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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빈볼을 지시했다고요?

등록 2015-04-17 19:16수정 2015-04-18 13:29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김성근 감독. 사진 김양희 기자
김성근 감독. 사진 김양희 기자
안녕하세요. 두달 전에 ‘깡통주택’ 전문기자라고 이 지면에서 인사드렸던 스포츠부의 윤형중입니다. 2년 동안 머물던 토요판팀을 떠나 한달 전에 스포츠부로 옮겨 야구를 맡고 있습니다.

한주간 야구계에서도 ‘성완종 리스트’만큼 뜨거웠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 경기에서 발생한 ‘빈볼’ 사건이었죠.

간략히 정리부터 해드릴게요. 이날 경기는 1회부터 롯데가 7-0으로 앞섰고, 5회엔 15-1로 점수차가 벌어졌습니다. 빈볼 논란은 4회와 5회에 벌어졌습니다. 한화의 신인투수 김민우가 4회에 황재균의 등을 강타하는 공을 던졌고, 5회엔 한화의 바뀐 투수 이동걸이 황재균의 엉덩이를 향해 공을 던졌습니다. 황재균은 한번 허탈한 웃음을 짓더니 바로 마운드로 올라갔고, 양 팀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로 뛰어올라가 뒤엉켰습니다. 올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이었습니다.

빈볼(bean ball)은 영어로 콩을 맞힌 공을 의미하는데요. 콩은 사람의 머리를 빗댄 비속어입니다. 애초 머리를 겨냥한 공을 빈볼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엔 ‘몸에 맞는 공’(사구·死球) 중 고의로 던진 것을 통칭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화 투수들은 황재균을 두번이나 맞혔을까요. 여기서부턴 추정입니다. 황재균은 한화와의 3연전에서 총 두번의 도루를 했습니다. 문제는 두번 모두 점수차가 상당히 난 상황에서 감행했다는 것입니다. 1차전인 지난 10일 롯데가 8-2로 앞선 6회에 황재균이 3루를 훔쳤고, 3차전인 12일엔 1회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습니다. 6점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 도루나 번트를 자제하는 것은 야구계의 오랜 불문율 중의 하나입니다. 이 불문율을 어기면 상대팀이 빈볼로 보복구를 던지는 것도 야구계의 관행이었죠.

문제는 이 불문율이 한국 야구계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타고투저(타격이 강해지고 투수력이 약해지는 현상)가 심화되는 한국 야구계에서 6~7점 차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일 경기에선 한화가 6점 차이를 뒤집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빈볼로 보복하는 관행은 선수 생명을 위협하고, 야구팬들이 이를 납득하지 않는다는 점을 선수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습나다. 1955년엔 국내 고교야구에서 선린상고의 최운식 선수가 머리에 공을 맞아 숨진 일도 있었고,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심정수, 조성환 선수가 공에 얼굴을 맞아 심각한 부상을 당했죠.

또다른 쟁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사건이 왜 이렇게 ‘뜨거운’ 관심사가 되었느냐입니다. 모든 사구가 빈볼은 아니지만 팀당 13~15경기를 치른 올 시즌 사구는 벌써 82개나 나왔습니다. 고의든 실수든 사구를 서로 주고받으면 감정이 격해지고 보복 빈볼이 발생하곤 합니다. 2000년 이후 빈볼로 인한 퇴장도 28건에 이릅니다. 1990년대엔 빈볼로 인한 난투극이 벌어진 적도 많았죠. 그럼에도 이번 사건만큼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드뭅니다. 야구계 안팎에선 그 이유로 ‘김성근 감독’을 꼽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에스케이(SK) 시절부터 ‘확인사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준 한화 이글스 전력분석코치가 쓴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라는 책을 보면, 김 감독은 2002년 엘지 감독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2로 앞섰을 당시 번트 사인을 냈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경기를 내줬고 우승을 놓쳤다고 회상합니다. 이 경험으로 그의 ‘확인사살’ 철학이 더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에스케이 감독 시절엔 점수차가 벌어져도 번트나 도루를 감행하고, 위기에 몰리면 바로 투수를 교체하는 등 여지를 주지 않는 야구를 했습니다. 그런 감독이 이번 사건에서는 상대팀이 확인사살을 하니 ‘빈볼’로 보복한 것으로 김 감독의 안티팬들은 받아들였고, 일부 매체는 김성근의 빈볼 지시를 단정해 기사를 썼습니다. 빈볼 시비 뒤 한화가 중심타자인 김태균을 빼자, 이종운 롯데 감독의 “김태균 왜 뺐냐. 이번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냐”는 발언도 이번 사건을 키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윤형중 스포츠부 기자
윤형중 스포츠부 기자
이번 사태는 좀 차분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불문율과 이를 어기면 빈볼로 보복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 구단은 빈볼 사태에 책임이 있지만, 언론은 성급한 추정과 단정을 삼가야 합니다. 선수들은 승부욕을 부릴 때와 절제할 때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구팬들은 ‘확인사살’ 야구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맞서길 바라지, 빈볼로 대응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윤형중 스포츠부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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