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보기엔 좋다. 결과를 못 내는 것은 문제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월 부임 이래 4차례 평가전에서 2무2패에 그치면서 그의 축구색깔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더라도 공세적인 플레이로 멋진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하면서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엘살바도르(피파 75위)와 경기에서도 여러 번 득점기회를 놓쳤고, 황의조(서울)의 후반 초반 선제골에도 막판 실점으로 무승부(1-1)를 거둔 것은 대표적이다. 16일 페루전(0-1)에서도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3월 두 차례 평가전(1무1패)에서는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카타르 월드컵 멤버들이 뛴 것이고, 이번에는 클린스만호의 사실상 1기 대표팀 선수들이 뛰었다. 일부 선수의 변화가 있었지만 조직력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무슨 축구를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수비 선수들이 간격을 유지하고 공간을 배분해 방어 뒤 역습의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서로 엉키거나 충돌하는 등 동선이 겹쳤다. 박용우(울산)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측면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조건이 됐지만 공격수와의 연계 등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뤄지지 못했다. 조규성(전북)의 활용도 잘 안 됐다. 김 해설위원은 “수비, 미드필더, 공격진이 따로 놀면서 전방압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나로 응집된 힘을 내지 못하면서 약팀한테 헛심만 쏟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강인이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엘살바도르전에서 우뚝한 선수는 이강인(마요르카)이었다. 그가 공을 잡으면 관중은 기대감에 탄성을 질렀고, 요리조리 움직이며 활로를 개척한 뒤 올리는 크로스나 슈팅의 질은 달랐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쏘는 근접슛을 비롯해, 설영우(울산)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노린 논스텁슛, 조규성의 머리를 향하는 정확한 코너킥과 프리킥의 전문성 등은 그의 천재성의 단면이다. 바야흐로 ‘이강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수비수 설영우는 오른쪽 측면 전후방을 왕복하며 안정적인 공 관리와 날카로운 공간 패스 등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용우도 좌우를 가르는 긴 패스 공급 등 킥력을 보여주었고, 중앙 수비수 정승현(울산) 역시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클린스만호에 대해 “이강인 등 선수 개개인은 눈에 띄지만, 그 안에 전술적인 의도 등은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팀 전체가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한꺼번에 움직여야 역습 시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팀 스피드가 떨어졌다. 이웃 일본이 엘살바도르(6-0)와 페루전(4-1) 2연승으로 한국과 격차를 확인한 것도 아픈 대목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이기는 방법을 장착해야 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대표팀 훈련 기간이 짧은 만큼 SNS나 이메일 등으로 수시로 대표급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감독이 원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인식시켜야 한다. 선수들도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마치 ‘이미지.트레이닝’하는 식으로 익혀서 소집되면 빠르게 전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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