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프로야구 두산-한화 경기에서 9회말 한화 노태형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2700만원 연봉의 노태형(25)이 끝냈다. 선수들은 얼싸안고 하나가 돼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한화가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9회말 투아웃 노태형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7-6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18연패에서 패배를 틀어막고, 19연패 불명예 기록 앞에서 멈췄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화를 구해낸 노태형은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거의 꼴찌로 입단한 노태형은 지난달 처음 1군으로 올라왔고, 이후 내려갔다가 다시 호출돼 인생타를 날렸다.
한화는 바로 이어 펼쳐진 두산과의 3차전에서도 3-2로 승리해 18연패 뒤 기분 좋은 2연승을 올리며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이날 경기는 날씨와 최원호(47) 감독대행의 용병술, 선수들이 투혼이 만든 기적의 승리였다.
한화는 전날 두산과의 경기 3회말 3-4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로 인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하루 뒤에 다시 경기를 재개하는 입장이었다. 양 팀 모두 유불리 요인이 있지만, 19연패 위기에 몰린 한화 쪽이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의 승부수는 선발투수로 김범수를 기용한 것. 팬들은 연패 행진을 막기 위해 ‘개막전 완봉승의 사나이’ 워윅 서폴드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 감독대행이 선택한 좌투수 김범수는 3.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실점 호투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타선에서는 집중력이 빛났다. 이날 3회말부터 공격에 나선 한화는 4회말 6번 타자 양성우가 내야 안타를 뽑아낸 뒤 상대 투수 홍건희의 와일드 피칭, 최재훈의 적시타로 4-4 동점을 일궜다. 5회초 두산의 강타자 김재환의 솔로 홈런에 다시 뒤졌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화는 7회말 박한결의 볼넷에 이어 이용규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이어 2번 타자 정은원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2루타를 작렬시키면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6-5)
잠가야 하는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170세이브에 1개를 남겨둔 마무리 정우람(35)을 8회초 마운드에 올렸다. 베테랑 정우람은 역투를 펼쳤고, 두산의 이유찬에게 동점타(6-6)를 허용했지만 잘 막았다. 정우람은 마지막 9회초 아슬아슬한 위기상황을 돌파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어 9회말 한화의 반격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볼넷 출루에 이어, 2번 타자 정은원의 내야 땅볼로 이용규는 2루로 전진했다. 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한 최 감독대행의 기질이 드러났다. 이어 김태균의 고의사구로 주자 1,2루 상황. 다음 타자 호잉의 내야 플라이로 투아웃이 되면서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5번 타자 노태형은 강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한 노태형은 두산 함덕주의 폭투로 만들어진 2사 2, 3루 상황에서 번쩍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유격수 옆을 빠져 흘렀고, 이것으로 긴 승부는 마침표를 찍었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화가 연패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경기 뒤 “연패가 길어졌다. 선수들 또한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다. 이제 좋은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말 끝은 떨렸다.
갈 길은 멀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연패를 끊긴 했으나, 그것은 단기적인 목표 달성일 뿐이다. 김태균 등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등을 통해 주전급 선수를 빨리 수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14일 전적 두산 6-7 한화, 두산 2-3 한화, 기아 3-4 SK, kt 0-12 삼성, 롯데 6-10 LG, 키움 5-9 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