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투구 모습. 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이 주관하는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은 빅리그 선수들의 출장이 가능한 국제 대회다. 이번 대회에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들만 186명이 출전한다. 클레이튼 커쇼(34)가 보험 문제로 결국 출전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많은 스타가 대회를 수놓을 계획이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28·일본)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21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투수로도 규정 이닝을 충족하면서 더 완벽한 투타 겸업 시즌(15승9패 평균자책점 2.33·166이닝 투구)을 만들어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오른 오타니는 자유계약(FA)을 앞두고 이번 시즌 만반의 준비를 했다. 세계야구클래식은 오타니의 괴물 같은 시즌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될 전망이다. 엘에이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미국 대표팀 주장을 맡은 엘에이(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우트. AP 연합뉴스
‘최고 중의 최고’ 마이크 트라우트(31)도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대표팀 주장을 맡은 트라우트는 데뷔할 때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정확성과 파워, 스피드 등 야구에 필요한 재능을 모두 타고났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야구는 공격과 수비, 주루를 모두 종합해서 평가하는 ‘승리기여도’가 대중적인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트라우트는 2012년 이후 승리기여도에서 도합 81.4를 기록(팬그래프닷컴 기준)하고 있다. 같은 기간 2위 폴 골드슈미트(35)의 기록이 53.4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라우트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대표팀은 2위 골드슈미트와 더불어 4위 무키 베츠(30)도 출전한다. 베츠는 세계야구클래식 참가 이유에 대해 “트라우트와 같은 팀에 뛰어 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은 저스틴 벌랜더(40)와 맥스 슈어저(38), 게릿 콜(32) 등이 불참하면서 선발진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트라우트와 베츠, 골드슈미트, 트레이 터너(29), 놀란 아레나도(31) 등이 가세하는 타선은 무시무시한 전력을 자랑한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 AP 연합뉴스
미국 대표팀보다 더 화려한 팀이 있다. 바로,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샌디 알칸타라(27), 내셔널리그 엠브이피 2위 매니 마차도(30),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훌리오 로드리게스(22), 챔피언십시리즈·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 제레미 페냐(25)가 총출동한다. 후안 소토(24)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3), 라파엘 데버스(26)도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에이스, 알칸타라는 구속의 신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시속 157.7㎞)이 선발 투수 전체 1위였다. 알칸타라는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 조절을 통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도 평균 구속이 시속 147.7㎞에 달했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시속 144.2㎞)보다도 빨랐다. 세계야구클래식은 투수들의 투구 수를 제한하지만, 알칸타라는 땅볼 유도로 맞혀 잡는 피칭에도 능한 투수다. 투구 수 관리를 잘한 덕분에 지난 시즌 리그 최다인 6번의 완투 경기를 해낼 수 있었다. 알칸타라는 도미니카 대표팀 승선에 대해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며 우승 각오를 내비쳤다.
세계야구클래식은 전세계적으로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 많은 선수가 정규리그 개막을 무릅쓰고 대회에 참가한다. 제발 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팬이나 구단이나 한마음일 것이다.
이창섭 〈SPOTV〉 해설위원
pbbl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