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코리 클루버가 21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방문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 클루버는 이날 노히트 노런 기록을 작성했다. 양키스 투수로는 22년 만에 작성된 대기록이었다. AFP 연합뉴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는 바야흐로 노히트 노런(이하 노히터)의 시대다. 지난 몇 년간 한 손으로 셀 수 있었던 노히터 경기가 벌써 6번이나 나왔다. 더블헤더 7이닝 노히터 경기까지 포함하면 모두 7번이다. 6월이 되기도 전에 노히터가 6번이 나온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종전 1917년 5회)이다. 5월 노히터 4경기 또한 1990년 6월과 더불어 월간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 시즌 가장 많은 노히터가 탄생한 것은 1884년이다. 그 해 8번의 노히터가 만들어졌다. 1900년부터 시작된 현대 야구에서는 한 시즌 최다 노히터 기록이 7번(1990년, 1991년, 2012년, 2015년)이다. 그런데 올해는 지금처럼 노히터가 양산되면 무려 23번까지 볼 수 있다.
노히터는 특별하다. 올해 나온 노히터도 모두 의미가 있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조 머스그로브(28)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초의 노히터 경기를 해냈다. 머스그로브에 이어 카를로스 로돈(28)과 존 민스(28), 웨이드 마일리(34), 스펜서 턴불(28), 코리 클루버(35)는 힘든 시간을 딛고 노히터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노히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노히터에 대한 감흥도 줄어들고 있다. 영광스럽게 기억되어야 할 경기들이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 현상이 더 짙어졌다. 리그 평균 타율(25일 현재 0.237)은 역사상 투고타저가 가장 심했던 1968년과 같은 단일 시즌 최저 기록이다. 규정 타석을 소화한 153명 중 11명이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 야구 들어 한 시즌 가장 많이 1할대 타자가 나온 건 지난해 6명이었다. 특히 1할대 타자가 즐비한 시애틀은 팀 타율(0.199)이 2할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볼티모어전(5월6일), 디트로이트전(5월19일)에서 두 번의 노히터를 당했다. 시애틀은 2019년 이후 4번의 노히터를 헌납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는 왜 타자들에게 불리한 곳이 되었을까. 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현재 도입된 트랙맨, 랩소도 등 최신식 장비들이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장비들을 통해 구속을 높일 뿐만 아니라 회전수도 늘림으로써 최적화된 레퍼토리를 갖추게 된다. 타자의 구종 인식을 방해하는 터널 이론도 여기서 비롯됐다. 매년 좋아지는 구위에 효율적인 피칭 전략까지 나오다 보니 타자들이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탈삼진에 대응하기 위해 타구 발사 각도를 높여 홈런을 때려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수비 시프트도 타자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타자 개개인의 타구 분포도를 기반으로 맞춤형 수비를 가져가는 시프트는 수많은 안타를 앗아갔다. 잘 맞은 타구도 야수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통계 분석 시스템이 확립되고 표본이 쌓일수록 시프트는 더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 시프트의 적중률이 높아지면서 타자들은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사무국에서 시프트를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심한 투고타저를 유발한 또 다른 요인은 공인구다. 현지에서는 스프링캠프가 열린 2월부터 공인구가 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샌디에이고 좌완투수 블레이크 스넬(28)은 “공이 분명히 달라졌다”고 확신했다. 〈디애슬레틱〉은 375피트(약 114m) 이상 날아간 공들의 비거리가 1~2피트 정도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실제로 올해 뜬공 타구의 비거리는 317피트(약 96.6m)로 162경기를 치른 2019시즌(324피트)에 비해 줄어들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251피트를 기록 중인데 2019년 256피트, 2020년 274피트였다.
지난해 단축 시즌의 여파가 타자에게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판하는 투수와 달리 타자는 거의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한다. 60경기에서 162경기 체제로 돌아왔을 때 체력적인 부담이 아무래도 더 크다. 많은 타자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 메츠는 주축 타자들이 대거 이탈한 상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지나치게 많은 홈런을 우려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반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다.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친 시즌이 환영받은 적은 없었다.
이창섭 MLB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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