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외데가르(왼쪽)와 아스널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과 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아스널은 과학이다.”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말이다. 초중반 성적이 어쨌든, 마지막 날에는 아스널이 리그 4위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실제 아스널은 ‘무패 우승’(2003∼2004시즌)을 일군 뒤 10년 동안 6번 리그 4위(3위 3번, 2위 1번)를 차지했다. 이른바 ‘빅4’로 꼽히면서도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현실을 꼬집는 말이었지만, 최근 3시즌 동안 아스널이 8위-8위-5위를 기록하며 이마저도 ‘과거의 영광’이 됐다.
이번 시즌은 다를까. 아스널은 현재 리그 선두다. 부임 4년 차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팀을 완전히 바꿨다. 아르테타 감독은 주포 알렉상드르 라카제트(31)를 보낸 뒤 맨체스터 시티 코치 시절 지도했던 가브리엘 제주스(26)를 데려왔다. 이후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21), 부카요 사카(21) 등 젊은 선수들로 공격진을 완성한 아스널은 ‘무기고’라는 이름답게 강력한 화력을 선보였다. 올 시즌 카타르월드컵 이전 14경기에서 12승1무1패(승점 37). 팀 역사상 가장 좋은 출발이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과 경기 도중 아쉬워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그렇게 20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아스널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각) 리버풀(8위)과 2-2로 비기더니 16일 웨스트햄(16위)에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2경기 연속 무승부에 머물렀다. 반면 리그 2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같은 기간 사우샘프턴(20위)과 레스터시티(19위)를 잇달아 꺾었다. 현재 아스널(승점 74)과 맨시티(승점 70)는 승점 4점 차이지만, 아스널(31경기)보다 맨시티(30경기)가 1경기를 덜 치렀다.
리그 막판 변수에 ‘아스널=과학’ 공식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팀 부주장 그라니트 자카는 “정신력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지에서는 20년 동안 리그 무관에 그치며 새겨진 디엔에이(DNA)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걱정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전까지 두려움 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젊은 선수들이 아스널의 오랜 친구인 ‘압박감’ 아래서 시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스널 부카요 사카가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과 경기 도중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반면 맨시티는 파죽지세다. 최근 10경기에서 37골을 넣는 동안 4실점만 기록했다. ‘괴물’ 엘링 홀란드(22)는 16일 리그 32호골을 기록하는 등 골 감각이 절정이다. 아스널은 이런 상황에서 오는 27일 상대 안방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를 상대한다. 사실상 결승전인 만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스널은 앞서 안방에서 열린 맨시티와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통계도 아스널 우승 가능성을 낮게 본다. 데이터 분석 업체 닐슨 자회사 그레이스 노트는 지난 4일 50%였던 아스널 우승 가능성을 17일 32%로 낮췄다. 반면 맨시티는 68%로 높였다. 올 시즌 최고 수준이다. 축구데이터업체 <옵타>를 보면 지금까지 13개 팀이 30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승점 73 이상을 얻은 뒤 우승에 실패한 팀은 2011∼2012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8∼2019시즌 리버풀뿐이었다. 문제는 이 두 경우 모두 최종 챔피언이 맨시티였다는 점이다. 영국 <비비시>(BBC)는 “맨시티는 시즌 막바지 전문가”라고 했다.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드가 16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맨체스터/EPA 연합뉴스
아스널이 20년 리그 무관을 넘어 마침내 우승컵을 들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침대는 과학일지 몰라도 축구는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