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선수 의사 존중 보내기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 진출에 도전한 엘지(LG) 트윈스의 고우석(25)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이 임박했다. 애초 조건부 허락을 내걸었던 엘지는 고심 끝에 그의 메이저리그행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엘지는 3일 “고우석 선수는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엘지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팀으로 그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메이저리그 구단은 샌드에이고다. 고우석은 이날 오후 1시께 구단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체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계약 마감 시한은 한국시각 4일 아침 7시다.
고우석에 관심을 표한 구단은 여럿이지만, 최종 입찰을 한 구단은 샌디에이고 단 1곳이었다. 차명석 엘지 단장은 샌디에이고로부터 온 제안을 살펴본 뒤 구단주인 구광모 엘지 회장에게 보고했고, 고우석의 미국행을 허가했다. 앞서 미국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국 우완 투수 고우석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계약이 임박했다. 아마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애초 엘지는 고우석의 메이저리그행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조회 요청을 했을 때만 해도 “헐값에 보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 만족할 만한 몸값을 받아야만 보내주겠다는 조건부 허락이었다.
샌디에이고 쪽에서 제시한 금액은 엘지와 고우석 모두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우석의 빅리그 도전 의사가 강해 구단이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엘지 관계자는 “계약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금은 밝힐 수 없다. 구단은 에이전트에서 협상을 잘해 좋은 계약이 된다면 보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엘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엘지에 입단했다. 3년차인 2019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65경기 8승,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2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22 시즌에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무기로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해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도중 부상을 입으며 44경기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면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다. 올해 3월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엘에이(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 2명을 볼 수도 있다. 처남인 이정후와의 맞대결도 가능하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해 12월 6년 1억1300만달러(약 1477억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이정후를 영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