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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샌디에이고행’ 고우석,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까 [이창섭의 MLB 와이드]

등록 2024-01-10 10:02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고우석(25)이 메이저리그로 향한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달러 보장 계약에 성공했다. 성적에 따른 보너스가 다양하게 걸려 있다. 경기 등판을 포함한 경기를 끝내는 등판에 따라 별도의 보너스가 주어지고, 이듬해 연봉도 상승하는 구조다. 2026년 상호 옵션까지 모두 충족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940만달러로 늘어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매우 복잡한 계약이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 팀이다. 경기를 끝내는 등판마다 보너스를 넣은 것은 향후 마무리 투수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만, 보장 계약을 낮추는 대신 많은 옵션을 붙이는 안전장치도 설치해뒀다. 이건 현재 고우석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고우석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2019년 이후 통산 138세이브는 같은 기간 최다 1위 기록이다. 5년 간 통산 평균자책점도 2.39로 200이닝 기준 1위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살짝 고전(44경기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했지만,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서의 입지는 변함이 없었다.

고우석의 경쟁력은 구속이다. 지난 시즌에도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52.5㎞였다. 이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빠른 공 평균 구속과 일치한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는 불펜 투수들의 빠른 공 구속에 아쉬움이 있었다. 평균 구속 시속 151.1㎞로, 메이저리그 전체 세 번째로 느렸다. 피안타율도 0.251로 좋지 못했다. 빠른 공에 약점이 있었던 팀이기 때문에,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고우석을 영입한 셈이다.

하지만, 빠른 공의 구속만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할 수 없다. 고우석의 빠른 공 구속은 메이저리그 수준에 해당할 뿐, 구속 하나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계약 전부터 고우석을 살펴본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도 “타자를 제압할 파워는 있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다른 구종도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고우석은 커터와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한다. KBO리그에서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자주 활용했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커브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는 주로 높은 쪽을 공략하는 빠른 공과 함께 높낮이 효과를 주는 데 용이하다. 빠른 공이 강점인 고우석도 떨어지는 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KBO리그에서 불안정했던 커브의 제구를 다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만약 커브가 메이저리그에서 발전을 이룬다면, 빠른 공의 위력 역시 한층 더해질 것이다.

커터와 슬라이더도 눈여겨봐야 한다. 샌디에이고 코치들의 지도를 받으면 달라질 수 있다. 샌디에이고 투수 코치 루벤 니에블라(52)는 육성과 조련에 탁월한 인물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31)은 니에블라 코치를 수상의 일등공신으로 뽑았다. 니에블라 코치는 스넬이 볼넷에 위축되지 않도록 꾸준히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니에블라 매직’은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았다. 스넬처럼 유명한 투수가 아니더라도 도움을 받은 투수들이 있다. 2022년 스티븐 윌슨(29)과 2023년 톰 코스그로브(27)는 혜성처럼 등장해 불펜에 큰 보탬이 됐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은 샌디에이고 코치들의 조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고우석도 샌디에이고 코치들의 능력이 발휘되면 지금보다 성장을 바라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마무리 조시 헤이더(29)가 팀을 떠났다. 당장 확실한 마무리가 없다. 로버트 수아레스(32)와 마쓰이 유키(28), 그리고 고우석이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수아레스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마이크 실트(55) 감독은 일단 집단 마무리 체제로 운영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스프링캠프부터 후보로 낙점된 투수들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시작된다. 과정은 쉽지 않았고, 곧바로 경쟁해야 하는 구도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고우석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지적하지만, 원래 꿈을 이루는 것은 무모함에서 비롯된다. 고우석의 용기 있는 결단이, 모두의 박수를 받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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