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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골든글러브, 왜 그렇게 뒷말이 많냐고요?

등록 2012-12-14 21:08수정 2012-12-14 22:15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아주 오랜만에 ‘친기자’에 등판합니다. 꾸벅~. 올해도, 여지없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이하 골글) 결과가 팬들 입길에 올랐네요. 골글 투표만 10년 넘게 했는데, 골글 시상식 후 뒷말이 없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골글 투표인단(야구 관련 미디어 관계자 371명)이 가장 많은 ‘돌’을 맞는 건 투수 부문에서입니다. 장원삼(삼성 라이온즈)은 다승 1위(17승)는 했지만 평균자책(3.55)이 높았고, 투구이닝(157이닝)도 적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에이스라는 강력한 ‘전리품’은 있었지요. 반면 브랜든 나이트(넥센 히어로즈)는 평균자책 1위(2.20), 다승 2위(16승)와 더불어 투수 최다인 208⅔이닝을 던졌습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도 30번 등판 중 27번이나 해냈고요.

성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골글은 7표 차이로 장원삼이 받았습니다. 왜일까요? 우승 프리미엄은 없었다고 봅니다. 삼성은 올해 두 부문에서만 골글을 수상했으니까요. 2010년과 지난해 우승팀에서 1명씩만 골글을 받는 등 최근 들어 우승 프리미엄은 골글 투표에서 그 위력을 상실했습니다. 팀 성적보다는 개인 성적 위주로 골글을 주는 추세이지요.

하지만 외국인 선수 배척은 여전합니다. 역대로 보면, 펠릭스 호세(1999년), 타이론 우즈(2000년), 아킬리노 로페즈(2009년) 등 10명만이 황금장갑을 차지했지요. 1998년 우즈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고도 정작 골글에서는 이승엽(삼성)에게 밀렸습니다.

골글 시상식장에서 한 기자가 그러더군요. 외국인 선수는 상을 받으러 한국에 오지도 않는데 왜 찍냐고요. 또다른 기자는 그러더군요. 어차피 외국인 선수는 1년 계약으로 뛰는 ‘용병’일 뿐인데 뽑을 이유가 있냐고요. 당해연도 성적만이 골글 투표 기준은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외국인 선수는 ‘이방인’, ‘뜨내기’라는 생각이겠지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성적이 아주 특출하지 않은 한 국내 선수 편애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누구를 찍었냐고요? 둘 다 안 찍었습니다. 불펜 투수가 철저히 무시당하는 골글에 반기를 들며 과감히 다른 투수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죽은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소신 있게 던진 표였으니 나름 만족합니다.

2루수 부문도 말이 나오더군요. 1·2위 득표 차(38표)도 꽤 있었습니다. 수상자 서건창(넥센 히어로즈)은 타율 0.266, 도루 2위(39개), 득점 8위(70개)를 기록했고, 안치홍(KIA 타이거즈)은 최다안타 6위(0.288), 타격 18위(0.288)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어떤 부문에 가치를 더 두느냐의 차이겠는데, 투표단은 도루 쪽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3할이라면 모를까, 2할 중후반대의 타율은 변별력이 떨어졌던 거지요. 일부에서는 방출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서건창의 ‘스토리’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2001년 홍성흔은 박경완을 제치고 포수 부문 골글을 탔습니다. 당시 박경완의 성적은 타율 0.257, 24홈런 81타점 21도루였고, 홍성흔의 성적은 타율 0.267, 8홈런 48타점 9도루였습니다. 박경완은 당시 포수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죠. 그때 ‘사수’였던 선배에게 “왜 홍성흔을 찍으셨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선배는 “당연히 박경완이 될 줄 알고 홍성흔을 찍었다”고 답하더군요. 이런 마음으로 투표한 이가 비단 선배만이 아니었겠지요. 결국 ‘죽은표’가 모여 ‘살아있는 표’가 됐고, 결과를 바꿨지요.

홍성흔처럼 ‘기자 프렌들리’ 선수들은 골글 투표 때 많은 표를 얻습니다. 반면 평소 기자들과 담을 쌓는 선수들은 외면받지요. 골글이 기자들의 인기투표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기아(KIA), 롯데, 엘지(LG) 등 전국구 인기 구단이 성적이 났을 때는 해당 팀 선수들에게 표가 쏠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이름값’, ‘인기값’을 더 쳐주는 거지요.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수비상인 골드글러브와 공격 위주로 뽑는 실버슬러거 상이 있습니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도 따로 있지요. 한국프로야구는 모든 것을 다 아울러서 골글 하나로 끝내버립니다. 골든글러브가 ‘진짜’ 명예로운 상이 되기 위해서 투표권을 각 구단 코치진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골글 투표단 중에는 시즌 중 야구장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차기 대통령은 골글과 달리 더 깊이 생각하고 뽑아야겠지요? 스스로에게 돌을 던질 선택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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