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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시련 떨친 인천야구와 김성근

등록 2008-11-04 19:17수정 2008-11-04 23:26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삼미 슈퍼스타즈 어린이회원이었는데 학생 때는 태평양 돌핀스를 목청껏 응원하고, 첫 우승의 감격은 현대 유니콘스와 누렸는데 이제와 에스케이 와이번스 팬이 되라니, 거참.” 2000년대를 바라보던 즈음, 인천에 사는 한 지인은 이렇게 푸념했다.

인천 야구. 시련이 많았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은 하나같이 모그룹 사정이 안 좋아서, 서울이 좋다는 이유 등으로 인천 팬들 가슴에 상처만 남기고 돌아섰다. 인천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구단이 창단 8년 만에 사라진 태평양(1988~95)이었으니 말 다했다. 2000년 들어 새로이 인천에 터를 잡은 팀은 에스케이. 신생 팀으로 창단했지만, 전주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 선수들을 대거 흡수해 정체성이 모호했다. 이런 이유로, 구단들의 일방적 이별 통고에 여러 차례 가슴앓이를 했던 인천 야구팬들은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에스케이가 응원구호 앞에 ‘최강’이나 ‘무적’이 아닌, ‘인천’을 단 것은 구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싸늘히 식어버린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함이었다.

김성근 감독. 일본에선 그 핏줄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선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다. 그의 유일한 탈출구는 야구였다. 우유배달할 때도, 공사판에서 흙을 퍼나르면서도, 사우나에서 목욕을 할 때도 그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야구와 연결지었다. 김 감독이 “야구는 내 삶”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김 감독의 야구는 ‘일본식 야구’도 ‘한국식 야구’도 아닌, 그냥 ‘김성근식 야구’다. 100원짜리 선수들을 혹독하게 단련시켜 1000원어치의 가치를 만들어내게 하는 게 그의 야구다. 그에게 정규리그 1경기는 126경기 중 하나가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가늠할 수도 있는 마지막 1경기이다. 단 한 경기라도 허투루 치르는 법이 없으니, 큰 경기 치르듯 투수교체가 많고 경기 시간이 길어진다. 김성근식 야구가 여유가 없어 보이는 원인이다.

상실의 도시에 김성근 감독은 생존의 야구를 심었다. 그 결과물이 인천 연고 팀 사상 첫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 및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늘상 ‘2등 감독’에 머물던 김 감독도 인천 연고 팀에서 비로소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지금껏 ‘우리 팀’에 배신만 당해오던 인천 팬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 창단 첫해(2000년) 8만4563명에 그쳤던 에스케이 총 관중 수는 올해 75만명을 넘어섰다. 인천 야구와 김성근 감독. 어쩌면 지금껏 당한 아픔을 서로에게서 치유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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