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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팔과 오금이여 도와다오…첫 폴키스의 짜릿함

등록 2021-05-14 04:59수정 2021-05-14 12:00

허윤희 기자, 처음으로 봉 잡던 날
살이 폴에 쓸리는 고통 느끼고
고강도 근력운동 끝판왕 경험
그런데 왜 자꾸 생각나지?
폴에 매달리는 동작을 연습하는 허윤희 기자. 사진 이희준 제공
폴에 매달리는 동작을 연습하는 허윤희 기자. 사진 이희준 제공

태어나서 처음으로 봉을 잡는 날이었다. 폴댄스 기사를 쓰는데 직접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체험 신청을 덜컥해버린 것. 지난 3일 낮, 폴댄스 체험을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동의 대한폴댄스연맹에 방문했다.

수업의 시작은 스트레칭. 전신을 쓰는 운동이라 몸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팔, 목, 다리 등을 쭉쭉 펴주기도 쉽지 않았다.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스트레칭부터 힘들어선 안 되는데…’ 몸은 벌써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드디어 폴 앞에 섰다. 세로로 긴 폴을 잡으니 학창 시절에 매달렸던 철봉이 생각났다. 미끈하고 차가운 쇠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희준 강사가 먼저 초급자들이 배우는 동작을 보여줬다. 가장 기본은 팔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폴을 잡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폴을 감싸 잡아야 한다. 그다음에 가슴과 배를 폴에 붙인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발끝을 세우고 한발씩 떼보세요.” 두 발을 떼자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내려왔다. 내 체중과 중력을 온전히 느낀 찰나의 순간은 아찔했다. ‘내 몸은 왜 이리 무거운가, 내 팔에 힘이 없긴 없구나.’ 절망했다.

다시 발을 떼고 매달리려 애썼다. 이 강사는 3초만 버티라고 했지만 3초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첫 시간에는 폴에 매달리기만 해도 잘하는 거예요.” 손의 악력이 약한 터라 3초를 버티는 게 만만치 않았다. 폴짝 뛰면 바로 ‘쿵’ 떨어지기 바빴다. 내 몸을 갖고 하는 고강도의 근력운동이었다.

이 강사가 폴 아래 나사를 뺐다. 그러니 폴이 돌아갔다. 고정 폴에서 회전 폴이 된 것이다. 다음으로 폴을 잡고 도는 팅커벨 동작을 배울 차례. 한 손으로 폴을 잡고 한쪽 다리의 오금을 폴에 걸었다. 그런 다음 한쪽 발을 떼고 빙그르르 도는 것이다. 돌면서 살이 폴에 쓸려 화끈거리고 아팠다.

폴댄스 취재를 하며 만난 이들은 한목소리로 ‘살 쓸림의 고통’을 얘기했다. 이제 나의 고통이 된 것. “선생님, 오금이 아파요.” 엄살을 부려봐도 소용없었다. 이 강사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오금이) 빨개졌잖아요. 원래 처음엔 아픈 거예요. 차차 괜찮아 져요.” 이 강사가 손바닥을 보여줬다. 굳은살이 선명했다. 오랜 기간 수많은 동작을 하며 남은 노력의 흔적. 봉 한번 잡았다고 엄살 피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폴댄스를 처음 배울 때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고통을 경험한다. 폴과 피부의 마찰력을 이용한 동작을 하다 근육을 잘못 사용해 멍이 들기 쉽다. 하지만 2~3달 지나면 멍이 드는 횟수는 줄어든다. 폴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폴댄서들은 폴을 타며 드는 멍을 ‘폴키스’라고 부른다.

어쨌든 봉을 잡고 한 바퀴를 어설프게 돌았다. 이 강사가 하이톤으로 “잘하셨어요!”, “맞아요!”라고 칭찬했다. 칭찬은 ‘폴린이’(초보 폴댄서)를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팔 힘은 약하시지만 그래도 코어 힘이 있으세요. 잘하실 거예요.”

다시 또 한 바퀴를 돌았다. 순간 어지러웠다. 이 강사가 “폴을 보지 말고 위쪽이나 멀리 보셔야 해요. 그래야 어지럽지 않아요.” 어지럼증을 방지하는 팁을 알려줬다.

능숙하게 폴을 타는 이희준 강사. 사진 허윤희
능숙하게 폴을 타는 이희준 강사. 사진 허윤희

폴댄스는 땀과의 싸움이다. 손에 땀이 많이 나면 폴에서 미끄러진다. 그럴 때 폴댄서들은 땀 방지 크림인 그립제를 바른다. 이날 나도 손에 땀이 나 그립제를 자주 발랐다. 그걸 바르니 신기하게도 손이 뽀송뽀송해 줬다.

건너편 폴에서 한정민 강사가 우아한 폴 동작을 하고 있었다. 가볍게 폴 위쪽까지 올라갔다. 중력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몸짓. ‘어떻게 저런 동작이 가능할까’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는 허벅지와 겨드랑이로 폴에서 버티고 있었다. 팔뿐 아니라 몸의 여러 부분은 나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구나 싶었다. 폴댄스는 온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깨우는 운동처럼 느껴졌다.

이 강사는 “폴댄스는 전신 근육을 발달시키기 좋은 운동이에요. 특히 팔로 매달려야 하기에 전완근과 광배근이 발달해요.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에서 하체를 위로 들어 올리는 기술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복근 강화에도 좋아요. 다양한 부위의 근육을 활용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수업 마지막은 처음처럼 스트레칭이다. 이번엔 폴을 잡고 상체를 쭉 늘려준다. 안 쓰던 근육을 썼으니 다시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 폴댄스 체험을 마치고 나오자 폴에 쓸렸던 부분이 따끔거렸다. 폴과의 첫 만남은 날카로운 첫 ‘폴키스’ 의 추억으로 남으려나. 몸은 아팠지만, 살짝 설렜다. 이참에, 정말 제대로 봉을 잡아 볼까.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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