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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감독을 이렇게 보낼 수 있습니까?

등록 2014-08-15 19:53수정 2014-08-15 21:0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이 지면에선 오랜만에 인사드리지만, 매주 ‘이번 토요판에는 어떤 친절한 기자가 등장하면 좋을까’를 늘 고민하는 토요판팀의 윤형중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직접 친절한 기자로 나선 이유는 최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윤정환 일본프로축구리그(J리그) 사간도스팀의 감독이 왜 그만뒀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저는 지난 5월에 3일 동안 일본 사가현의 도스시에 머물며 사간도스 축구팀의 경기를 지켜봤고, 윤 전 감독을 만나 인터뷰(<한겨레> 6월7일치 토요판 커버스토리 ‘윤정환 드라마’)했습니다. 그때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던 ‘패스마스터’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한 채 벤치에서 4강 신화를 지켜봤던 윤 전 감독이 일본프로축구 2부리그에서도 중하위권에 맴돌던 팀을 어떻게 1부리그 선두로 이끌었는지가 궁금해서였죠. 그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물어옵니다. ‘1등 하던 팀의 감독이 왜 해임됐냐’고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저도 윤 전 감독이 왜 해임됐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사간도스 구단은 물론 윤 전 감독도 말을 아낍니다. 공식적으론 “서로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결별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언론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유죠.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선수 지도방식에 대한 이견이라든가,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추측 말입니다. 국내 한 일간지는 한국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단독’ 오보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윤 전 감독 본인과 구단 경영진만이 정확한 이유를 알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주변인들의 증언을 종합해 그간 쏟아진 추측과 보도들 중 무엇이 잘못됐고, 최근 구단과 윤 전 감독 사이에 어떤 기류가 흘렀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윤 전 감독은 스스로 ‘사퇴’한 것이 아니라, 구단으로부터 ‘해임’됐습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사퇴’라고 보도했지만, ‘해임’이 맞습니다. 윤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올해 말까지였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9일 사간도스 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도방식 문제 때문에 결별했다. 관심과 배려가 문제였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않은 선수들은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도 억측에 불과합니다. 윤 전 감독은 본인이 2002년 월드컵에서 1분도 뛰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후보 선수들에게 최대한 경기 출장 기회를 주곤 했습니다.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는 정규리그 경기에선 주전 선수들이 주로 출장했지만, 일왕배나 나비스코컵 대회에선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최대한 보장했습니다. 올해 사간도스 선수 가운데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4명 가운데 1명이 전부입니다. 올림픽대표팀 감독이나 국가대표팀 코치 내정 등의 논란은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윤 전 감독이 조만간 한국에 오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일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하겠다고 합니다. 다음 거취가 결정된 상태에서 구단으로부터 해임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윤 전 감독과 경영진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던 건 맞습니다. 윤 전 감독은 늦어도 9월까지 재계약을 확정해 내년 거취를 결정하고 싶었지만, 구단은 미온적이었습니다. 원칙을 중시하는 윤 감독과 경영진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습니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스폰서 업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한 일로 윤 전 감독이 경영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런 갈등이 해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윤 전 감독을 보낸 사간도스 팀과 인구 7만명의 도스시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간도스는 2부리그 중하위권이었을 당시의 주축 선수들이 지금도 주전으로 뜁니다. 윤 전 감독이 지옥의 체력훈련 등으로 조련한 덕분이죠.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 발탁된 김민혁, 최성근 선수도 사간도스 소속입니다. 그런 사간도스가 윤 감독이 해임되고 맞은 첫 경기부터 져 1위 자리가 위태롭습니다. 팬들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간도스 팬카페에선 “2부리그 하위팀을 명문 구단으로 만든 윤 감독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많은 팬들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굳이 보내야 한다면 제대로 인사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윤형중 토요판팀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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