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는 단 한 번도 관중을 꽉 채우고 경기를 하지 못했다. 최대 수용인원 50% 경기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한 수도권 구단 마케팅팀장은 “텅 빈 잠실야구장에서 선수들만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데 우울증이 심하게 왔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5월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연 엘지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0 KBO리그 개막전. 프로야구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였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선수단 정리.’
꽤 살벌하죠? 매해 그래왔듯이 어김없이 야구단 구조조정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규모가 더 크게만 느껴지네요.
안녕하세요. 3년여 만에 <한겨레> 스포츠팀장으로 복귀한 김양희입니다. 스포츠 현장은 요즘 스산하기만 합니다. 특히 프로야구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부네요. 가을야구 기간이라 흥겨워야 하는데 주변 공기가 아주 무겁네요.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10월31일에 끝났습니다. 포스트시즌에 떨어진 팀들은 속속 선수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110명의 선수들이 새롭게 입단을 하니까 어느 정도의 선수단 정리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방출되는 선수가 예년보다 늘었습니다. 은퇴하는 선수도 많아졌고요. 왜일까요. 짐작대로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프로스포츠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왔습니다. 스페인 축구 명가 FC바르셀로나(바르사)마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으니까요. 시즌 내내 무관중 경기가 펼쳐지면서 관중수입이 영(0)이 된 탓이죠. 미국프로야구(MLB)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3조원 이상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기수 축소(60경기)에 따라 개막 전에 고액 연봉 선수들을 윽박질러 연봉을 깎았는데도 상황이 이렇습니다.
국내 프로야구는 어떨까요. 수도권 ㄱ구단 단장은 “구단마다 2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날 것 같다”고 하더군요. 비수도권 구단의 ㄴ운영팀장은 “120억원 정도 적자”, 또 다른 구단의 ㄷ마케팅팀장은 “150억원 안팎”이라고 하네요.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100억원 이상 손해가 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관중 경기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관중수입이 대폭 줄었고, 얼어붙은 경기 탓에 광고 판매도 덜 됐기 때문이죠.
이것뿐일까요. 야구장에 관중이 안 들어찼으니 응원 물품 판매나 구장 내 식음료 판매에서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요. 프로야구단 연간 운영비는 400억~500억원에 이르는데 모그룹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지원받는 150억~200억원, 그리고 해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는 메인 스폰서/중계권 수익 배분액(대략 70억~80억원) 외에는 돈줄이 꽉 막혀버린 것이지요.
프로야구는 다른 프로스포츠보다 관중수입이 월등히 많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이유로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보다 코로나19 시대가 더 힘겹습니다. 다른 스포츠 구단은 모그룹으로부터 대부분의 운영비를 충당받지만 프로야구는 운영비 절반 이상의 자립도를 키워왔기 때문이죠.
일례로 작년 시즌 정규리그(720경기) 관중수입은 총 858억3530만원이었습니다. 올스타전(2억5300만원), 포스트시즌(12경기 87억9900만원)까지 합하면 950억원까지 치솟습니다. 서울 연고의 두산 베어스와 엘지(LG) 트윈스의 경우 2019시즌에 각각 131억7139만원, 136억5954만원의 관중수입이 있었습니다. 팬덤이 아직은 약한 열번째 창단 팀 케이티(KT) 위즈 또한 43억원가량의 관중수입이 있었고요.
올해는 정규리그 관중수입이 10개 구단 총 45억2048만원입니다. 이대호(25억원·롯데 자이언츠)와 양현종(23억원·기아 타이거즈)의 연봉을 합한 금액만큼도 안 되죠. ㄷ팀장은 “작년에는 입장료, 식음료 판매 등으로 한 경기당 4억6000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올해는 4300만원뿐이었다. 고정비용이 4600만원 나갔는데 오히려 관중을 받는 것이 마이너스였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언제까지 비상경영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다른 계열사들이 하나같이 긴축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모그룹에 손을 더 벌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는 수밖에 없죠.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야구단은 규모를 조금씩 줄여왔습니다. 한때 선수들을 115명 보유하던 구단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90~100명 선에서 유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더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구단은 70명 선까지 줄인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연일 선수 방출 소식이 들리는 이유입니다. 타깃은 연봉이 높은 나이 든 선수와 아직은 포지션이 애매한 신진급 선수들이죠. 코로나19를 계기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는 면도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출현과 함께 야구단도 휘청이고 있습니다. 혹자는 “허리띠 졸라매기 수준을 넘어 구단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태”라는 말을 하더군요. 내년에는 달라질까요.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백신이 곧 사용 승인을 받는다니 기다려보지요. 마스크는 꼭꼭 쓰고요.
김양희 문화부 스포츠팀장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