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한국 야구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토미 현수 에드먼. 그는 이번 대회 유니폼에 적힌 영문 이름에 ‘현수’의 이니셜인 에이치(H)를 담았다. 오사카/연합뉴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미국 메이저리거. 한국 야구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선수다. 어머니가 한국 출신이지만, 에드먼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이다. 하지만 그는 독특한 세계야구클래식 규정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야구클래식은 국가대표 출전 자격을 넓게 잡고 있다. 야구 세계화를 위해서다. 구체적인 규정을 보면 △대회 3개월 전 해당 국가 여권을 취득한 시민 △해당 국가 영주권자 △해당 국가 출생자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해당 국가 시민이거나 출생자(이미 사망했을 경우도 인정) △해당 국가에서 시민권 또는 여권을 받을 예정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 등이 해당 국가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덕분에 선수들은 부모 혈통에 따라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 각 나라 여권법에 따라 조부모 혈통까지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그간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만으로 대표팀을 꾸려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겠다”라며 에드먼 등 한국계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곧장 미국에 입양된 롭 레프스나이더(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진 않는다.
에드먼은 빠르게 한국 대표팀에 적응하고 있다. 에드먼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한국인들이 한일전에 관해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며 “(일본계인) 아내에게 한국을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중국 야구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케이티(kt) 위즈 주권. 케이티 위즈 제공
한국 선수가 다른 나라 대표팀에서 뛰는 경우도 있다. 케이티(kt) 위즈 투수 주권이 주인공이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권은 10살 때인 2005년 한국에 왔고, 2007년 귀화했다. 주권은 중국야구협회(CBA) 제안을 받아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온다. 다만 주권은 한국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규정상 가능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에 따라 소속팀이 바뀐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당대 최고 타자로 꼽혔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6년 1회 대회 때는 미국, 2009년 2회 대회 때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뛰었다. 로드리게스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자 출신이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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