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에서도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지난 27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은 황의조를 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브카시/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제 한 고비만 넘으면 ‘울보’는 더이상 울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넘겨온 고비들, 최후의 결전만 남았다.
1일 저녁 8시30분(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바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23살 이하(U-23)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지만,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캡틴 완장을 찬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한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경기다. 2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활약해야 하는 손흥민으로서는 병역문제가 걸림돌인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
손흥민은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에 출전해 한국팀이 안타깝게 패할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알제리와 2차전에서 2-4로 진 뒤 그랬고, 벨기에와 3차전에서 0-1로 패해 16강에 오르지 못한 뒤에는 더욱 그랬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도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아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F조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엔 문재인 대통령까지 라커룸을 찾아 그를 위로했지만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독일과의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고도 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하자 신태용 감독과 주장 기성용의 품에 안겨 또 울었다.
손흥민이 더는 울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으려면, 이번 대회에서 6경기 9골(해트트릭 2번 포함)로 신들린 듯한 골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갑내기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골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 물론 이번 대회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1골 밖에 기록하지 못한 손흥민 자신이 직접 해결사로 나설 수도 있다. 그는 도움은 3개나 기록했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 각각 도우미와 해결사로 궁합이 잘 맞았다. 최대 고비였던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황의조는 전반 5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0분 그가 터뜨린 3-3 동점골도 손흥민이 만들어준 것이다.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도 이승우가 전반 7분 선제골을 넣은 뒤, 전반 28분 손흥민의 도움으로 황의조의 추가골이 터지며 한국이 결국 3-1로 이길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일본을 맞아 황의조를 원톱으로 기용할 것이다. 손흥민을 측면으로 내세울 지, 아니면 베트남과의 경기에서처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분명한 것은 이날 승부는 둘의 골결정력에서 판가름 난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 D조 조별리그에서 네팔(1-0), 파키스탄(4-0)을 잇따라 누른 뒤 베트남한테 0-1로 졌다. 그러나 16강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1, 4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누르는 등 파죽지세를 보여, 한국팀으로서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 21살 이하(U-21) 대표팀을 참가시켰고, 와일드카드도 한명도 없다.
그런 때문인지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결승행이 확정된 뒤 “이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본축구 발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개별 선수들이 기량을 향상하고 경험을 늘려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당연히 강한 팀이다. 힘든 결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범 감독은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우리 선수들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해서 왔다. 쉬운 경기는 하나도 안 했다. 지친 상태인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마지막까지 그 정신력을 놓치 않게 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결승전에 앞서 박항서(59) 감독은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에 도전한다.
자카르타/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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