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유가가 22일 오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예선 6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첫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년 뒤 다시 정식종목이 되는 도쿄올림픽에는 반드시 출전권을 따낼 겁니다.”
22일 오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글로라 붕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예선 마지막 6차전. 세계 최강 일본을 맞아 실력차를 절감하며 4회 0-10 콜드게임패를 당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엔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불타는 듯했다. 임병정(51)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했으나 풀리그(7개팀) 2승4패로 1~4위가 겨루는 4강 토너먼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날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구원투수, 1루수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양이슬(29·경남체육회)은 “(지난 19일) 대만전이 제일 아쉬웠다. 주루 실수로 타이브레이크(7회까지 비기면 치르는 연장전)에서 졌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홍콩을 5-1로 잡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대만(2-3), 필리핀(3-5), 중국(1-2)에 연이어 아쉽게 진 뒤 인도네시아를 4-2로 잡았으나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배내혜(오른쪽)-배유가 자매가 일본과의 경기 뒤 이번에 메달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는 반드시 출전하겠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일본전에서는 세계 최강 투수인 우에노 유키코(36)의 구위에 완전히 눌려 1안타를 기록했을 뿐 1점도 뽑지 못했다. 삼진도 7개나 당했다. 이번 일본선수단 기수를 맡은 우에노(1m75)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 금메달의 주역이다. 소프트볼은 당시까지 정식종목이었으나 이후 올림픽에서 퇴출됐고, 2020 도쿄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일본이 2002 부산 대회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은 국내 실업팀이 경남·인천·광주·부산 등 체육회 소속 4개팀과 대구도시공사 등 5개팀에 불과하다. 저변이 좁은 것이다.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2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메달 획득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6월 동아시아대회에서는 3위로 선전했다. 임병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뒷심이 약했다”면서도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안 나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대만전이 뼈아팠다”고 아쉬워했다.
양이슬은 일본과의 경기 뒤 “비인기 종목인 소프트볼이 활성화돼 어린 선수들도 나타나 미래에는 국제대회에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김경무 선임기자
한국은 이번 메달 획득을 위해 재일동포인 배내혜(33)-배유가(29·이상 경남체육회) 자매를 일본으로부터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했으나 아시아의 높은 벽에 막히고 말았다. 양이슬은 이날 경기 뒤 “소프트볼은 투수가 오버핸드가 아닌 언더핸드로 던지고, 주자의 리드도 없고, 베이스라인 사이 거리가 짧은 것이 매력”이라며 “여자들이 하기에는 너무 재밌다. 우리나라도 저변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치를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필리핀, 대만 등을 누르고 반드시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공인구. 김경무 선임기자
여자 선수들 경기인 소프트볼은 투수와 포수와의 거리가 야구(18.44m)보다 훨씬 짧은 13.11m다. 공도 야구공보다 크고 다소 부드러운데, 순식간에 공이 번개처럼 들어오지만 선수들은 이를 잘도 받아친다.
자카르타/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