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23살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9일 저녁 6시(한국시각)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격돌하면서 두 나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다섯번째 골이 들어가자 미소 짓고 있는 김학범 감독. 반둥 브카시/연합뉴스
지난 27일 밤(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의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경기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시리아에 연장 접전 끝에 1-0 승리를 거두고 또 한번의 ‘매직’을 달성한 박항서(59)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와~.” 베트남은 물론 많은 한국 기자가 모두 일어서서 축하를 해줬다. 상기된 표정의 박 감독은 이날 연장 후반 3분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반또안(22)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경기 도중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자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물병까지 집어 던지는 등 승부욕을 보였던 그다.
“오늘 또 우리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베트남 감독 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달성한 그의 소감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박항서 매직’은 한국전에서도 통할까, 아니면 그와 K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학범(58) 감독이 베트남 돌풍을 잠재울까?
한국과 베트남의 23살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9일 저녁 6시(한국시각)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격돌하게 되면서 두 나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8강전 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한국팀 수석코치로 4강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감독으로서 4강에 멈추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전 필승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저의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조국을 너무 사랑하지만,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으로 강한 정신력을 꼽았다. 그는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항상 ‘나’가 아닌 ‘우리’를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강한 단합심으로 끊임없이 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학범 감독에 대해선 “한국의 퍼거슨이라고 할 정도로 지략가이며, 대표팀을 충분히 이끌 능력이 있다”고 치켜세운 뒤 “동료로서 이번에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김학범 감독은 28일 오후 결전이 열리는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8강전 등 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것이 팀이 안정화된 증거다. 공격 전환 속도도 빠르고 상대하기 힘들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템포 빠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박항서 감독과의 국내파 대결에 대해선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좋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쉽지 않은 대결이 성사된 만큼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4강전은 체력과 정신력 싸움에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두 팀 모두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등 혈투를 벌였다. 박항서 감독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누가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공격에서는 한국이 우세하다. 와일드카드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바레인과의 1차전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등 두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5경기 8골로 절정의 골감각을 선보이고 있고, 손흥민(26·토트넘)은 직접 자신이 골을 넣기보다는 후방에서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 포백진이 많이 흔들리고 있어 베트남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된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장윤호(22·전북 현대)가 오른발목을 다쳐 출전이 불투명한 게 한국으로선 아쉽다. 무릎 부상인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국과 베트남 경기에 이어 이날 밤 9시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이 이어진다.
자카르타/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박항서 베트남 23살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7일 밤(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연장 후반 3분 결승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브카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