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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성 일개미’ 한국축구 명품으로

등록 2005-06-22 19:20수정 2005-06-22 19:20


국내에선 프로 입단테스트도 번번이 퇴짜

허정무 이어 히딩크사단서 중용 ‘성공시대’

“남들 눈에 띄지 않으니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것이었고, 남이 보든 안 보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인 줄 알고 살았다.”

아직 여드름 티가 채 가시지 않은 박지성(24). 22일 그가 마침내 축구선수로서는 최고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에 성공한 것은, 그의 ‘남 모를’ 눈물과 ‘누구나 다 아는’ 성실성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출간된 각계 32명의 칭찬이야기 묶음인 <내 삶을 바꾼 칭찬 한마디>에서 박지성은 “(고교 때까지) 키가 크거나, 공격이건 수비건 특별한 장기라고는 없었다. 게다가 외모도 평범했으니 (대학이나 프로팀에서) 날 탐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내 인생은 늘 그랬기 때문에 깡다구 하나로 버텼다”고 썼다.

박지성은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프로로 직행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언가 남다른 게 없는 그였기에 프로 입단 테스트에서 번번히 탈락했다. 마지막으로 그를 받아준 사람은 명지대 김희태 감독. 그리고 ‘흙속의 진주’를 발굴한 것은 1999년 당시 허정무 국가대표 및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이었다.

허 감독은 “1999년 초 울산 현대와 명지대의 연습경기가 있다기에 수비 선수를 점검하러 갔다가 1학년 박지성을 보고 발탁했다”고 말한다. 당시 일부에서는 “왜 특징없는 박지성을 뽑았느냐? 명지대 김희태 감독하고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몸은 약했지만 드리블 기술이 있었고, 무엇보다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며 “나는 분명히 좋은 선수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한다.

박지성은 준비된 재목이었다. “내 축구 디엔에이(DNA)는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이다. 한가지를 배우면 수십번 되새기는 천성으로 기본기를 정복했다.” 그는 2001년 4월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2000 아시안컵 예선에 태극마크를 단 뒤 명성을 쌓아 나간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가 생명인 현대축구에서 ‘중원의 일개미’ ‘심장이 두개 달린 사나이’ ‘강철인간’ 등의 별명을 가진 박지성. 그가 ‘성공 2막’을 여는 데는, 거스 히딩크 2002 한-일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전 각종 연습경기에서 고종수나 윤정환 등 내로라하는 플레이메이커 대신 패기 넘치는 박지성을 중용했고, 박지성은 이에 보답하듯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명지대 2년 때인 2000년 6월, 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해 그해 팀을 1위로 이끌며 1부리그로 승격시켜 자신감을 얻었다. 박지성은 2002년 6월 월드컵 조별리그 예선 마지막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절묘한 가슴트래핑 뒤 상대 세르지우 콘세이상을 제치는 결승골로 세계 축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그가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대접받는’ 선수가 된 것은 올 5월에 끝난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과 1차전 때 0-2로 졌던 페에스베(PSV) 에인트호벤은 2차전 안방경기에서 대반격을 편다. 이 때 선제골을 터뜨린 게 박지성이었다. 앨릭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고, 그의 영입을 적극 추진한 배경이 됐다. 물론 2003년초부터 에인트호벤에서 뛰었던 박지성이 겪었던 객지생활의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컸다. 한 때는 팀 동료와 관중들의 ‘박지성 비난’으로 심각한 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세계화된 미드필더’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명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팀의 간판으로 그를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여드름 투성이 소년은 이제 200만파운드(37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을 받는 축구재벌이 됐다. 남은 것은 평발임에도 90분을 줄기차게 뛰어다니듯 그의 식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의 지속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초호화 허리-공격진‥ 주전 꿰차기 만만찮아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 그는 과연 21번을 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어느 포지션에서 뛸 것인가?

맨유 허리나 공격진에는 현재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많아 박지성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우선 박지성의 주 포지션이라할 수 있는 중앙 허리에는 ‘주장’ 로이 킨(아일랜드)과 폴 스콜스(잉글랜드)가 버티고 있어 이들을 밀어내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로이 킨은 만 34살의 노장이지만, 지난 시즌 여전히 뛰어난 체력과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노쇠했다는 평도 나오지만, 공수에서 그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31살인 폴 스콜스는 잉글랜드대표팀의 중심 미드필더. 1m70의 단신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으로 마치 박지성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24살의 젊은 박지성이, 올 8월 시작되는 2005~2006 시즌 초반 특유의 지칠줄 모르는 플레이로 ‘올드 트래퍼드’ 구장의 안방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맨유는 2004~2005 시즌 첼시와 아스날에 밀려 리그 3위에 그쳤다. 앨릭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강철 체력의 박지성을 끌어들인 것은 노쇠화된 허리진용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박지성의 자리는 측면 미드필더가 유력해 보인다. 특히 남아공 출신의 퀸턴 포춘(28)과 웨일스 출신의 노장 라이언 긱스(32)가 번갈아가며 출전하는 왼쪽 미드필더 자리가 그렇다. 박지성은 국가대표팀에서 최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봤지만, 2002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한 바 있어 이 자리는 적격이다. 단지,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약한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맨유는 포르투갈 출신의 신예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0)가 쏜살같은 스피드로 좌우 측면 미드필드를 오가면서 위협적인 날개로 활약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득점기계’ 뤼트 반 니스텔루이(29)과 잉글랜드의 ‘떠오르는 별’ 웨인 루니(20)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벤치멤버로 프랑스 출신의 루이스 사하(27), 앨런 스미스(25) 등이 있다. 박지성으로서는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도 끼어들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 중인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의 영입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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