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SBS 축구 해설위원. SBS 뉴스 화면 갈무리.
“옛날 미국전에서 저를 보는 것 같네요.”
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최종 3차전에서 23살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이 손흥민 선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최용수 해설위원의 입담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날 처음 해설가로 데뷔한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서 ‘셀프 디스’까지 해가며 재치있는 멘트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신박한 해설’을 선보였다.
최 위원의 뜬금포는 축구대표팀 선배인 황선홍 전 감독을 ‘디스’하면서 시작됐다. 전반 28분께 황인범 선수가 날린 중거리 슈팅이 골대 위를 한참 넘어가자 최 위원은 뜬금없이 “제가 좋아하는 황선홍 선배의 슈팅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열린 1994년 월드컵에서 안타까운 슈팅 실수를 저질러서 비판을 샀던 황선홍 전 감독을 빗댄 건데, 최 위원은 발언 직후 곧바로 “죄송하다”는 말로 ‘황선홍 선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 후반 44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최용수 선수. 중계화면 갈무리.
최 위원은 돌발 디스가 거듭 미안했던지 경기 후반 19분께에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셀프 디스’했다. 황희찬 선수가 찬 공이 골대 위를 넘어가자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자신이 한 실수를 회상하며 “옛날 미국전에서 저를 보는 것 같네요”라고 발언한 것. 2002년 경기 당시 후반 교체로 투입된 최용수 선수는 미국과 1-1로 비기고 있던 후반 44분 이을용 선수(현 FC서울 감독대행)가 땅볼로 패스해준 완벽한 골 찬스를 왼발로 차 허공에 날려버렸고, 이 장면은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일 만큼 유명해졌다. 최 위원의 멘트에 누리꾼들은 “‘미국전 때 저를 보는 거 같네요’에서 빵 터졌다 ㅋㅋ(byby****)”, “때로는 최용수처럼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툭툭 던지는 해설! 난 좋더라! 게다가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저를 보는 거 같아요!’ 셀프디스까지!(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황선홍 전 감독에 대한 디스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을 내놨다. 누리꾼들은 “황선홍 얘기 나올 때 뿜었다(bm***)”, “최용수 해설위원 정말 새로운 스타일이다 ㅋㅋ 황선홍 선수 디스에, 셀프디스도 하고. 말실수하는 것도 너무 귀엽고 ㅎㅎ 응원합니다. 재밌어요(카***)”, “황선홍 의문의 1패 ㅋㅋㅋ(스**)” 등의 의견을 내보였다.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속 시원한’ 멘트도 눈길을 끌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손흥민 선수가 역습 상황을 만들었지만 주심이 추가로 주어진 2분이 끝나기도 전에 종료 휘슬을 불자 최 위원은 “아! 레프리 정말 마음에 안 드네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환호했다. 트위터에는 “해설 시점이 시청자 눈높이 맞춰진 듯해서 신선하면서 웃겼다(ojw1****)”, “크 사이다(노****)”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최 위원이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기 중간중간 공을 가진 선수들이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개개인의 장점과 특기를 언급했다. “기술이 좋다. 잘 활용해야 한다”, “공이 없는 데도 움직임이 좋다” 등의 발언으로 선수 개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후반 19분 손흥민 선수가 발리슛을 성공시키자 최 위원은 “역시 이름값을 하네요”라며 칭찬을 내놓는 동시에 “상대 수비 선수들이 왜 손흥민을 놔뒀는지 그게 이상하다”며 상대편 선수들에 대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최 위원의 해설위원으로서의 첫 데뷔전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트위터에는 “축구보다 해설이 더 잼나더라(한*)”,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해설 귀에 쏙 들어오네요. 지루할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입담 때문에 잘봤네요(신**)”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최용수 위원의 ‘신박한 해설’은 오는 23일 밤 9시에도 들을 수 있다. 그는 E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이 이란과 펼치는 16강전에서도 해설위원으로 나설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화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