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오른쪽)이 8일 강원도 춘천시 동면 감정리 손흥민 체육공원에서 열린 ‘손흥민 국제유소년친선축구대회'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아버지는 손흥민보다 겸허했다. 온 세상이 다 들떠도 흔들림없는 아버지의 엄격함에서 아들에 대한 염려와 애정이 배어났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60)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은 11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제유소년친선축구대회 마지막 경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아직도 손흥민이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2018년 <엠비시(MBC) 스포츠탐험대>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해 ‘밈(meme)’의 주인공이 됐던 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등극하고 돌아온 아들조차 여전히 손웅정의 기준에서는 ‘월클’이 아니었다.
손감독은 ‘월클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전 세계 최고의 클럽에 가서 생존할 수 있는 그 정도 수준, 그게 월드클래스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손흥민이) 모든 분야에서 10% 정도만 더 성장하면 (월드클래스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득점왕의 영광 앞에서 두려움을 말했다. 손감독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올해 풍년이 들었다고 내년에 풍년 든다는 법이 없으니 흉년이 온다 준비해야 살 수 있다. 조심성을 가지고 교만한 상황이 들지 않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아들에게 남긴 한 마디는 ‘화무십일홍’이었다. 손감독은 “열흘 이상 지속되는 꽃 없고 영원한 것 없다. 흥민이는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축구할 때) 행복해서 했다. 그걸 지금도 유지하는데 그 외 다른 걸 생각하는 건 초심을 잃은 거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구단·도시에서든 흥민이가 행복하게 축구하다가 은퇴하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고 “경기장에 들어가면 늘 성실한 모습 보여주는 게 어떤 부분보다 감사하다. 다치지 말고 지금처럼 매 경기 행복하게 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감독의 손축구아카데미 준공 기념으로 진행된 ‘손흥민 국제유소년친선축구대회’는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춘천 손흥민체육공원에서 한국·콜롬비아·몽골·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6개국 만 12세 이하 선수 1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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