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지난해 202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4차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와 지도자와 해설자 중 가장 힘든 것’을 묻는 말에 이종범 엘지(LG) 트윈스 코치는 망설임 없이 “
해설자"라고 답한다. “말은 한 번 잘못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설을 해야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많다“고 ‘바람의 아들’은 설명한다. 수십년 일편단심 야구만 바라보고 살아온 전설들에게도 ‘남의 야구’에 말을 얹는 일은 부담이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출전한 이강철호의 첫 경기(9일 낮 12시 호주전)를 목전에 두고 방송가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해 겨울 카타르월드컵에서 시청률 희비가 갈렸던 지상파 3사가 ‘야구 월드컵’에서 재대결을 벌이게 됐다. 허구연 한국프로야구(KBO) 총재와 이승엽 두산베어스 감독 등 익숙한 목소리가 빠진 자리에는 한국야구의 ‘최강 전설’들이 들어섰다.
이종범 엘지(LG) 트윈스 코치가 지난해 7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KBS)은 2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박찬호 해설위원과 함께한다.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찍어눌렀던 강속 투구 못지않게 입담 역시 ‘코리안 특급’인 박찬호 위원의 해설 복귀에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제가 엘에이(LA)에 있을 때…”라는 문구로 회자되는 ‘투 머치 토커’ 박 위원은 2006년 초대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네 번 등판해 10이닝 무실점 3세이브로 맹활약하며 대회 올스타에 뽑혔다. 박용택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가 합을 맞춘다.
<문화방송>(MBC)의 선택은 이종범 코치다. 그 역시 2006년 대회에서 대표팀 주장으로 팀 내 최고 타율(4할), 최다 안타(10개) 대회 올스타 활약을 펼쳤다. 해설 복귀는 2015∼2018년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시절 이후 약 5년 만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는 아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사위 고우석(엘지)이 있는 만큼 각별한 중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 단장을 마치고 해설 복귀한 정민철 위원과 김나진 캐스터가 함께한다.
이대호가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수상 소감을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비에스>(SBS)에서는 이대호 해설위원이 중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일곱번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은퇴 시즌을 화려하게 마감했던 ‘조선의 4번 타자’는 현역 시절 세 번의 세계야구클래식을 포함해 여덟번 대표팀 부름을 받으며 승부처 고비마다 불방망이를 휘둘러 왔다. 은퇴 후 방송국이 사랑하는 ‘예능 스타’로 거듭난 그가 중계석에서도 홈런을 때려낼지 관심이 몰린다. 현장 중계 파트너는 이순철 해설위원, 정우영 캐스터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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