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한국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뛰면 얻을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 ‘자유계약’이란 빛 좋은 개살구다. 전년도 연봉의 300~450%에 이르는 보상금 때문에 돈 많은 구단이 작정하고 내지르지 않는 이상, 제도의 혜택을 보기가 어려운 꼴이다. ‘대어급’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대박은 커녕, 자신이 일할(뛸) 직장(팀)을 고르기도 힘들다.
선수의 전 소속팀에 보상금을 주는 것는 일부 구단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수선수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미국·일본프로야구에도 비슷한 내용이 존재한다. 다만, 신인선수의 지명권을 양도하는 미국이나, 전년 연봉의 최대 120%를 내놓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보상금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게 문제다.
보상금제도는 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가 만들었다. 이사회는 총재와 8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의결기관. ‘애써 키워논 선수가 다른 데서 잘하는 꼴은 절대 못본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장들이 머리를 맞댄, 필연적인 결과다.
구단들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둔 선수의 연봉을 미리 ‘뻥튀기’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현대는 2004년 심정수와 박진만을 삼성에 보내며 35억4000만원을 손에 쥐었고, 올핸 김수경으로 대박을 노렸다. 김수경은 2005년 부상으로 7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2006년 8천만원이 오른 3억8천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그 결과 김수경의 보상액은 최대 17억1천만원으로, 일본 진출을 노리는 박명환(16억6500만원)보다 더 부담스러운 선수가 됐다.
야구위와 날선 대립을 하는 듯 보이는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사실 왜곡된 자유계약선수제도의 방관자다. 구단이 연봉을 활약 이상으로 올려줄 땐 침묵하다가, 자유계약선수 협상기간이 닥치면 뒤늦게 보상금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자유계약선수제도가 혜택도 족쇄도 아닌,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전유물로 전락하면서 결국 피해는 평범한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그럴수록 야구는 점점 재미없어지고, 관중들은 경기장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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