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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조롱거리’ 된 야구 대표팀, 선발 방식 바꿔라

등록 2018-09-03 11:52수정 2018-09-03 17:37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야구+]
한국의 황재균이 30일 낮(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그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회초 솔로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의 황재균이 30일 낮(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그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4회초 솔로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정후(20·넥센 히어로즈)는 6경기 동안 톱 타자로 나서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6경기 내내 출루하면서 한국의 득점 루트를 뚫었다. 한때 ‘바람의 손자’로 불렸지만 이제 대한민국 미래 톱 타자로 우뚝 섰다.

#박치국(20)과 함덕주(23·이상 두산 베어스)는 나란히 3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한국 마운드 불펜지기로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강한 미들맨’으로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의 활약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전부 묻혔다. 대표팀 자격 논란이 일었던 일부 선수들로 촉발된 ‘병역 특례’ 때문에 대회 내내 ‘선수’는 보이지 않고 ‘병역특례’만 보였다. 아시안게임은 그저 연봉 많이 받는 프로 선수들이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참가한 국제대회로 폄훼됐다. 일본전서 첫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돈 뒤 국가대표 유니폼에 키스를 하던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의 모습도 함께 사장되고 말았다.

‘야구 대표팀의 은메달을 바란다’. 가슴에 태극기를 단 선수들에게 이만한 조롱이 또 어디 있을까. 사실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성인 대표팀에 뽑힌 적 없는 선수가 상무 입대를 포기하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올인’했고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많은 논란속에서도 실책 많고 유격수 포지션 소화만 가능한 그를 내야 백업선수로 발탁했다. 오지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면 현역으로 입대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야구팬이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 오지환이 28일 낮(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 오지환이 28일 낮(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자카르타/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오지환 개인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그는 다만 도박과도 같은 결정을 했을 뿐이다. 결국 그를 뽑은 뒤 6경기 동안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밖에 기용하지 않은 것은 선동열 감독이었다. 선 감독은 오지환 발탁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도 단 한 번도 “전적으로 모든 비난은 내가 안고 가겠다”는 식의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 거센 비난과 조롱 속에 야구 대표팀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애꿎게 다른 선수들까지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아시안게임을 보냈다. “이런 비난을 받으려고 국가대표가 됐나”라는 회의감이 들 만하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병역 특례’라는 엄청난 당근책이 있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앞으로 누가 선뜻 대표팀 발탁을 원할까도 싶다.

선수 구성 논란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있었다. 당시 나지완(기아 타이거즈)은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했고 결국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오지환과 마찬가지로 김상수(삼성 라이언즈) 또한 ‘활용이 제한된 백업선수’ 논란 속에 군 문제를 해결했다. 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가 뛸 수 있게 되면서 선수들은 ’혹시라도’ 하는 기대 속에 오지환처럼 끝까지 군을 연기하고 있다. 한국과 금메달을 다투는 일본, 대만 등은 실업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기 때문에 올림픽 등과 비교해 성적내기가 비교적 쉽다. ‘금메달을 따면 본전, 은메달 이하는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팀 주축 선수들이 대거 차출되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시안게임 참가 기간 동안 정규리그를 2주 넘게 개점휴업했다. 팀 간 형평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2주간의 휴식은 순위 싸움 판도를 바꿔놓기 충분한 시간이다.

야구위는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이 리그 흥행을 좌우한다”는 신념 아래 성적을 내기 위해 최정예 선수단을 꾸렸으나 남은 것은 ‘조롱’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신생 팬 유입은 커녕 프로야구는 개인과 팀의 이익을 위해 태극마크를 이용한다는 인상만 남겼다. 참고로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금메달을 따냈으나 2015시즌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 아래서 평균관중은 오히려 줄었다. ‘국제대회 성적=흥행’의 공식은 비슷한 급의 팀들과 싸웠을 때 나오는 ‘투지’ 속에서나 성립되는 것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아시안게임이 치러지는 가운데서도 리그 중단없이 계속 시즌을 이어갔다. 23살 이하(와일드카드 3명 제외)로 대표팀이 구성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야구 또한 ‘고의적 병역 연기’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예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하고 와일드카드 활용폭을 넓히는 방안도 있다. 일본의 경우도 프로 선수 참가가 허용된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는 ‘완성형 국가대표’를 꾸렸으나 점점 실업야구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점점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표팀 선발에 대중은 더 강한 채찍질을 가한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중은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한다. 세상은 달라졌고 낡은 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다음 아시안게임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천천히 대표팀 구성 방식에 대해 의논해 가야 할 시기다. ’클린 베이스볼’을 주창하는 야구가, 해마다 800만 관중 이상을 동원하는 야구가 더 이상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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