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18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 캠든 야드 오리올스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방문 경기에서 1회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오타니는 이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팀은 볼티모어에 1-3으로 패했다. 볼티모어/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 나아가 야구의 혁명을 일으켰다. 지난 세계야구클래식(WBC)은 오타니가 야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회였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나서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한계를 뛰어넘는 건 스포츠의 고유 가치이기도 하다.
올해도 오타니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균형 잡힌 투타 겸업을 통해 리그 최우수선수(MVP·2021년)와 리그 MVP 2위, 사이영상 4위(이상 2022년)에 올랐었다. 이미 역사를 세웠지만, 오타니는 또 다른 역사를 넘보고 있다. MVP 탈환과 사이영상 수상, 여기에 직접 공언한 소속팀 엘에이(LA) 에인절스의 우승이다.
우선, 타자 오타니는 변함없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과 변화구 상대 타율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변화구 상대 타율이 2021년 0.239에 그쳤지만, 2022년 0.279를 거쳐 올해 0.321까지 끌어올렸다. 투수가 오타니의 파워를 의식해 변화구를 던진다고 해도 그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지는 체인지업 같은 오프스피드 피치에 대해서도 헛스윙률이 지난해 30.1%에서 올해 18.6%까지 하락했다.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한층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달라진 오타니는 지난 16일(한국시각) 볼티모어 방문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선발 투수로는 7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지만, 타석에서 4안타 1볼넷 5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선발 투수가 5출루 경기를 달성한 것은 1964년 9월26일 멜 스토틀마이어에 이어 오타니가 두 번째였다.
이날 오타니는 4안타를 세 가지 구종을 공략해서 만들어냈다. 3회 시속 98마일(157.8㎞) 패스트볼 상대로 안타를 쳤고, 4회 커브를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또한 5회 3루타를 친 공은 체인지업이었고, 9회 마지막 안타는 패스트볼을 두드렸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오타니를 막기 위해 가진 구종을 최대한 활용했지만, 오타니는 개의치 않고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덕분에 오타니는 2021년 29.6%로 높았던 타석 당 삼진율을 올해 20.2%라는 개인 최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지난 16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 캠든 야드 오리올스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오타니는 이날 7이닝 4피안타(3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타석에서 활약(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시즌 5승(1패)을 챙겼다. 볼티모어/AP 연합뉴스
타자 오타니에 반해 투수 오타니는 물음표가 남아 있다. 시즌 첫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0.64로 눈부신 피칭을 펼쳤지만, 최근 4경기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6.12로 흔들리고 있다. 같은 기간 28이닝 투구 동안 사사구가 11개, 특히 피홈런이 8개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2.9개다. 현재 규정 이닝 9이닝당 최다 피홈런이 2.4개다.
하락세의 이유는 분명하다. 일종의 변종 슬라이더인 스위퍼 일변도 피칭이 간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위퍼를 전면에 내세운 오타니는 WBC에서도 스위퍼가 어떤 공인지 보여줬다. 스위퍼는 원래 존재한 구종이라고 하지만, 현재 스위퍼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기여한 투수가 오타니다.
올해 오타니는 스위퍼 비중을 44.9%(2022년 37.4%)로 높였다.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아무리 뛰어난 구종이어도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다. 작년부터 오타니의 스위퍼를 지켜본 타자들은 서서히 스위퍼에 적응하고 있다. 실제로 첫 5경기에서 스위퍼는 피안타율 0.082(61타수 5안타)에 피홈런이 1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4경기는 피안타율 0.269(26타수 7안타)에 피홈런이 4개로 늘어났다. 스위퍼에 계속 집착하면 이 수치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투수로서 오타니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도 오타니는 첫 9경기 평균자책점이 3.99였고, 이후 19경기 평균자책점은 1.67이었다. 레퍼토리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올해도 레퍼토리를 조정해 새로운 투수로 변신할 수 있다. 스위퍼는 오타니의 주무기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몸이 허락하는 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지 한 칼럼니스트는 “어느덧 일상이 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항상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투타 겸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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