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홈런포에 무너진 ‘이강철호’…강백호 ‘세리머니 아웃’ 찬물

2023 WBC 조별리그 호주전
고영표 김원중 양현종 홈런 허용
7-8 패배로 일본전 꼭 이겨야 8강 진출

양현종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 8회초 1사 2, 3루에서 호주 로비 퍼킨스에게 3점포를 내준 뒤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벼랑 끝에 섰다. 2013년, 2017년 세계야구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명예 회복을 별렀으나 홈런포 3개를 앞세운 호주에 일격을 당했다. 한국은 2013년, 2017년 대회 때도 첫 경기에서 패하면서 조기에 짐을 쌌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조별리그 B조 호주와 첫 경기에서 투수들의 난조 속에 7-8, 1점차 패배를 당했다. 4-8로 뒤진 8회말 호주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 속에 3점을 따라갔으나 거기까지였다. 한국은 10일 같은 곳에서 일본과 조별리그 2차전(저녁 7시)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이 WBC에서 맞붙는 것은 2009년 대회 결승전 이후 처음. 한국은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8-10 패배) 이후 일본에 3연패를 당하고 있다. 한국이 우승 후보인 일본에 패하면 2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 무너진 고영표

한국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다. 호주 타선에 강타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고영표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결정구인 커브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면서 2회초 1사 1, 3루, 3회초 무사 1루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4회초 몸에맞는공, 기습 번트안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로건 웨이드에게 중견수 희생뜬공을 내줘 선취점을 허용했다. 5회초 1사 후에는 팀 케넬리에게 좌중월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0-2에서 강판됐다. 4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1볼넷 4탈삼진 2실점.

고영표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에서 5회초 1사 뒤 팀 케넬리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양의지의 ‘한 방’

한국 타선은 4회까지 호주 좌완 선발 잭 올로클린(2이닝 1탈삼진 무실점)과 미치 뉸본(우완)에게 퍼펙트 투구를 당했다. 답답하던 공격력에 물꼬를 튼 이는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호주전을 맞아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든 ‘6번 지명타자’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0-2로 뒤진 5회말 1사 1루에서 뉸본을 상대로 대표팀 첫 안타(우전)를 뽑아냈다. 이후 2사 1, 2루에서 ‘152억원의 사나이’ 양의지가 시원한 좌월 3점포를 터뜨리면서 한국은 순식간에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 타율 0.169(83타수 14안타 1홈런)로 저조했던 양의지의 ‘한 방’으로 한국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양의지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에서 5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역전 3점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무조건 3타자 상대 룰’의 덫

이번 대회에서 한 번 등판한 투수는 이닝이 바뀌지 않는 한 무조건 3타자를 상대해야만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다. 그래서 투수 교체에 신중해야만 한다. 이강철 감독은 4-2로 앞선 7회초 소형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소형준은 몸에맞는공, 중전안타를 연거푸 내줬고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1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한국 벤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형준이 규정대로 3타자를 상대하고 교체된 뒤 김원중이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김원중은 2사 2, 3루에서 로비 글렌디닝에게 역전 3점포를 두들겨 맞았다. 글렌디닝은 지난 시즌 미국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22홈런을 터뜨린 거포다. 8회초 1사 뒤 등판한 양현종 또한 내야 안타, 2루타, 3점 홈런을 연속으로 두들겨 맞은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점수는 4-8이 된 후였다.

한편, 강백호는 4-5로 역전을 당한 7회말 1사 뒤 최정 대신 타석에 들어서 2루타를 쳐냈으나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을 떼는 바람에 태그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추격 의지를 다지던 대표팀에 찬물을 끼얹는 본헤드 플레이였다.

도쿄/김양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