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별별스타] 울산에 둥진 튼 이근호
월드컵·유럽진출 실패 딛고
작년 J리그서 득점3위 달성
“2년동안 많이 바뀐건 ‘여유’
올해엔 20골이상 넣어야죠” “노랑머리가 어울리지 않나요?” 연습경기를 끝낸 뒤 말끔하게 몸을 씻고 나온 이근호(26·울산 현대)가 “처음 염색해 봤는데 날카로운 공격수 이미지도 살리고 만족한다. 이젠 좀 튀어보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원래 노랑머리는 내 트레이드마크인데”라고 농담을 건네자, 이근호는 “나도 좀 먹고 살자”며 맞받아쳤다. 2년 전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과 유럽 진출 실패로 위기를 맞았던 아픔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그는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죽기살기로 뛰었다. 단단히 독기를 품고 월드컵 멤버 탈락의 아픔을 일본에서 달랬다. “모두 내 탓이었죠. 결국 스스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됐고, 그러기 위해 의욕도 굉장히 높았다”고 했다. 32경기에 출전해 15골(득점 3위)을 기록하며 팀을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시즌을 마친 뒤 J리그 잔류 요청을 뿌리치고 과감하게 K리그로 돌아왔다. 이근호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국내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복귀 인사를 하고 싶었다. 작년에 성적이 괜찮아서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근호의 영입으로 울산은 공격력이 확 살아났다. 이근호는 과감한 직선 측면돌파,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대각선 침투 등 입체적인 공격 시도로 단조로웠던 울산 공격에 숨통을 틔웠다. 17일 전지훈련장인 일본 가고시마 이와사키호텔 축구장에서 열린 J리그 우라와 레즈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전반 선제골을 터뜨리고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장에서 움직임이 많다. 이근호의 가세로 좀 더 빠르고 파괴력 넘치는 공격력을 갖추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신욱도 “근호형이 빠르고 많이 움직여 주면서 나에게도 골 기회가 더 많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근호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막무가내로 문전으로 내달리기 보다는 같은 상황에서도 좀더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을 깨달았죠.” 과거에는 무조건 잘 하려고만 했다면 지금은 조급한 마음을 조절하고 더 듬직해진 느낌이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또 지난해 감바에서 같이 뛰었던 동갑내기 단짝 친구 김승용과 울산에서도 한솥밥을 먹게 돼 기대가 크다. 둘은 훈련 뿐만 아니라 밥 먹고, 쇼핑하고, 컴퓨터 게임을 할 때도 늘 함께해 눈빛만 봐도 서로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이근호는 “어렸을때부터 승용이와 같이 해왔기 때문에 그라운드에 함께 서면 편하다”며 “울산이 올해 더 강해질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팀과 감독의 높은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할 법도 하다. 이근호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다만 첫 골이 언제 터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경기에 나가면 골문이 더 크게 보인다. 작년에 15골을 넣었으니 올해엔 20골 이상은 넣어야 하기 않겠느냐.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도 노려보겠다”며 두둑한 배짱을 드러냈다.
가고시마/글·사진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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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J리그서 득점3위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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