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로 서울 에스케이(SK)에 합류한 오세근(오른쪽)이 8일 오후 서울 케이비엘(KBL)센터에서 에스케이 가드 김선형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중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국프로농구(KBL)
에어컨리그 ‘사건’을 하나 꼽자면 오세근(36)의 이적이다. 12년간 몸담았던 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서울 에스케이(SK)에 입성했다. 계약 기간 3년에 첫해 보수 총액은 7억5000만원. 규모도 규모지만 ‘디펜딩챔피언’ 팀의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이자 ‘베테랑 원클럽맨’이 ‘라이벌 준우승팀’으로 향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충격이 컸다.
오세근은 8일 서울 케이비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12년 동안 이뤘던 것을 놓고 온다는 생각에 힘들었다”라면서도 “(에스케이가) 전에 있던 팀보다 좋았던 부분이 많아서 이런 선택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와 동석한 김선형(34·에스케이)은 “겉으로는 내색 안 했지만 세근이 형이 (계약서에) 사인을 안 하길래 전화를 했다. 고민이 많아 보였는데 마음 졸이면서 기도를 올렸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2022∼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뛰고 있는 오세근. KBL 제공
즉, 이번 이적은 오세근이 인삼공사와 작별한 사건이면서 동시에 김선형과 재회한 사건이기도 하다. 두살 터울 오세근과 김선형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중앙대에서 합을 맞추며 ‘52연승’ 대기록을 세우는 등 대학 농구 최강 전설을 썼고, 2011년 드래프트 동기(1순위 오세근, 2순위 김선형)로 프로에 데뷔해 각자의 팀에서 12년 동안 리그 최고의 가드와 빅맨으로 군림했다.
지난 두 시즌에는 연달아 정상에서 적으로 만났다. 2021∼2022시즌에는 에스케이가 우승하고 김선형이
챔프전 엠브이피에, 지난 시즌에는 인삼공사가 우승하고 오세근이
챔프전 엠브이피에 뽑혔다. 둘은 “챔프전 1차전부터 선형이가 너무 미웠다. 말도 안 되는 ‘개똥슛’(플로터 슛)이 다 들어갔다”(오세근), “제일 중요한 순간에 세근이 형이 3점슛을 넣거나 리바운드를 잡았다. 이기고 싶었다”(김선형)라고 직전 시리즈를 돌아봤다.
이제는 한 팀이다. 김선형은 “전에는 자밀 워니랑 제가 ‘원투펀치’였는데, 이제는 세근이 형이 들어왔다. 워니가 골 밑에 있을 때 세근이 형이 3점 라인에 서서 공간을 벌려줄 수도 있고, 저랑 세근이 형이랑 2대2 투맨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축이 하나 더 생기는 게 포인트가드로서 정말 크다. 안영준까지 전역하면 이상적인 라인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달 5일 2022∼20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뛰고 있는 김선형(왼쪽에서 둘째). KBL 제공
무엇보다 연차가 쌓일수록 ‘농구력’도 좋아지는 2인조다. 오랜 세월 최고의 자리를 지킨 ‘동기부여 비결’을 묻는 말에 김선형은 “스스로 높여놓은 기대치가 주는 공포와 압박”을, 오세근은 “부상과 기복, 쓴소리가 다져놓은 독기”를 꼽았다. 지난달, 에스케이에서 전주 케이씨씨(KCC)로 팀을 옮긴 최준용은 오세근이 합류한 친정팀에 대해 ‘노인즈’(노인들)라고 도발한 바 있다. 김선형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그 ‘노인즈’ 안에 정규시즌 엠브이피랑 챔프전 엠브이피가 다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 명대사가 떠오른다. (너희는) ‘언제까지 어려? 내년에도 어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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