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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단점 가리고 자신감 살리고…실패 없는 증명사진의 비법

등록 2021-05-20 04:59수정 2021-05-20 09:28

‘증사맛집’ 사진가들의 팁
산호맨숀 황인원 “장점 살리고 단점은 가려야”
리그라피 성홍석 “보정하려면 앞머리 손질 필수”
산호맨숀에서 촬영한 사진. 권희준씨 제공
산호맨숀에서 촬영한 사진. 권희준씨 제공

급하게 찍은 증명사진을 받아들고 시무룩해진 경험이 있으신지? “이게…나야?” 가로 3.5㎝, 세로 4.5㎝ 프레임 속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은 단순히 잘생김 또는 못생김으로 설명하기 부족한, 어색함을 풀풀 풍기게 마련이다. 증명사진으로 받은 상처, 역시 사진으로 복구한다. 증명사진이 ‘인생 사진’이 되는 마법? 가능하다.

매달 하루만 예약을 받고, 예약에 성공해도 한두 달 후에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대기자가 밀려있는 ‘소장용 증명사진’ 전문 사진관들이 있다. 자기만족용으로 찍고 보관하는 사진인가 했는데 실제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찍고, 헤어와 메이크업 등에 좀 더 공을 들이며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현하다’·‘산호맨숀’·‘그믐달 스튜디오’·‘오해피데이 스튜디오’ 등이 소장용 증명사진 잘 찍는 곳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세대가 주 고객인 이들 사진관은 네모난 사진 창이 배열된 인스타그램 피드가 간판이자, 포트폴리오 역할을 한다. 이 중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안에 자리한 ‘산호맨숀’은 홈페이지가 없는데도 예약 잡기가 인기 콘서트 만큼 치열한 곳이다.

증명사진이 인생사진으로

산호맨숀에 관심이 간 이유는 이용했던 고객들이 공통으로 ‘자존감이 회복’되는 경험을 말하기 때문이었다. ‘칭찬 폭풍’ 심지어 ‘칭찬 감옥’이라 할 정도니 궁금할밖에. 직접 갇혀 보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기사가 두 달 후에 나올 만큼 예약이 차 있었다. 대신 산호맨숀 황인원 팀장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흔히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자신의 얼굴에서 단점을 찾는 데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겐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단점을 잡아내는 것보다 정확한 칭찬이 더 어렵지 않나.

“우리는 피사체의 장점을 찾는다. 물론, 그 장점에 대해 동의가 있어야 한다. ‘주근깨가 귀엽다’, ‘코 옆 점이 예쁘다’라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손님은 그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명사진 촬영 과정에서 장점이 파악되고, 함께 리터칭을 하면서 반영한다.”

―증명사진에 ‘랜덤 기프트’ 사진을 더하는 구성이 인기인데. 모처럼 신경 써서 꾸민 날 증명사진만 찍기 아쉬운 마음을 반영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프로필 사진관 촬영은 사진 2~3장에 30~40만원대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손님들이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4장의 랜덤 기프트는 받기 전까진 어떤 자신을 만날지 모르는 선물 같은 사진이다. 증명사진을 촬영하면서 손님 취향을 파악한 작가가 어울리는 장면을 빠르게 찍고, 후반 작업을 해서 며칠 후에 전달된다.”

―찰랑거리는 물그림자와 빛, 생화 등으로 산호맨숀 스타일을 잡게 된 이유가 있는지.

“저희 취향이기도 하고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 외적으로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콤플렉스도 있다. 물과 꽃이 만드는 빛과 그림자는 원치 않는 것을 가려주기도 한다. 증명사진 포맷으로 찍을 때도 생화를 이용할 수 있는데, 대신 오브제가 들어간 증명사진은 신분증 발급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산호맨숀 인스타그램 피드의 첫인상은 얼핏 젊은 사람들만 방문하는 곳인가 싶었다. 그런데 좋은 경험을 했던 딸이 어머니의 촬영을 예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

“부모님이 아프신데 휠체어 타고 오셔서 찍을 수 있겠냐는 분도 계시고, 어머님 모시고 함께 오시기도 한다. 어머님들이 처음엔 부끄러워하셔도 촬영이 시작되면 정말 소녀같이 웃으신다. 그런 모습들이 찍힌 사진을 보면, 잠깐이나마 그분의 마음속 어떤 부분을 마주한 것 같고 뭐라 설명할 수 없이 뭉클할 때가 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860호 산호맨숀 인스타그램 @sanhomansion)

