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지난 연말 야구계는 참 부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추대 사건 때문이었다. 낙하산 인사냐, 자율총재냐 시끄러운 와중에 소리소문 없이 묻혀버린 사건이 하나 있다. 야구계 도박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전·현직 소속선수들이 연루된 도박사건은 관중 500만 시대를 연 프로야구에 큰 흠집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이는 3명 뿐이지만, 프로야구는 도덕적 생채기를 입었다.
도박사건이 터지자 삼성 김재하 단장은 “검찰 수사 결과 사회적 파장이 크게 나타날 경우, 이번 사태를 책임지는 자세로 경영진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삼성의 발빠른 움직임에 일부팬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도박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거의 종료되는 시점에도 삼성은 조용하다. 김 단장이 애초에 단서를 달았던 사회적 파장이 크게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김응룡 사장은 최근 인터넷 언론 <오센>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부풀려 가정해 나의 거취를 썼다”며 불쾌해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삼성 수뇌부 사의’ 운운하는 기사가 나왔던 게 자못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룹도 도박 파문에 대해서 구단 상층부에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이다. 김 사장과 김 단장은 최근 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됐다.
삼성은 도박사건에 앞서 지난해 11월 자금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에서 좌완 장원삼을 빼내오려는 시도로 파문을 일으켰다. 가입금을 다 내기도 전에 선수팔기에 나선 히어로즈도 문제였지만, ‘히어로즈와의 현금 트레이드 불가’라는 약속사항을 깼다. 재력을 앞세워 상대팀 에이스를 데려오려한 삼성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해태 타이거즈 감독 시절 재정적으로 쪼들린 구단의 선수팔기에 질렸을 김 사장이었기에 팬들로부터 힐난을 받았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에서부터 도박파문까지 스토브리그를 달군 사건의 중심에는 삼성이 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졌으니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프로야구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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