌, 즐거운 홈 김치 문화가 정착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커버스토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최근 화제 키워드가 된 ‘생태탕’과 ‘페라가모 로퍼’에 대한 글도 급히 섭외했다. 재밌게 읽어주시길.
이정국 팀장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