리그라피 성홍석 작가.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리그라피 성홍석 작가.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원본’에 놀라지 마세요

리터치 실력을 보고 증명사진관을 선택하고 사진사와 나란히 앉아 상담하면서 맞춤형 보정을 하는 예약제 사진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기가 워낙 많아 사람이 밀려들다 보니, 한 명당 촬영시간은 30~40분에 불과하다.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좋을까? 지난 12일. “증명사진은 보정이 9할”이라고 말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리그라피’ 성홍석 포토그래퍼에게 실패하지 않는 증명사진에 관해 물었다.

―컬러 배경 증명사진을 찍을 때, 배경지 색을 쉽게 고르는 방법이 있나? 퍼스널컬러에 맞추라는 조언도 있다.

“증명사진은 후보정 과정에서 피부의 노란 기운을 빼거나 안색을 밝거나 어둡게 바꿀 수 있어서 퍼스널컬러는 큰 의미가 없다. 배경지를 고를 때 ‘나는 어떤 색이 어울릴까’ 고민하기보다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다. 입고 있는 의상 색과 같은 계열을 고르면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편안한 분위기, 보색을 선택하면 개성 있고 경쾌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고쳐달라고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대부분은 ‘제가 (얼굴)비대칭이 심해서요’라고 말을 꺼낸다. 보정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칭을 맞춘다고 말은 해 드리는데, 사실 전체의 조화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눈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복사해서 양쪽을 동일하게 만든다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각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증명사진이 망할까 걱정하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진 찍기 전날 밤에 라면을 먹고 부은 얼굴, 눈에 난 다래끼, 얼굴이 부었다든지, 머리 뿌리 염색을 잊어서 뚜껑처럼 보이는 정수리 등등. 사진을 찍기 전에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방금 예를 든 부분은 다 보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보정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부분, 미리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앞 머리카락이 눈동자를 가리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머리카락이 가리면 눈 주변 보정이 어렵다. 동공이 작아서 콤플렉스인 경우, 보정으로 크기를 키울 수는 있지만, 평소 이용하는 컬러 렌즈로 보완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남성 셔츠 중에 목깃이 턱 라인까지 올라오는 옷은 얼굴 윤곽을 만지면 옷이 함께 딸려오게 된다. 패턴이 복잡한 의상은 사진이 산만하게 보일 수 있어서 피하는 게 좋다.”

―증명사진은 조명 때문에 화장이 옅게 나온다고 평소보다 진하게 하라는 조언을 보았다.

“색조는 조금 진해도 된다. 다만, 얼굴 윤곽을 또렷하게 하는 셰이딩(음영처리)이 과하면 사진에선 얼굴 옆면에 갈색 층이 생길 수 있다. 보정이 가능하지만 다른 곳에 쓸 시간이 줄어드니까 일부러 진하게 하실 필요는 없다.”

―내 얼굴을 큰 화면에 띄우고 사진사와 함께 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우선 증명사진 ‘원본’에 대해 알아두실 것이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입체로 보지만 DSLR 카메라를 거쳐 모니터로 보는 사진은 왜곡이 있어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게 담기고 평면으로 펼쳐져 보이게 된다. 그래서 거울로 보던 자신보다 얼굴에 여백이 많아 보인다. 또 고화소 카메라로 찍어서 피부의 문제점도 더 눈에 띈다. 이게 본인 얼굴이 아니니까 원본에 충격받지 말고 보정하는 사진에 집중하시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내 얼굴을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표현하기 쑥스럽다면?

“고등학생들이 주민등록증을 만들러 많이 오는데, 가끔 자기 의견을 전하는 것을 조금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친구 한 명과 동행하는 걸 추천한다. 직접 말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편하게 대화를 하면 나는 그 내용을 듣고 바로바로 보정해 보여준다.”

디자인 전공이었던 성 작가는 포토샵에 대한 이해가 높고 색감을 잘 잡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 역시 그렇단다.

“사진을 받은 손님이 ‘스노우(셀카 애플리케이션)보다 잘 나왔어요!’라고 하면, 사실 어떤 사진작가한텐 되게 자존심 상하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런 말들을 만족의 표시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것이 젊은 나이의 장점이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73 2층 리그라피 인스타그램 @re_graphy) 유선주 객원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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