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프로야구 정규리그 부문별 수상자들이 2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취재진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첫째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류현진(한화), 이대호(롯데),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이용규(기아), 오승환(삼성), 양준혁(삼성), 김병주 심판(최고심판상), 전준호(현대), 박한이(삼성), 이종욱(두산), 권오준(삼성).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싱글벙글 괴물’ 류현진
“최우수선수상이 더 좋아요.”
19살 류현진에게 신인상-최우수선수상 동시 수상은 얼떨떨한 순간이다. 모처럼 입어보는 정장도 어색하기만 하다. “둘 다 받고 싶었어요.” 꾸밈없는 솔직한 대답이 터져 나온다.
류현진은 한화 입단 당시에도 “(일본이나 미국 진출보다) 한국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에게 주어진 상은 한국프로야구가 그에게 준 ‘미래의 보상’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류현진의 2006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즌 동안 201⅔이닝을 던졌고, 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12이닝을 더 던진 그에겐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가 남아있다. 이미 지쳐있는 어린 류현진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과분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자신만만했다. “일본전에 나서 반드시 이기고 싶어요. 일본이든, 대만이든 나갈 때마다 잘 던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야구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이고, 상대가 누구든 행복할 따름이란다.
생기 발랄한 목소리로 이대호(롯데)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선배를 향해 “우리나라 최고의 1루수로 클 선수”라고 아낌없는 칭찬을 던졌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던 류현진은 “최우수선수상(2000만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이 신인상(상금 200만원)보다 더 좋은 걸로 알고 있다”는 한마디로 시상식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천진함도 뽐냈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51)씨는 최우수선수로 아들의 이름이 발표되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현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4년,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전념했던 때가 스쳐간다”며 “그 시절 시련이 지금의 현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운동을 시키길 잘했다”는 아버지의 손에는 아들이 받은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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