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 건어물녀 아야세 하루카(위). KBS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초식남 지진희(오른쪽).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이성·결혼에 관심없는 세태상 반영
우엉남·품절녀…인터넷 신조어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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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남·품절녀…인터넷 신조어 ‘붐’
아무리 만나도 정분이 안 나는 남녀가 있다.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만나면 그렇게 된다.
최근 독특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시리즈처럼 유행을 타고 있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들에겐 여전히 생소한 이런 말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초식남’은 2006년 일본에서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미키가 초식계 남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순식간에 널리 퍼졌고, 한국까지 넘어온 히트 신조어다. 보통 남성과 달리 연애와 섹스 대신 일과 취미활동에 관심이 많은 남자를 뜻한다. 최근 한국방송 드리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 나오는 탤런트 지진희가 대표적인 초식남 캐릭터다. 외모나 직업 모두 여성들의 관심을 살 만하지만 여성 자체에 무관심하다. 이종격투기, 축구 같은 남성적인 스포츠 대신 패션, 미용에 관심이 많고 취미생활에 열중하면서 주위 여성을 연애의 대상이 아닌 친구로 대한다.
건어물녀는 일본 만화 원작을 2007년 티브이 드라마로 제작한 <호타루의 빛>에서 나온 말이다. 직장에서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이지만 퇴근 뒤에는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에 오징어 같은 마른안주와 맥주를 즐기는 털털한 여성들을 가리킨다. ‘오징어와 맥주’ 때문에 건어물이란 표현이 나왔지만 사회생활에 치여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말라버려 건어물이란 해석도 있다. 결혼이나 연애에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초식남과 비슷하나 일이나 취미생활에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초식남과 다르다.
이런 일제 신조어들은 과연 한국 사회의 모습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한 결혼정보회사가 최근 미혼 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초식남에 대한 견해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변에 초식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란 물음에 여성의 34%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초식남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응답 여성의 62%는 친구로는 좋으나 애인으로 싫다고 답변했고 친구와 애인으로 모두 싫다는 응답이 28%였다. 남성 응답자들은 초식남에 대해 35%가 아주 싫다고 대답했으며, 싫다는 응답이 26%였다. ‘좋다’는 9%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30대 미혼 남성 74%가 자신을 초식남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초식남이 대세인 점을 볼 때 한국에서 초식남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초식남과 건어물녀는 자발적이든 불가피한 결과든 젊은 남녀들이 연애나 결혼이 담고 있는 의무에서 멀어지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즘 젊은 남녀들의 초상을 반영하는 다른 신조어들로는 우선 초식남의 반대 ‘육식남’이 있다. 어떻게든 여성에게 수작을 걸어보려 혈안이 된 남자로, 기존 ‘마초’와 다른 점은 이른바 ‘나쁜 남자’에 가까운데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면도 있다. 국내 한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한 가수 이름에서 따서 명명했다는 ‘토이남’은 섬세한 취향과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남자를 뜻한다. 초식남과 유사하지만, 섬세함과 미적인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조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 밖에 김밥에 들어가는 우엉처럼 비실비실 보잘것없지만 순진하고 엉뚱한 행동으로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우엉남’, 우엉남보다는 낫지만 알파걸(고소득 독신 여성)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베타남’도 나왔다. 여성에게 빌붙어 사는 ‘애완남’, 흔해빠진 촌스러운 스타일의 ‘재고남’,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남’ 등 비호감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들도 다양하다.
여성을 부르는 신조어들은 외모를 따지는 거칠고 ‘독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매력적이지만 이미 유부녀인 여성을 부르는 ‘품절녀’, 성형수술로 연예인과 비슷해지긴 했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여자인 ‘짝퉁녀’, 함께 다니는 친구는 예쁜데 혼자 못생긴 여성을 놀리는 ‘하자녀’, 전체적으로는 외모가 괜찮은데 한 부분만 못생긴 여성을 부르는 ‘B품녀’ 등이 등장했다. 미인은 아닌데 볼수록 매력 있는 여성이라는 ‘인상녀’, 협찬한 제품이 완전히 팔려나가게 만드는 여성 연예인을 부르는 ‘완판녀’도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여성을 부르는 신조어들은 외모를 따지는 거칠고 ‘독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매력적이지만 이미 유부녀인 여성을 부르는 ‘품절녀’, 성형수술로 연예인과 비슷해지긴 했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여자인 ‘짝퉁녀’, 함께 다니는 친구는 예쁜데 혼자 못생긴 여성을 놀리는 ‘하자녀’, 전체적으로는 외모가 괜찮은데 한 부분만 못생긴 여성을 부르는 ‘B품녀’ 등이 등장했다. 미인은 아닌데 볼수록 매력 있는 여성이라는 ‘인상녀’, 협찬한 제품이 완전히 팔려나가게 만드는 여성 연예인을 부르는 ‘완판녀’도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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