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경남FC).
[36.5℃ 데이트] 떠오르는 스무살 윤빛가람
경남FC에서 조 감독과 1년…그라운드 읽는 축구 ‘맘껏’
나이지리아전 벼락 데뷔골…박지성 칭찬에 “심장 멎을듯”
경남FC에서 조 감독과 1년…그라운드 읽는 축구 ‘맘껏’
나이지리아전 벼락 데뷔골…박지성 칭찬에 “심장 멎을듯”
‘조광래호의 황태자.’ 이제 막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스무 살 청년을 두고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면 조금 ‘오버’일까. 올 하반기 한국 축구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오른 윤빛가람(경남FC). 그는 요즘 ‘빛을 내며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이름만큼이나 뭇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16일 오후 경남 함안 소속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타난 윤빛가람의 표정은 예상외로 어두웠다. 그라운드를 휘젓던 스무 살의 기백과는 달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다. 원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다, 3년 전 인터뷰 ‘설화’를 겪은 이후로 자연스럽게 ‘저자세’가 몸에 뱄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는 2007년 17살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앞두고 무심코 “K리그는 느리고 재미없다”고 말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먼저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물었다. “식당에 가도 사람들이 못 알아보던데요.(웃음) 미니홈피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조금 늘어난 것 말고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습니다.” ‘황태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일단은 거부감을 보였다. “이제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에요. 아직은 절대 그 말이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대학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청소년 대표 시절에는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뒤, 중앙대에 진학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졌다. “사람들 눈에 띄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죠.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공만 보고 살았어요.”
그대로 잊혀지는 듯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지난해 경남FC 지휘봉을 잡을 당시 드래프트에서 윤빛가람을 뽑아, 그를 ‘조광래의 아이들’로 키운 뒤 1기 조광래호까지 데리고 갔다. “제겐 ‘제2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지네딘 지단이나 카카처럼 그라운드를 읽을 줄 아는 선수들이 우상이었는데, 조 감독님은 제게 그런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신 분입니다.”
실제 그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그라운드를 읽을 줄 아는 선수로 통했다. 머리로 공의 움직임과 속도를 재고, 눈으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몇 안 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축구 스타들이 득실득실한 프로리그에선 그도 그저 전도유망한 신인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한순간에 반전시킨 것이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윤빛가람은 전반 16분 벼락 같은 선제골을 넣으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그만큼 그날 경기는 그의 축구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준 시합이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신인왕을 차지해 대표팀 붙박이로 남는 것이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고, 안 넣고보다는 그 경기 이후로 책임감 같은 게 생겼어요.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게 소속팀에서도 더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14일 K리그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팀을 선두로 이끌었다. 윤빛가람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백지훈”(수원 삼성)이라고 했다. “지훈이 형은 이번에 처음 같이 생활을 해봤어요. 진짜 존경할 만한 실력을 갖췄더군요. 앞으로 형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형이 어떨까 모르겠네요.(웃음)” 인터뷰가 끝날 때쯤엔 얼굴도 환해지고, 골 뒤풀이가 밋밋했다며 ‘애들처럼’ 아쉬워했다. “원래 준비한 세리머니는 따로 있었어요. 양팔을 비행하듯 치켜들고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껑충 뛰며 오른손을 번쩍 드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팔을 반밖에 못 펴겠더라구요. 기죽을 게 전혀 없었는데….” 또 “(박)지성이 형이 ‘오, 가람이 데뷔전에서 골 넣고 대단한데?’라고 짧은 말 한마디 건네줬는데, 심장이 멎는 것 같더라”고 말할 땐 까무잡잡한 얼굴에 홍조까지 띠며 깔깔 웃었다. 분위기를 맞춘다고 “요즘 여자친구가 좋아하겠다”고 묻자 “저 여자친구 없는데요”라며 화들짝 놀라는 모습은 천생 ‘순진 청년’ 그 자체였다. 함안/글·사진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올 시즌 그의 목표는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신인왕을 차지해 대표팀 붙박이로 남는 것이다.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고, 안 넣고보다는 그 경기 이후로 책임감 같은 게 생겼어요. 태극마크가 부끄럽지 않게 소속팀에서도 더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14일 K리그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팀을 선두로 이끌었다. 윤빛가람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백지훈”(수원 삼성)이라고 했다. “지훈이 형은 이번에 처음 같이 생활을 해봤어요. 진짜 존경할 만한 실력을 갖췄더군요. 앞으로 형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형이 어떨까 모르겠네요.(웃음)” 인터뷰가 끝날 때쯤엔 얼굴도 환해지고, 골 뒤풀이가 밋밋했다며 ‘애들처럼’ 아쉬워했다. “원래 준비한 세리머니는 따로 있었어요. 양팔을 비행하듯 치켜들고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껑충 뛰며 오른손을 번쩍 드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팔을 반밖에 못 펴겠더라구요. 기죽을 게 전혀 없었는데….” 또 “(박)지성이 형이 ‘오, 가람이 데뷔전에서 골 넣고 대단한데?’라고 짧은 말 한마디 건네줬는데, 심장이 멎는 것 같더라”고 말할 땐 까무잡잡한 얼굴에 홍조까지 띠며 깔깔 웃었다. 분위기를 맞춘다고 “요즘 여자친구가 좋아하겠다”고 묻자 “저 여자친구 없는데요”라며 화들짝 놀라는 모습은 천생 ‘순진 청년’ 그 자체였다. 함안/글·사진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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